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꿈을 적는 칸에 항상 공무원을 적었다. 부모님 칸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관세직 공무원이셨다. 내가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는 교대 근무를 하셨기에 불규칙적으로 집에 오셨다. 또, 주기적으로 여러 지역으로 발령이 나셨다. 그러다 보니 매일 아버지를 보지 않는 게 익숙했다. 그럼에도 아빠가 좋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셨으므로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조금 더 자라서는 아빠 주변엔 사람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받는 아빠를 보며 “나도 아빠처럼 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아빠랑 같은 일을 하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란 어리석고 단편적인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도 사실 마음 한편엔 공무원이 꿈이라 하면, 꿈이 없어 보여 창피하기도 했다. 그저 안정적이어서, 하고 싶은 게 없어서 공무원이나 해야겠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기에. 그래서 대학에 진학할 때, 행정학과는 딱 한 곳만 적었다. 성인이 되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 내가 원하는 또 다른 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말이다.
대학생 초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문과가 할 수 있는 웬만한 직업을 모두 생각해 봤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건 공무원이었다(지금은 굳이 문과라는 테두리에 가둘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2년 반을 돌아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