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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린 Mar 26. 2019

겟아웃; 미국문학과 트랜스휴머니즘

영화 '겟아웃'에 대한 분석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가 개봉되면서 이전작인 '겟아웃'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추세다. 겟아웃은 개봉했을 당시에도 화제를 모았는데, 감독의 신작이 개봉될 때마다 매번 언급되는 걸 보면 그 파급력이 엄청났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영화가 개봉되었던 2017년에 교내 프로그램 일환으로 학우들과 함께 보고 비평을 했었는데, 그때 느낀 바가 감독이 작품 내에 미국문학적 요소를 상당히 잘 사용했다는 점이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 겟아웃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번역에 대한 문제와 두 번째로는 결말에 대한 점이다.

  첫 번째로 번역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겟아웃은 악센트와 흑인문화가 굉장히 중요한 코드로 자리잡는다. 헌데 번역에선 이러한 요소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문자 그대로만 번역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 영국과 미국문화에서 언어의 악센트는  소속, 계층, 문화권, 직업 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인종이라는 요소까지 더 해지기에 이러한 번역의 문제는 결국 시청자로 하여금 영화의 의미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두 번째로 결말은 감독판과 일반판의 결말이 다른데, 감독판의 결말이 일반판의 결말이었더라면 상업성은 물론이고 작품에 담긴 깊은 의의까지 잡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겟아웃이 단순히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고 그것을 비판하는 것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데, 어느 정도 희망을 주려한 것인지 아님 통쾌하고 깔끔한 엔딩을 주고 싶었던 건지. 나로써는 의문이다.


  오늘은 미국문학의 요소들과 트랜스휴머니즘(=포스트휴머니즘)을 통해 겟아웃을 분석하고자 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초인본주의, 인간개선의 의미이며 과학기술과 인본주의를 통해 인류를 병, 죽음, 노화, 장애, 정신적고통 등으로부터 탈피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지만 나는 트랜스휴머니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겟아웃을 통해 내 의견을 어느 정도 밝히겠지만, 자세한 내용에 관해서는 따로 글을 올릴 예정이다. 확실한 건 내 사상과 관점으로는 너무나도 위험하고 기득권 중심의 이론이기에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이것이 인본주의적인 시도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1. 포스터에 대한 분석

  겟아웃의 포스터는 한 번에 들어오듯 흑과 백의 이분법적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이는 영화 내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기득권과 피기득권, 착취자와 피착취자, 사냥꾼과 사냥감의 구조를 암시한다.

  주인공 '크리스'의 신발끈을 거의 풀어헤치듯 대강 묶어놓은 모양새를 통해, 이러한 이분법적 구조에서 홀로 탈피하는 것이 어렵고 시련 가득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많은 분들이 언급한 바와 같이, 크리스의 모습이 영화관 의자에 앉은 시청자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이는 크리스를 통해 겟아웃에 담긴 내용은 단순 유희거리가 아닌, 영화를 보는 시청자의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의미이다.

  크리스의 시선 또한 시청자와 눈을 마주치는 게 아닌, 천장(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크리스(흑인)를 착취하고 억압하려는 것이 영화에 등장하는 백인들 뿐만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 그 자체임을 고발하는 요소이다.


2. 겟아웃에서 드러나는 미국문학적 요소

2-1 밤 속으로의 여정(Journey into the night)

  영화는 어두운 밤 에지우드 레인에서 한 남성이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는 미국문학,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자주 사용되는 요소인 'Journey into the night'을 나타내는 것이다.

  밤 속으로의 여정이라는 이 요소는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과 로버트 로웰의 시 '스컹크의 시간(Skunk hour)'에서 나타나듯, 당시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상징한다. 밤이 가지는 원래의 문학적 상징인 자아탐구, 성찰의 의미에 차, 특히 포드가 가지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결합하여 미국 사회에 벌어지는 문제와 인간소외, 자본주의의 한계성 등을 고발하는 요소로 등장한다. 이때 등장하는 차량이 정확히 어느 브랜드의 제품인지는 알 수 없으나, 포드였다면 더욱 드라마틱 했을 것이다.

