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득 당신께 편지를써야 한다고생각합니다

by Ellie



나는 문득 당신께 편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수취인 불명의 편지인 셈이지요.


하지만 나는 당신께 내 안부를 전해야만 합니다.


지금은 새벽 5시.


타국의 라디오에서는 월광 소나타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베토벤 보다는 바흐를 더 좋아해요.


그의 음악에 종교적인 색채가 더 깊게 배어 있어서일까요?


어찌 되었건, 그의 비장한 선율은 듣기에 좋습니다.


시간이, 내가 있는 이곳은 시간이라는 것이 흐르고 있습니다.


모두들 적당히 외롭고, 슬프고, 허무해 보이는 곳이에요.


여기까지 써 내려오는 사이에 노래가 바뀌었군요.


이제 저는 헨델의 노래를 들으며 방 안에 걸려 있는 피카소의 추상화를 비스듬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이런 제가, 과연 현재를 살고 있노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걸까요?


낭만도, 깊이도, 모두 지나치게 무거워지고 귀찮아져 버린 이 시대에,


나의 취향과 기호는 고리타분하게 비치기만 할까 걱정이 됩니다.


하긴,


뭐 어떤가요?


원래가 그다지 생산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한 인간인 걸요.


그래,


그대는 어떤 지금을 보내고 있나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