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월드
키키의 구원자는 우르술라다. 그는 키키가 나는 능력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도와줄 뿐 아니라 자신도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예술가의 고비'로 괴로워했었다고 털어놓으며 위로해준다. 키키가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우르술라는 별일 아니라는 듯 "낮잠을 자거나 산책이나 하면 되지."라고 답한다. 우르술라는 심각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상황에 유연하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법을 몸소 보여준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우르술라의 조언으로 키키가 곧바로 초능력을 회복하진 않지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P.245, 8장, 마녀의 도시
미야자키는 예술 활동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이즈미 미스 나리가 쓴 전기를 보면 미야자키는 자신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난 내가 정신적 상처를 지녔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상처라 내 영화나 만화의 주제인 적도 없다." 미야자키는 트라우마가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다. 있는 그대로 소중히 간직할 수도 있고 다른 형태로 변했을 수도 있다" 미야자키는 트라우마보다는 인내의 미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처를 지울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오'다. "견디는 수밖에 없다. 치유할 방법은 없다." 그는 감정의 상처가 "인간 존재의 기본 요소"이므로 "그저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P35, 1장, 하메츠
미야자키가 어린 시절 전쟁 동안 파괴된 시골집의 잔해를 본 기억을 떠올리면서 한 말은 보임의 주장을 소름 돋을 만큼 그대로 재현한다. "어렸을 때 수풀 사이에서 본 건 전쟁 전 사람들이 추구했던 문명적 삶의 잔해였다... 모두 녹슬고 쓰러지고 썩고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었다.
P.118, 4장, 상승과 하강
<붉은 돼지>는 개인적 차원의 트라우마와 함께 정치적 차원의 트라우마도 담고 있다. 정치적인 차원은 동유럽권이던 유고슬라비아가 무너지기 시작한 1992년 미야자키가 받은 충격이다. [그는 직접 영어로 버디 블로우'body blow'라고 표현했다.] 유고 슬라비아는 냉전 동안 독립적이고 계몽된 사회주의의 모범으로 여겨졌지만, 한 순간에 붕괴했고 이후 강간과 살상이 난무하다가 인종 청소까지 벌어졌다. 그는 유고 슬라비아의 분쟁을 보며 제1차 세계대전과 그 이전의 대학살들을 떠올렸다.
P262, 9장, 미야자키의 세계의 새로운 길
<모노노케 히메>는 자연을 의인화하는 기존의 관습을 경계하며 자연과의 교감을 그린다. 미야자키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야쿠시마에서 2,000살이 넘는 삼나무 숲을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투명한 연못, 반짝이는 나비, 강렬한 에메랄드 빛 거목이 있는 사슴 신의 숲을 만들었다.
P.329, 11장. 경계를 초월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