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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rain 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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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Mar 08. 2019

어둡다고 모두 같은 어둠은 아니다



 묘한 불쾌함을 풍기는 끈적끈적한 아가리는 다물어질 줄 모른다. 파리지옥과 이것을 혼동했다가는 제 날개를 채 말리지도 못한 어린 나비 꼴을 면치 못할지도 모른다. 선의라도 모두 같은 결의 호의를 내비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어둠도 윤곽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한 치 앞을 구분할 수 없다 하여 모두 같은 어둠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둠은 선의와 달리 '결'이 아니라 '농도'를 달리한다.


 고집스럽게 꽉 다물려 있는 당신의 두 입술 새로 비집고 흘러나오는 단말마의 탄식과도 같은 그것의 이름은 당신의 이름과 같다. 떼어내어 구분 지으려 한다고 해서 결코 그 표피를 벗겨낼 수 없으리라.


 당신은 어린 나비다.


 고치에서 벗어나 젖은 날개를 파르르 파르르 쉼 없이 바들바들 대며 떨어대고 있는 무해한 나비다. 당신의 몸으로는, 당신에게서 나온 그 어떤 것으로도 당신은 그 누구도 해할 수 없으리라. 그 누구에게도 평생 씻지 못할 상처 따위 남길 수 없으리라.

 

 당신이 제 날갯죽지를 다 말리기 전에 추락시키려 하는 검은 아가리를 조심하라. 그것은 애석하게도 밤이 아니다. 그것은 낮의 떠오르는 태양을 가리고 있는 낮의 장막이다. 날갯죽지에서 채 마르지 못해 웅크린 나뭇가지 위로 추락하고 있는 점액질을 제 입에 담고 싶어 하는 어둠이다. 당신은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와 깊이로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또 다른 당신이다. 그것의 유일한 목표는 당신의 추락이다. 낮과 밤의 경계를 조심해야 한다. 몰려오는 것은 밤이 아니라 영원한 무기력의 불행이니까. 하릴없이 두 뺨 위로 점액질을 흘러내리게 하는 밤의 장막을 뜯어내어 아가리로 쑤셔 넣고 싶다는 당신의 결의는 아직 순진하다.


 당신은 어린 나비다.


 어둠이 원하는 것은 당신의 추락이다.


 낮과 밤의 어지러운 환상의 경계 속으로 날갯짓하는 꿈을 꾸는 당신은 아직 순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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