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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Apr 10. 2019

간밤 꿈에는 시가 한편 나왔다

최승자 시인의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간밤 꿈에는 시가 한편 나왔다. 최승자 시인의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제삼자가 그녀의 사후에 쓴 느낌이 아니라 그녀 본인이 직접 자신의 죽음을 목도하며 쓴 시처럼 느껴졌다.

 시의 내용 중 기억나는 표현은 '당그랑 당그랑'이다. 어느 절간 앞에 흐르는 계곡 물은 워낙 차갑고, 어둡고, 깊어서 발을 물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당그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빠져들게 된다고 말이다. 보통 물로 걸어 들어가는 소리는 철퍽철퍽 난다고 묘사하는데, 그 소리가 작은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고 표현한 것이 재밌었다. 물속이 커다랗게 비었다는 뜻이었을까.

 그녀는 어둔 새벽에 계곡 물로 걸어 들어갔지만 익사하진 못한 모양이었다. 물가에서 생을 마감하지 못하고 불에 귀의했다. 자신이 머물고 있던 작은 초가집에 불을 지르고 그 속에 오도카니 앉아 생을 마감한 것이다. 아침이 되고 나니 잿더미 속에 남은 것은 대들보의 밑동 밖에 없더라-는 내용의 시였다.


 나는 꿈속에서 그 시를 본 것이 아니라, 그 시가 벌어지는 광경을 본 것이 아니라, 종이에 인쇄되어 나온 글자를 읽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그려봤다. 누가 그 시를 썼는지는 모른다. 그녀의 죽음에 대하여 쓴 시였지만 왜인지 문체는 그녀의 느낌을 풍겼다. 확실히 그녀의 분위기였다.  




 꿈에서 깬 후 검색을 해보니 52년생 최승자 시인은 아직 정정하게 잘 살아 계셨다는 후문.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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