  이 요소를 통해 감독은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흑인에 대한 범죄, 흑인이 처하는 사회문제에 대한 내용을 담을 것을 암시하였으며, 여전히 남아있는 인종문제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미국 내에서 흑인인권은 여전히 불안정함을 보여준다.

  이때 흘러나오는 노래가 'Run rabbit run'이라는 노래인데, 이 노래를 통해 흑인의 인종적 특성이 사냥감으로 전락한 영화 스토리를 암시한다.


2-2 미지의 자연

  첫 장면 이후, 빠르게 숲을 달려가는 장면과 함께 제목인 '겟아웃'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1. 문자 그대로 '여기서 도망쳐라'라는 뜻. 이 모습이 숲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 숲에서 도망가는 장면이라면? 어떤 시선인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단순히 숲을 지나치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2. 초기 미국문학과 문화에서 등장하는 자연에 대한 공포를 상징한다.

  미국문학은 크게 다섯가지로 나뉠 수 있다.

초기 식민지 문화; 메이플라워호가 정착했던 시대의 식민지문화와 종교, 커뮤니티 중심 문화
미국의 낭만주의; 낭만주의와 남북전쟁, 서부개척 문화
아프리칸-아메리칸 문화; 재즈, 블루스의 시작과 흑인 작가들의 등장
미국의 모더니즘; 잃어버린 세대-재즈세대-대공황으로 이어지는 1차대전 전후 문화
포스트모더니즘; 디아스포라-인종문제-페미니즘-퀴어이론-비트세대로 이어지는 2차대전 전후 문화

  위 장면은 이 중 초기 식민지 문화에서 볼 수 있는 자연(미지)에 대한 공포심을 상징하는 것으로, 커뮤니티로부터 추방되고 위험이 도사리는 자연 속에 버려지는 상황을 나타낸다. 흑인에게 있어 백인만 존재하는 커뮤니티는 결국 미지의 자연과도 같은 곳이며 위험이 도사리는 장소임을 의미한다.


2-3 빛(진리)과 눈(깨달음)

  문학에서 빛과 눈은 이성과 깨달음을 상징하는 요소이다. 특히 빛은 신으로 대변되는 존재로 등장하기도 하며, 신의 뜻, 이성, 깨달음, 진리를 의미한다. T. S. Eliot의 황무지에서도 나오듯, 빛의 중심(카메라 플래쉬)에는 진리가 존재하는데 백인들에 의해 세뇌된 흑인들은 카메라플래쉬를 통해 일시적으로 세뇌에서 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코피에 대한 의미가 굉장히 흥미로운데, 캡틴 마블에서도 주인공의 일시적인 깨달음이나 저항을 나타낼 때 코피가 나오는 장면이 등장했다. 미국 문학에서 코피가 따로 의미가 있는 걸까? 우연인지, 의미가 있는 건지 아직 알 수 없다.


2-4 낮-저녁-밤으로 이어지는 진실

  낮은 거짓을 의미하며, 만들어진 상황을 나타낸다. 낮 동안 크리스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지만 내내 백인들의 비위맞춤에 자신도 장단을 맞추려는 듯 애써 불편함을 외면한다.

  저녁은 서서히 두려움을 느끼지만 진실을 찾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크리스는 자신을 괴롭히던 과거와 마주치고, 집안에 맴도는 기이함을 눈치채지만 완전한 진실을 찾진 못 했다.

  밤은 진실, 내면을 마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크리스는 낮 동안 일어난 일을 곰곰히 생각해보며 불편함을 느끼고, 자신 옆에 있던 사자인형(포식자)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3. 미쟝센을 통한 캐릭터의 성격 암시

3-1 크리스

  크리스의 방은 조화로우며 잘 정돈되어있다. 강박증세를 보이거나 철저하게 좌우대칭을 맞추는 편은 아니지만 왼쪽이 좀 더 높으며, 오른쪽이 낮거나 작은 형태를 보인다. 사진의 위치도, 스탠드의 모양이나 높이도 계단형 느낌을 보이며, 첫 화면에서 스탠드가 살짝 기울어진 모습도 보인다. 이는 크리스가 조화로운 성격이지만 인간으로서 살짝 치중된 성향을 지녔음을 드러내는 요소다.


