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 Ellie Jan 29. 2022

내 매력 지수를 높이는 방법, 우아하게 걷기

얼마 전 동네 어귀에서 평소와 다른 등산로를 찾으며 헤매다 대략 70대 즈음의 저희 어머니 연배의 분이 앞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잘 갖춰진 등산복 외에 제 눈길을 사로잡은 건 그분의 우아한 걸음걸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화려한 외모, 매끄러운 피부, 잘 갖춰진 옷차림 같은 요소보다 우아한 자세를 가지고 계신 노인분을 뵙게 되면 시선을 뗄 수 없고 반해 버리게 되더라고요.


이완되고 바로 선 자세, 적당한 다리의 보폭과 팔의 자연스러운 스윙, 상체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가볍고 자유롭고 탄력이 느껴지는 걸음걸이 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가 찾는 등산로 입구를 분명 알고 계실 거라는 확신으로 뭐에 홀린 듯 그분 뒤를 졸졸 따라나섰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우아한 걸음걸이와 자세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


알고 봤더니 저보다 두 어시간 앞서 등산을 시작하고 집으로 귀가하는 분이더라고요. 본의 아니게 스토커 마냥 그분 뒤를 쫓다 우연히 집 앞까지 따라가게 되어 인사를 나누고 다시 등산을 시작했더랍니다. 제가 강사이기 때문에 그분의 걸음걸이가 유독 제 눈에 들어왔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떻게 하면 그렇게 걸을 수 있을까 궁금하시죠?


내 매력 지수를 높이는 우아하게 걷는 법, 지금부터 제가 알려 드려요!


우리의 몸, 걷기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신체는 진화적으로 발달해오면서 앉거나 서는 것보다 걷기에 최적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긴장된 어깨, 목은 앞으로 뺀 상태, 종종걸음과 불확실한 팔의 스윙으로 자연스럽게 걷는 방법을 잃어버린 상태랍니다. 간혹 길을 걷다 전동휠을 타고 유유히 사라지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편리하겠구나 라기 보다 걷는 행위를 퇴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저, 구 세대인가요?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효과적이고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움직임이 '걷기'입니다. 척추가 유연하고 다리 위에 놓인 고관절과 골반의 조절이 잘 이뤄지면서 코어를 잘 사용할 때 효율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되죠. 직립 보행이 가능한 인간은 네 발이 아닌 두 다리로 걷고, 출산을 하고, 배설을 합니다. 우리 몸의 중심 축을 담당하는 골반은 이때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하고 에너지를 분산시킵니다.


인간의 보행은 근육을 수축시켜 힘을 내며 움직이는 행위라기보다는 신장성의 수동적인 움직임에 가깝기에 더 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트레이너들이 일상생활의 기초가 되는 움직임인 걷기와는 반대되는 근육 강화를 강조합니다.

안정적이라는 것은 힘이 균형 잡힌 상태를 뜻해요. 쇠로 만든 긴 막대기를 사용해 균형 잡는 모습을 한 번 떠올려볼까요? 균형이 흔들릴 때 바로잡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서 있을 때와 같이 눈에 보이는 정적인 상태는 힘이 균형을 이룬 상태로 '움직임이 없다'라는 뜻은 아니에요.


걸을 때 골반은 어떻게 움직이나요?


걸을 때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뻗으면 골반이 어떻게 움직이나요?


골반 전체는 왼쪽 다리를 향해 회전하면서 오른쪽 아래로 약간 떨어지게 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걷기 위해 발을 내디딜 때 골반이 그렇게 움직이는지 한 번 느껴볼까요?


만약 골반 전체의 회전하는 움직임이 잘 느껴진다면, 이번에는 골반을 반으로 나눠서 각각의 움직임을 한 번 느껴봅니다. 우리 몸의 골반은 신기하게도 반으로 나뉘어 각각 분리된 움직임이 가능한 구조 랍니다.


골반 전체를 하나의 스펀지로 상상해 볼까요? 걷으려고 다리를 내딛는 쪽의 골반, 지지하고 있는 다리의 골반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카운터 로테이션 conter-rotation)을 하게 됩니다.

