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장기하의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라는 뮤지션을 생각하면 늘 ‘독특함’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면 그 독특함이 때로는 대중의 범주를 벗어난 것처럼 보여 약간의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 "이 사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 하는 일종의 편견 섞인 의구심. 하지만 그의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덮으며 나는 그 편견을 기분 좋게 반성하게 됐다.
책 속의 장기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신중하고, 훨씬 재밌으며, 무엇보다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연예인이라는 화려한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니, 그 안에는 담백하고 단단한 알맹이가 있었다.
읽는 내내 "이 사람이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술 한잔 하며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의 문장은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 있었다.
산문집은 무섭다. 작가의 생각이 필터 없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장기하의 글은 쉽다. 술술 읽힌다. 그런데 가볍지는 않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단면을 포착해 자기만의 철학으로 밀고 나가는 그를 보며, 그가 쌓아온 내공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실감했다.
어려운 단어 하나 쓰지 않고도 삶의 깊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진짜 실력이라는 걸 그는 증명해 낸다.
이 책의 백미는 그의 변덕스러운(?) 인간미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라면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처럼 한 편의 글을 뚝딱 써 내려가더니, 뒷부분에 가서는 "이제 라면 잘 안 먹는다"라고 뻔뻔하게 고백한다. "아니, 이게 뭐야?" 싶다가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그 웃음 끝에 묘한 위로가 찾아왔다. 하루에도 수백 번 마음이 바뀌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른 게 사실 우리네 인생 아닌가. 그의 솔직한 변덕이 나에게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과 친근감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좋은 책의 기준은 명확하다. 읽고 나서 '나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책. 이 책이 딱 그랬다. 그의 글이 만만해서도, 혹은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고차원적이어서도 아니다. 그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보며 "아, 이런 생각도 글이 될 수 있구나"라는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그의 글을 읽으며 킥킥대고 공감했듯,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소한 즐거움을 주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멈춰있던 나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게 해 줬으니, 장기하라는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밖에.
한줄평
"상관없는 것들에 마음 쓰느라 지친 당신에게, 장기하가 건네는 가장 쿨하고 따뜻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