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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May 11. 2018

요가 강사에 대한 왜곡 된 시선


 회사 신입사원 때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남자 동기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회사원을 오래 할 생각은 없고, 나중에 요가 선생님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을 때의 반응이 문득 떠오르는 날이라서.


 남동기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다. 내가 왜 요가를 더 공부하고 싶은지에 대해 묻는 이는 없었다. 다들 몸매에 관한 이야기, 나중에 남자친구가 좋아하겠다는 이야기 따위를 지껄이기 바빴으니까. 그게 성희롱인지도 모르고 그들은 낄낄거리며 히덕거렸다. 요가복 입은 사진 좀 보여달라고 했을 때는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들은 내 생각에 관심이 없고, 단지 요가 강사가 타이트한 운동복을 입는 것에만 골몰했는데 무슨 이야기가 더 진행되겠는가 싶어서.


 그 뒤로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여기는 발리 우붓. 요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직 요가 선생님이 되는 꿈을 못 버리고 있다, 조금 더 유연해지면 도전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내 발언에 이런 대답을 하셨다.


 “몸이 더 유연해지길 기다린다고요? 유연성에 기준이 따로 있나요? 다리가 양 옆으로 쫙 찢어지면 유연한 건가요? 그런 기준같은 건 없어요. 어떤 동작이 되면 선생님이 될 준비를 시작해도 좋고, 어떤 동작이 안되면 될때까지 몇 년 기다려야 하고... 저도 아직 박쥐 자세가 잘 안되는데요, 뭘.”


 선생님은 다리를 옆으로 쭉 찢는 동작을 해보이시며 씩 웃으셨다 “저도 아직 여기가 최대에요.”


 “선생님의 덕목이 유연성이 아니잖아요. 얼마나 요가에 대하여 애정과 관심이 있는지라던가, 수련생들을 케어하는 마음, 요가 철학과 명상에 대한 깊이.. 그런 것들이 좋은 선생님의 기준이에요. 그래야 수업에서 좋은 에너지를 형성할 수 있거든요. 요가는 운동이 아니라 에너지 수련이에요. 그러니까, 말라야 한다거나, 물구나무를 몇 분이상 할 수 있어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에요.”


 선생님이 다시 활짝 웃었다.


 화장끼 없는 얼굴에 질끈 하나로 묶은 머리로 해사하게 웃는 모습에서 깨끗한 에너지를 느꼈다.


 한국에서 요가 수업을 듣던 날들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40도가 넘는 핫요가 수업에서도 피부화장을 지우지 못하던 선생님들이. “이런 동작을 하면 똥배가 빠져요~ 덜렁 거리는 팔뚝 살 없애야죠~ 허리가 얇아져서 비키니 입으면 예뻐요~”라고 하던 그녀들이 말이다.


 우리는 모두 피해자에서 출발하여 가해자가 되어버렸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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