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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린 May 31. 2019

기생충; 공생과 기생의 사이

영화 '기생충' 분석

본 글에는 영화 '기생충'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며칠 전 '옥자'를 시청했다. 분석글을 쓰고자 하는 목적이었는데, 그 글을 완성하기도 전에 신작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단도직입적으로 둘을 평가하자면 나는 옥자가 좀 더 취향에 맞았고 기생충은 수작인 것은 분명하나 묘하게 나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기분이 든다. 두 작품 모두 블랙코미디이며 비판적 요소가 두드러지는데, 옥자 쪽이 좀 더 깊고 해석이 필요한 상징을 사용했다고 본다. 반면 기생충은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징과 비판의 대상이 명확하게 나타나며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물론 기생충이 좀 더 현실적이고 겪을 법한 사건을 다루기에 그러한 것이 가능하겠지만.

  영화 몇몇 내용 중에서 논란이 되는 것들이 있는데, 나는 그것들이 필수적인 요소였다고 보며 영화의 대사처럼 참으로 '시의적절한' 것들이라 여겨졌다. 그만큼 영화에는 최근에 빚어진 이슈들과 인간의 욕망, 계층간의 갈등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가득하다. 개인적으론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 '하녀'와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가길 권한다.


  본 글은 관람 1차 후 작성된 글이며, 이후 2차를 찍은 후 추가적으로 내용 수정 및 작성이 이루어질 예정임.



1. 포스터에 대한 분석


1-1 신발과 발

  두 포스터의 특징은 발이 강조되었단 점이다. 첫 번째 포스터에선 연교네 가족들은 신발을 벗고 있고, 기택과 기우는 신발을 신고 있다. 반대로 두 번째 포스터에선 기택네 가족은 신발을 벗고 있고, 연교네 가족은 신발을 신고 있다.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발이 여러번 강조된다. 반지하 집이 침수되었을 때 아들 기우의 신발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과 기택네 가족이 집주인 몰래 빠져나가는 장면에서 새까맣게 더럽혀진 기택의 발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이 존재한다.

  발과 신발하면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오르는데, 에스트라(고고)가 신발과 씨름하면서도 계속 그것을 놓지 못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신발은 육체를 상징하며 거기에 얽메이는 인간의 속성을 드러낸다.

  기생충에서는 맨발은 원초적인 것, 신발은 겉치레로 표현된다. 아빠인 기택은 맨발을 클로즈업 했고 아들인 기우는 신발을 클로즈업 한 것이 두 사람이 지향하는 바가 다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빠인 기택은 원초적 욕망을 지향하였고 그 결과 지하실에서 삶을 연명하며 그에 어느정도 만족하는 자세를 보인다. 반면 아들 기우는 겉치레, 남들에게 보여지는 욕망을 지향하기에 계속해서 계획을 세우고 성공을 통해 아빠를 구출해내는 목표를 세운다.

  엄마 충숙과 딸 기정은 첫 번째 포스터에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와 딸은 어느정도 이성적, 도덕적 태도를 가지고 공생을 추구하려 했음을 의미한다. 아빠와 아들은 감정적, 비도덕적 태도를 가지고 철저히 자신들만이 기생하려는 목적성을 가진다.

  충숙의 발에 난 상처는 그가 양심을 지녔으며, 공존하고자 시도했기에 가장 적은 처벌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충숙은 지하실남편과의 결투 끝에 가벼운 자상 정도를 얻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사회로부터 추방당하는 결과를 얻는다. *정정. 상처가 아닌 바퀴벌레 또는 곱등이로 추정됨.


1-2 포스터에 존재하는 수석

  수석은 영화 스토리에서도 상당히 큰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수석은 모두 집안에 존재한다는 점을 눈여겨 볼 수 있다. 첫 번째의 경우 기우가 수석을 들고 집에서부터 밖으로 나오고 있으며, 그의 몸이 완전히 집을 벗어나지 않고 걸쳐진 형태를 취하고 있다. 두 번째의 경우 기택의 뒤에 수석이 있으며, 바닥엔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다.