3-2 로즈

  이와 반대로 로즈의 방은 완벽한 대칭구조를 이룬다. 스탠드의 모양과 위치, 사진 정렬과 구도, 스탠드 옆 소품의 위치, 베개의 위치, 침대에 앉은 로즈의 자세 모든 것이 대칭구조다. 심지어 로즈가 찍은 셀카도 대칭을 이루는 구도로 촬영한다.

  이는 로즈가 가진 강박증을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하며, 동시에 우유를 세 번에 나눠 마시는 행위를 통해 이것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강박증은 계획성, 목적성, 완벽주의, 분리, 규율을 상징한다.

  또한 로즈를 중심으로 오른쪽(화면상 왼쪽)에는 접시를, 왼쪽(화면상 오른쪽)에는 사자인형을 둠으로써 오른쪽(정의)에는 사자를 통해 백인, 포식자를 나타내고 왼쪽(부정)에는 접시를 통해 흑인, 피포식자를 나타낸다. 로즈로 대변되는 백인우월주의자의 사상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3-3 아미타지 하우스

  아미타지 하우스는 전형적인 남부 미국 가정의 모습을 표방하며, 전통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래된 사진, 유서있는 단체, 가족의 역사 등을 남긴 사진을 통해 뿌리깊은 인종차별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함을 드러내고, 이들 가족을 통해 백인이 가지는 전통(사상)이 잘못된 것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구식티비, 빈티지 가구를 통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낸다.


3-4 타겟

  크리스와 박제사슴, 다트는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다. 진리를 상징하는 빛이 어두운 색의 갓에 가려 제대로 빛나고 있지 않다. 진리를 감춰가면서 누군가를 착취하려는 포식자의 심리를 드러낸다.


4. 영화에 담겨있는 미국 내 인종문제

4-1 시리얼과 샐러드볼

  샐러드볼과 멜팅팟(용광로) 이론은 미국의 인종 특수성을 거론할 때 등장하는 용어다. 그릇은 미국이고, 안에 든 다양한 채소와 과일은 미국 내에 있는 인종과 각 개인의 특별성을 의미한다. 하나 이 것이 가지는 문제점은 결국 이 안에서도 누군가는 다수이며, 누군가는 기득권(상층부)에 존재하며, 결론적으로 드레싱소스(문화, 규율)에 의해 하나로 버무러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등장한 단어가 멜팅팟이다.

  여기서 샐러드볼은 시리얼볼로 치환되며, 드레싱소스는 우유로 바뀐다. 하나 이것조차도 로즈는 분리한 상태이며, 이는 여전히 남아있는 백인우월주의 사상과 흑백분리정책을 찬양하는 이들의 생각을 드러낸다. 또한 로즈는 씨리얼을 한 개 씹어먹고, 우유를 세 번에 걸쳐 삼킨다. 흑인을 사냥감으로 삼아 착취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백인의 성정으로 이를 거부하고 씻어내고자 하는 속내를 암시하는 요소이다.


4-2 흑인 가정이 처하는 사회문제

  미국의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가 흑인편모가정이다. 미국의 흑인남성들의 경우, 여성을 임신만 시키고 책임지지 않거나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심각한 수의 미혼모, 고아 문제가 발생한다. 감독은 크리스의 가정을 통해 미국 내의 흑인편모가정과, 열약한 사회환경에 노출되어 모부를 일찍 잃고 홀로 살아가게 되는 흑인아이들의 현실을 담아내었다.


