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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rain 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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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Apr 22. 2020

설원에서 어미 늑대와 마주했다.

새벽 명상을 할 때, 잿빛 눈이 내리는 벌판에서 늑대와 마주친 장면을 떠올렸다. 나는 눈의 이불 위에 두 무릎으로 꿇어앉아 어미 늑대를 바라봤다. 나는 두려움보다 경외감에 가까운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늑대는 살짝 주둥이를 벌리고 뜨거운 입김을 내쉬었는데, 차가운 공기 중에 퍼진 그의 입김은 마치 운무처럼 번지다가 이내 흩어져 사라졌다.


우리는 서로를 응시했지만 한참이나 단 한마디의 언어적 의사소통을 나누지 않았다. 그러나 어미 늑대는 내 두 개의 수정체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나의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진실을 파악하고, 감정을 읽어내고 있었다. 내 영혼을 낱낱이 훑어내리고 있었다. 내 어떤 말로도 그 존재를 설득시키거나 회유시킬 수 없었으리라. 모든 의도와 속임수는 우리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는 침묵 속에서 곧 들통날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인위를 내려놓고 그와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내 머릿속에 피어나는, 넝마주이처럼 너덜너덜해져 굴러다니는 진부한 사념은 의미를 잃고 바스라들 뿐이었다.


내가 겁을 집어먹고 있다면, 그는 곧 알아챌 것이다. 나의 혀보다 나의 영혼이 한발 빠르게 그의 곁으로 내달음쳐 그 귓가에 진실을 속살일 것이니.


그는 나에게 전했다. 너는 우리의 핏줄이다. 약하면 버려지고, 강하면 살아남을 뿐. 돌아오라, 우리 곁으로, 내 딸아. 피보다 무서운 것은 공포심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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