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마음을 안고 앉아 있는 시간

by Ellie

어제저녁, 밤새 눈이 왔다.

아침에 나와 보니 길은 미끄럽고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이런 날이면 집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도 나는 독서실로 나왔다.

해야 할 과제가 있고, 오늘도 영어를 조금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조용하다.

이 조용함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마음 한구석이 쓰인다.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고 놀아줘야 할 시간에

엄마는 여기 앉아 있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오늘도 엄마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걸

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미국 이민을 준비하겠다고 결심한 건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 생각 하나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 과정 한가운데에 있다 보니

당장의 빈자리가 더 선명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이 시간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과제를 하면서, 영어 문장을 다시 써보면서

나는 조금씩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이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남편의 도움도 크다.

말없이 아이를 봐주고,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게 해 준다.

그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오늘은 유난히 고맙다.


눈은 그쳤고,

나는 아직 독서실에 앉아 있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가면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과,

그래도 이 시간을 선택한 이유를 함께 생각한다.


아직 하루는 남아 있고,

이 오후도 지나갈 것이다.

지금은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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