  첫 번째 포스터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존의 기생충(지하실남편)을 쫓아내고 자신이 새로운 기생충이 되고자 하는 기우의 욕망을 발견할 수 있다. 기우는 망설임이 많은 인물로, 상류층이 되고자 하지만 결국 자신은 그 위치에 오르지 못한다는 것을 예감한다. 그렇기에 경계로 상징되는 문에 서서 안도 바깥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존재한다.

  두 번째 포스터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신이 가진 욕망을 완전하게 쟁취한 기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기택은 이전에 지하실에 살던 지하실남편처럼 일도,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음식을 훔쳐 연명하고 부잣집에서 살고자 하는 욕망도 실현한다. 그렇기에 돌과 함께 완전한 내부에 존재하며 기생충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1-3 첫 번째 포스터의 구도

  첫 번째 포스터에서를 보면 연교의 집이 숲처럼 꾸며진 정원으로 감싸져 있고 정원 중앙에 인디언텐트가 있다. 정원은 영국의 문화와 미국의 문화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영국의 문화에서 정원은 상류층에게 필수적인 공간이며 사교의 장으로 활용된다. 집의 뒤뜰을 화려하게 꾸미고 초목을 다듬어 비밀스럽고 같은 계층 간의 문화교류를 이루는 목적인데, 연교가 벌이는 파티가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연교와 박사장에게 있어 정원은 자신들을 외부(하류층)와 차단하고 자신들만의 관계를 탄탄히 만드는 요소로 존재한다.

  반면 이를 미국의 문화로 본다면 정원이 아닌 숲으로 보여진다. 기우가 언덕을 거쳐 연교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잘 보면 계단 옆에도 나무와 초목으로 꾸며져있다. 포스터 또한 숲에 갇혀진 듯 나무가 돋보이는 형태로 디자인되어있다. 미국에서 숲은 개척 초반과 개척 이후의 관점으로 나뉜다. 개척 초반은 미지의 공간이자 죽음이 예정된 두려운 장소이다. 반면 개척 이후는 가능성, 부, 희망, 정복을 의미한다. 자신하여 숲(연교의 집)으로 들어가는 기우와 기정에게는 개척 이후의 관점으로 이들 집을 바라보지만, 이후의 장면에서 이들의 입장이 개척 초반의 관점인 미지와 죽음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연교의 아들 다송은 집 안에서 바깥을 보는 건지, 바깥에서 집 안을 보는 건지 모를 애매한 형태로 보이게끔 서있다. 실외 대리석바닥이 반사되는 걸로 보아 다송이 집에 있는 걸로 추정되는데 이는 다송에게 있어 집이 보호받는 공간이 아닌, 트라우마를 생성하는 공간으로 변질되었음 의미한다. 또한 외부에 있는 인디언텐트를 집보다 더 안전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림자 또한 포스터에서 눈여겨 볼 수 있는 요소인데, 기택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그림자가 잘 보이지 않으며, 광원 바로 아래에 노출된 것처럼 짧은 형태를 지닌다. 다송과 기우는 집안에 존재하기에 발목 바로 뒤의 그림자만 겨우 보이며, 연교와 박사장은 벤치 그림자로 인해 자신들의 그림자가 완전히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몸을 세운 연교의 그림자만 살짝 보인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직접적으로 폭행 당하거나 정신적 충격을 얻게 된다. 반면 기택은 유일하게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인물인데, 결국 이들 중 기택 혼자만이 터를 잡게 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1-4 두 번째 포스터의 구도

  연교가족이 가족 사진을 찍듯 중앙에 자리 잡고 있고, 기택가족은 액자마냥 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이는 상류층의 행복와 일상 유지를 위해 하류층의 노동력이 소모되며 이들을 위한 들러리로 존재하는 사회구조를 나타낸다.

  또한 개개인의 위치선정 또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인데, 첫 번째로는 기택네 사망자와 연교네 생존자 / 연교네 사망자 기택네 생존자가 붙어있으며, 두 번째로는 여성과 남성의 위치이다.

  첫 번째인 사망자와 생존자의 위치를 보면, 기택과 기정은 각각 사회적 죽음, 육체적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다. 연교와 다혜는 연인을 잃음, 남편을 잃음을 맞이했지만 결과적으로 직접적인 문제는 크게 겪지 않는다. 박사장과 다송은 각각 육체적 죽음, 정신적 죽음을 맞이한다. 기우는 꿈과 가능성을 잃고(집행유예), 충숙은 가족을 잃는다.