4-3 흑인의 육체에 대한 열망

  마르크시즘 이론에서 자본주의의 폐해 중 하나로 꼬집는 것이 모든 것을 상품화(commodification)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오면서 젠더, 육체, 정체성, 정신적 요소, 심리 등 결코 상품화되어서는 안 될 요소들 조차 판매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겟아웃에서는 기존에 차별받던 흑인과 히스패닉 계 인종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그들의 인종과 육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어가는 현실을 비판한다. 여전히 백인들의 사상은 히틀러의 아리안 우월주의와 다를 바 없으나, 육체의 상업화를 받아들이면서 백인이 흑인과 히스패닉의 인종적 특수성을 구매하고 열광하는 사회풍토를 지적하는 것이다. 예컨데 킴 카다시안으로 대변되는 카다시안-제너 패밀리가 가지는 흑인에 대한 열망, 흑인 육체를 따라하고자하는 시도와 아리아나 그란데로 대변되는 백인의 히스페닉 인종이 가지는 핫함, 힙스터적 요소에 열광하고 이를 상품화하려는 행위를 나타낸다.

  킴 카다시안과 아리아나 그란데의 특징은 모두 백인인종이라는 점이다. 물론 킴 카다시안은 혼혈이지만, 인류학적 요소로 본다면 동유럽계열인 아르메니아와 미국인 간의 혼혈이므로, 결국 인류학적 인종분류에 따르면 백인이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결국 이들은 순수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흑인의 외면을 따라하고 인종적 특수성을 상품화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겟아웃에서 비판하는 흑인의 외향에만 열광하는 백인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인다.

마찬가지로 위 백인들 또한 흑인이 가지는 억압, 차별의 역사를 외면하고 오로지 유행과 인기에 따라 흑인의 인종적 특수성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인다.


4-4 우생학에 대한 백인의 찬양

  우생학은 1920~30년 경에 유행했던 우월한 유전자에 대한 찬양과 백인인종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이론이 잘못되었음이 증명되었지만, 백인들은 그에 대한 반성이 아닌 더 나은 인종, 더 나은 유전자에 대한 열망을 흑인인종의 착취를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4-5 왜 그렇게 예민해?

  작품에 등장하는 백인들은 자신들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님을 주장하고자 흑인 유명인사를 여러번 언급한다. 이는 영화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백인들은 타 인종에 대해 같은 행동을 한다. 즉, 자신들이 하는 행동에 따라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껴도 '난 너희 인종을 사랑해, 대체 뭐가 불편하다는 거지?'라는 말을 내뱉고자 해두는 밑밥이다. 이는 흑인뿐만 아니라 여성과 남성, 노동자와 기득권, 성소수자와 헤테로섹슈얼의 문제에서도 동일하다.


4-6 미의 상품화

  작품 중 유일하게 인종적 특수성을 찬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미술딜러인데, 그는 크리스가 가진 인종적 특수성을 보고 구매한 것이 아닌, 그가 가진 심미안을 가지고자 경매에서 승리한다. 이는 정신적 요소, 순수, 신성한 것으로 찬미되는 아름다움 마저도 돈으로 사고 파는 현대풍조를 드러내는 것이다.


4-7 인종문제에 대한 흑인과 백인의 관점

  육체와 정신 모두 흑인인 크리스는 질문에 한참동안 망설이며 대답하지 못한다. 헌데 이 부분에선 굳이 이 질문을 하는게 일본인이라는 점이 아쉽다. 같은 유색인종임에도 동양인에 대해 가지는 스테레오 타입은 흑백 상관없이 유효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점처럼 여겨진다.


  반대로 육체는 흑인이나 정신적 백인인 남자는 자신의 경험이 대체적으로 좋았다며 만족을 표현한다. 흑인이 미국 사회에서 겪는 일련의 사건들, 사회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순수한 육체적 판단으로만 구분한다.


