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화초를 화분에 키우기 시작한 지는 두 달여 정도가 된 것 같다. 마음으로 쏟아지는 보라색 빛이 만개하는 것을 보고 싶었으나, 뜻밖에도 처음 목격하게 된 것은 생명이 아닌 죽음이었다. 푸른 줄기들은 말 그대로 쓰러져 누웠다. 움트던 것들이 갈증으로 누워버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아이들을 손끝으로 흔들자, 삶의 향기가 공기 중에 번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제 몸으로, 가느다란 줄기들로 속삭여주었다.
아이들은 이틀 만에 다시 싹을 틔워냈다.
푸른 라벤더 무더기가 바람결에 이리저리 휘청이며 봄 향기를 짙게 피워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모순이다. 모순이다.
썩어가는 나뭇잎 냄새, 죽음 속에서 다시 움튼 생명의 냄새.
그래도 너는 우리를 사랑할 거잖아. 모든 것이 오래지 않아 스러져버릴 것을 알면서도, 우리를, 안아줄 거잖아.
태어나는 모든 것은 이미 죽음의 씨앗을, 몰락의 씨앗을 품고 있는 거야,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