  두 번째인 여성과 남성의 위치를 보면 각 가정이 가지는 성역할에 대한 관점과 가풍을 볼 수 있다. 먼저 연교네 가족은 여여 / 남남으로 나눠서 있으며, 엄마와 아들이 앞줄에, 딸과 아빠가 뒷줄에 있다. 아빠가 딸과 아들을 잡고 있으며 엄마가 두 아이들에게 감싸지듯 자리를 잡고 있는데, 아빠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실질적으론 엄마가 지휘하지만 거기엔 아빠의 방관 또는 허락이 존재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이들의 위치를 보면 딸과 엄마, 아빠와 아들이라는 위치선정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이는  연교네 가정이 수직적 관계를 가지며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을 명확하게 구분짓는 모습을 의미한다. 가족이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고 백수로 사는 기택가족과는 달리, 연교의 집은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 고용인의 일과 계약자의 일이 철저하게 구분된 모습을 보여준다.

  기택가족은 엄마와 딸은 앞줄 의자에 앉아있고, 아빠와 아들은 뒷줄에 서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의자에 앉은 두 여성은 공생하고자 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연교가 앉은 것과 비슷한 의자에 앉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손모양을 하고 있다. 의자는 생각, 고민, 판단을 유보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도 두 사람은 지하실 부부를 걱정하며 이들과 재교섭을 시도하고자 했다. 기택과 기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욕망에 충실하고자 했다.


1-5 손

  두 번째 포스터를 보면 손이 보이지 않는 인물이 셋이다. 기택, 다혜, 기우. 반쯤 손을 가린 기정까지 눈여겨 보면 좋다. 손을 가리거나 씻는 행위는 범죄를 회개하거나 감추려는 의미를 내포한다.

  기택과 기우, 기정 세 사람은 범죄를 주도하고 연교네 집으로 가족을 끌어들이는 임무를 수행한다. 다만 기정은 온전히 욕망에 휩싸이지 않았음으로 손을 반 정도만 드러낸다. 기택과 기우는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지하실 부부를 감금, 살해하려 시도했고 공생을 거부한다. 거기에 기택은 가정부와 박사장의 피를 묻혔음에도 손을 씻지도 닦지도 않는다. 자신의 죄를 보며 후회하지만 회개하거나 타협하지 않는다

  다혜는 조금 독특한데, 자신의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나쁜행동(기우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을 한 거에 대한 죄의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다혜는 검정색 위주로 옷을 입은 가족들과 달리 흰색 옷과 구두를 입고 있는데 가족들 사이에서 혼자 겉도는 것을 의미한다.



2. 인물


  영화의 가제대로 등장하는 세 가정은 데칼코마니마냥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좌우, 상하가 반전되어있지만 결국 그 색과 형태는 같은 것처럼 이들 또한 미묘하게 다르지만 결국 같은 맥락을 지닌다.


기택과 박사장

  기택과 박사장은 가장이며 사업을 시도한 인물이다. 기택은 실패하여 반지하(하류층)에 머물고 박사장은 성공하여 언덕(상류층)에 머문다. 하지만 생존한 것은 기택이며 생존하지 못한 것은 박사장이다.

  두 사람에게 중요한 요소는 '선을 넘는 것'이다. 기택은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박사장에게 말을 걸지만, 그는 불쾌함을 표현하며 선을 넘지말라 경고한다. 여기서 선은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 박사장이 말한 선과 동시에 데칼코마니의 중심부를 의미한다. 중심부는 경계다. 기택은 같은 가장으로서 가지는 공감을 통해 경계를 무너뜨리고 상류층과 하류층이 아닌 '가장'으로 하나가 되고자 하지만 박사장은 그런 행동이 선을 넘는 것(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여겨 완강하게 거부한다.

  두 사람 모두 권위는 가지나 실질적으로 하는 게 없는 한국의 가부장적 남편을 그린다. 가정을 이끌어야 하지만 백수이며, 간간히 얻는 아르바이트 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무계획으로 지내다 결국 온 가족을 위기에 빠뜨리는 기택. 자식의 교육에 무관심하며, 아들이 기절한 날에 출장을 가버린 탓에 아무 도움도 줄 수 없었으며, 마지막까지도 타인에게 명령하다 죽음을 맞는 박사장. 결국 이들은 사회적 죽음과 육체적 죽음이라는 데칼코마니가 된다.


