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루 May 05. 2021

아이가 엄마 아빠는 하나요?

모든 아이들이 다 말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재활치료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병원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느 할머니를 만났다. 항상 잘 웃고 사람 좋아하는 아이는 그 할머니에게 여지없이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 아이고 이뻐라... 웃는 게 참 이쁘네요. 몇 살이에요? 아이가 몇 단어나 말하나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묻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 4살 (미국나이로 3살)이에요. 몇 단어 해요...ㅎㅎ" 

난 거짓말을 했다. 그 난처한 상황을 얼른 빠져나오고 싶었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모르는 사람인데 내가 거짓말을 한들 알게 뭐람... 그리고 남의 아이가 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 왜 관심을 갖는 거지? 그게 뭐가 중요한 거지? 그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그 말을 하고 돌아서는데 너무나 맘이 가라앉았다. 사실 나의 아이는 말을 못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은 때가 되면 무조건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알았다.

바바바, 다다다다, 아빠, 엄마, 이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내 아이가 장애가 있기 전까진 정말 관심도 없었고 그냥 다 되는 건 줄만 알았다.

그 짧은 단어를 하기 위해서 아이는 얼마나 많은 단어를 듣고 모방하고 생각하고 작은 입술을 벌렸다 오므리며 입안 근육을 움직이며 말을 하는지 평범한 분들이 어떻게 알까? 나도 몰랐는데....


말을 못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말을 못 한다는 건 단순히 표현을 못한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을 말을 통해서 의사를 표시를 하고 지식을 습득을 한다. 말을 통해서 생각이 정리가 되고 창조성이 생긴다. 예를 들어 빨강이란 것을 가르치는데 말을 못 하는 아이는 빨강이란 것이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다. 빨간색으로 된 물건을 다 가져와서 아이 앞에 두고 이건 빨간색이야 Red 야 했을 때 아이가 따라서 Red라고 말을 해야지 그게 더 빨리 습득이 된다. (물론 안 그럼 아이도 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Red라고 가르쳐도 왜 그게 레드 인지 그냥 레드는 레드인데.... 막혔다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레드 자동차를 보여주고 레드라고 했더니 자동차만 보면 다 레드라고 인식을 한다. 그게 아닌데.....


그만큼 대단한 것이 말하는 거다. 단어를 한두 개씩 하고 동사랑 명사를 붙여서 이야기하다가 질문을 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다가 논리적으로 말하고 이 모든 것이 말하는 그 행동 그 자체에서 아이는 스스로 배우는 것이다. 


말을 못 하는 나의 아이는 인지능력을 상대적으로 높으나 말을 못 하니 그 모든 답답함이 행동문제로 나타났다.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을까? 얼마나 조잘거리고 싶을까? 얼마나 많은 것을 나와 남편과 나누고 싶을까? 아이는 답답함을 몸으로 표현했고 꼬집고 때리고 머리를 잡아당기고 밀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했다.


미국은 피지컬 컨택에 대해서 엄격한 나라이다. 항상 나와 너의 바운드리가 정해져 있고 그 이상 가까이 오는 것도 싫어한다. 항상 적정거리 유지는 기본이며 그래서 만약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바로 철창행이다. 그만큼 피지컬 컨택은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몸으로 말하는 아이이다.


겁이 났다... 어떻게 아이를 길러야 하나... 아이를 키우며 나의 건강은 나빠져가는데 아이의 덩치는 점점 커지고 몸으로 말하는 아이의 행동은 점점 더 거칠어져만 간다.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한다고 고개를 도리도리 하다가도 다시 뭔가 수가 틀리면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나를 때린다. 나는 매 맞는 엄마이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의 아이의 목소리는 어떨까? 저음의 목소리일까? 고음일까? 허스키할까? 가는 목소리일까? 죽기 전에 내 아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꿈속에서라도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내가 친구들한테 공공연하게 하는 소리가 있다. 


" 내 아이가 엄마 물 줘하는 날.... 난 소를 때려잡아 동네잔치를 할 거야..."


엄마 물 줘가 아니더라고 단 두 글자의 말... 너무나 평범해서 더욱더 특별한 말....


엄마


내 아이의 입에서 이 말을 듣는 날이 올까? 두 손 모아 바래 본다


 


작가의 이전글 갑자기 바빠진 나의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