5.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비판

5-1 인종적 한계를 타 인종을 통해 해소하려는 시도

  친구 로드가 나오는 장면에서 트랜스휴머니즘 주의자들의 이론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 티비에서 흘러나온다. 이것이 아미티지 하우스에서 현실화 되며, 트랜스휴머니즘이 가지는 문제점인 자본에 의한 인본주의의 상실을 주장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인본주의와 탈신체화를 주장하지만 결국 이 속에는 자본과 기득권, 인종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이들이 주장하는 노화 삭제, 초 지능(super intelligence) 등의 문제가 과연 인류를 위한 것이며, 인본주의적인가라는 질문을 이들 스스로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내가 트랜스휴머니즘을 비판하는 이유는 트랜스휴머니즘을 주장하는 자들의 의견이 지나치게 긍정적이며 이상주의적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노화에 의한 죽음이 전쟁이나 테러에 의한 죽음보다 많으며 이것이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노화를 제거하여 인류의 수명을 증대하는 것이 초인본주의의 일환이라 주장한다. 나는 이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첫 번째로 노화로 인한 심각성을 주장하기 전에, 인구포화에 대한 문제를 인지해야할 것이다. 이미 지구의 인구수는 70억을 넘겼으며, 자원이 고갈되어가는 상태이므로 지속적으로 인류가 늘어나면 그로인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헌데 이 상태에서 노화를 제거하고 인구수 조절을 해결하지 못 한 다면? 또한 노화로 인한 심각성을 주장하였으나, 반대로 말하면 수명이 지나치게 늘어난 상태이므로 그에대한 부작용인 노화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을 지지하는 자들의 주장은 인본주의가 아닌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다. 이들은 자신의 주장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 지 스스로 뒤돌아봐야할 것이다.


5-2 인간의 정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오면서 등장한 '자아'에 대한 의문 중 하나가 '인간의 조건은 무엇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가'이다. 이전 사상에서 자아는 단순히 신의 소유물에서 인간중심으로, 국가에 소속된 자에서 개인의 자아와 같은 탈출, 분리의 문제였다면 마르크시즘, 정신분석,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내가 가진 자아가 온전히 나에 의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한다. 더불어 로봇, 복제인간, 인공지능, 기계화된 인간 등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결국 철학이 가지는 기본적 요소인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거대한 혼란이 생성된다.

  신체 일부를 인공신체(기계)로 교체한 인간을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뇌를 제외한 모든 신체를 기계로 교체한 인간을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복제인간을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인간의 유전자를 추출, 조작하여 만들어낸 인조인간이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실험관수정에서 일부 유전자를 변형시킨 배아는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인간에 의해 탄생되어지고 학습되어진 로봇과 인공지능은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이 중 무엇하나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 질문 자체에 모순이 있기에 답은 항상 오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겟아웃에서는 이런 인간의 정의가 '통제권'이라고 제시한다. 물론 이는 백인에 의한 주장이지만, 유색인종의 입장에서 이는 구분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뇌조차도 완전히 교체 되는 게 아닌, 일부분만 교체되면 과연 이들은 흑인이라 할 수 있는가, 백인이라 할 수 있는가?


6. 번역의 문제

  영화 중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흑인으로 몸을 바꾼 로즈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남부영어에 가까운 구식영어를 구사한다. 특히 로즈 할머니의 경우 영국 귀족같은 우아한 어투를 내뱉는 게 특징이다.

  이들의 말투가 영화의 중요 요소이자 중요한 암시인데, 이러한 것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문자 그대로 번역되었다. 차라리 유치하더라도 크리스의 말투에 유행어나 줄임말을 넣었더라면 훨씬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예컨데 꼬다바쳤다, 꼬질렀다 등으로 번역하고 고자질? 모함? 으로 바꿨다면 나았을 것이라 본다.

  할아버지 또한 촌스런 어투를 사용하는데, 번역을 좀 더 촌스럽거나 심한 사투리, 또는 과거 서울사투리를 사용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7. 결론

  겟아웃을 미국문학적,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비판적 요소를 통해 분석해보았다. 겟아웃이 잘 만든 상업영화에 불과한 건지, 어떤 의도가 있는 작품인 건지는 개인의 판단이다. 좀 더 다듬 거나 상업적 요소를 살짝만 줄였더라면 영화계의 판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곧 한국에서도 개봉할 어스는 이러한 요소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기대를 품으며 글을 마친다.


#Get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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