Dynamic Alignment Through Imagery, Eric Franklin

단순하게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반대 방향의 회전이 일어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걸으려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우리 골반이 스펀지처럼 뒤틀리는 이미지를 상상해 보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골반 바깥쪽에 양손을 대고 반 골반 pelvic half의 움직임을 각각 느끼면서 손으로 회전을 표현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Dynamic Alignment Through Imagery, Eric Franklin

3차원 공간에서의 골반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끼고 인지할 때 복부 근육도 잘 쓰이게 됩니다.


걸을 때 천골은 어떻게 움직이나요?


그렇다면 걸을 때 골반 뒤 천골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걸을 때 천골도 골반 반 Pelvic half의 움직임을 따라갑니다. 분리된 골반 반이 없다고 상상해 볼까요? 골반이 없는 다리의 길이는 너무 짧습니다. 분리돼서 각각 움직일 수 있는 소중한 골반이 있기에 걸을 때 몸의 무게 중심을 낮추면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걸을 수 있답니다. 우리 몸의 구조, 알면 알수록 너무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걸을 때 다리를 앞으로 뻗으면 천골도 골반을 따라 반대쪽 다리로 회전합니다. 지지하고 있는 축이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다리의 골반이 약간 떨어지고 천골도 함께 회전하면서 아래로 기울어집니다. 하지만, 지지하고 있는 반대쪽 다리 천골도 뒤로 들리며 누테이션이 일어나기 때문에 약간 아래로 떨어지게 되죠. 이런 천골의 움직임으로 인해 걸을 때 계속해서 천골이 같은 선 상에 놓여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계속해서 걷다 보면 천골에 붙어 있는 꼬리뼈는 8자를 그리게 돼요.


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골반과 천골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걸어보시겠어요?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자연스럽게 걷을 때 골반과 견갑대는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팔과 다리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이때, 척추는 사지와 체간 사이에서 움직임을 전달하고 에너지를 전달하고 저장하는 중요한 축을 담당합니다.


몸통과 연결된 사지가 꼬이고 풀리기를 반복하며 근막 시스템에 스프링처럼 짝으로 힘이 작용하게 되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은 리듬감이 있고 팔은 자유롭게 흔들리며 보폭도 자연스럽습니다. 이렇게 움직일 때 우리는 적은 에너지로도 오랫동안 걸을 수 있게 됩니다.


걷기는 모든 움직임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정한 부분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우리 몸 전체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하고 효율도 떨어집니다. 뻣뻣한 척추, 골반, 고관절은 걸을 때 골반의 회전을 방해하고 골반과 고관절의 회전이 줄어들게 되면 보폭에도 제한이 생기고 척추의 회전도 감소합니다.


걸을 때 흉곽과 견갑대 신전과 회전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도 어깨가 후방으로 회전하고 매달려 있는 팔이 자유롭게 흔들리는 것을 방해합니다. 뻣뻣한 골반의 문제는 척추에서 보상 움직임을 만들고 고관절, 무릎, 다리에 통증을 일으키게 되죠.


잘 걸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 걸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다면 절반의 성공을 해 내신 것과 다름없어요.


요즘 보고 있는 책인 Josephine Key의 키 무브먼트, Freedom to Move에는 잘 걷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 간단한 대답으로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호흡을 천천히 하고
머리를 높게 올리고
팔이 자연스럽게 스윙하도록 해 보세요

키 무브먼트, Josephine Key


개인적으로 책의 답변 처럼 특정 부분에 국한된 움직임을 수정하는 큐잉은 우리 몸 전체의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해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이 책의 다른 부분들은 인사이트 넘칩니다.)


우리가 걸을 때, 발을 내디딜 때를 떠올려 볼까요?


용수철이 리바운드 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주위를 걸어 봅니다.


발을 내디딜 때 스프링이 눌렸다가 발을 떼며 스프링이 복원됩니다. 지면에서 부드럽게 발을 떼고 탄성을 느끼면서 내가 서 있는 공간을 사뿐사뿐 걸어봅니다.


제대로 잘 걷을 수 있다면 우리 몸의 핵심 부분들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척추, 척추와 연결된 팔과 다리, 근막의 움직임이 향상되고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을 읽으면서 잘 상상하실 수 있으시다면 이미 충분히 잘 걸을 준비가 되신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필라테스 잘하고 싶은데, 왜 안 되는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