충숙과 연교

  충숙과 연교는 집안의 실질적 가장이며 가족을 위기에서 구출하고자 시도하는 인물이다. 또한 이들은 다른 인물에 비해 상대방에게 쉽게 신뢰를 가지는 면을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생존하지만 가족을 잃고 작은 상처를 얻는다.

  영화는 두 사람을 통해 상류층가정과 하류층가정의 모습을 명백하게 구분한다. 연교는 오가닉마켓에서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잔뜩 사고, 강아지 사료와 산책에도 세심하게 신경쓰며, 취미로 영어를 공부한다. 상류층의 상징적 요소가 모두 들어간 인물이다. 충숙은 수석을 선물해준 아들 친구에게 먹을 것이나 사오라며 볼멘소리를 내뱉기도 하고, 온 가족이 축하파티를 열며 삿포로 맥주를 마시는 동안에 혼자 필라이트 맥주를 마시고, 한때 투포환 선수로 활동하며 상까지 탔지만 현재엔 아무런 취미도 활동도 하지 않는다. 하류층 가정의 여성이 출산과 육아, 집안일을 통해 취미와 꿈, 취향을 포기하게 되는 현실을 나타낸다.

  이들 두 사람은 남편과 달리 실질적으로 집안을 이끌고 자식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을 던진다. 충숙은 아르바이트 사장과 가정부와의 갈등을 나서서 해결하고자 하고, 지하실남자와 결투를 벌이다 그를 죽임으로 가족을 살린다. 연교는 아이들의 교육과 집안 고용인들을 관리하고, 아들이 기절할 때마다 홀로 사투를 벌인다.

  두 사람의 행동은 외부표출, 내부표출이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진다. 충숙은 개인적인 요소(꿈, 취미)가 좌절된 만큼 외부적으로 갈등을 표출하고 연교는 개인적인 요소가 실현된 만큼 내부적으로 집중하여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기정과 다혜

  이 두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선,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려야 한다. 기정과 다혜의 공통점은 '그 집'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정은 다른 가족들과 달리 똑똑하고 다른사람을 순식간에 휘어잡으며 철저히 현실적이고 계획적인 모습을 보인다. 다혜는 아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정에서 겉돌며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문학에서 어떤 집단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는 거기서 배제되거나 죽음을 맞이한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머틀의 죽음을 떠올리면 된다. 머틀은 재의 계곡에서 사는 인물이지만 재가 뭍어있지 않는 인물로 등장한다. 즉, 그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기에 그는 그 장소에서 배제(죽음)될 운명을 지닌 것이다. 이는 기정에게 냄새로, 다혜에겐 성적행위로 이어진다.

  기정은 등장인물들 중 죽음을 암시하는 요소와 복선이 가장 세밀하게 설정된 인물이다. 반지하에 살면서 혼자만 반지하 냄새를 알아차렸으며, 모든 계획의 중심에 서 있으며, 혼자만 샤워장면이 등장하고, 혼자 부잣집에 어울린단 소리를 들으며, 물난리가 난 집에서 유일하게 물이 닿지 않고 가장 높은 곳(변기)을 찾아 앉아있는다. 처음 서류를 조작하던 때부터 운전기사와 가정부를 쫓아내게 하고, 샤워를 통해 자신에게 남아있는 냄새(출신)을 지워내려 하지만 곧이어 반지하(계층)로 돌아가게 되고 냄새를 지우려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그와중에도 기정은 원피스를 찾아내 계획을 진행하고, 상류층들 사이에 끼어들지만 처음부터 어울리지 못하는 장소였기에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개츠비의 머틀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 공간에 속하면서도 어울리지 못하며 그곳에서 벗어나려하지만 다시 되돌아가게 된다. 결국 탈출하려 뛰쳐나가지만 그 순간에 죽음을 맞이하는, 처음부터 죽음이 기정된 캐릭터들이다.

  다혜는 끊임없이 애정결핍을 드러내지만 이걸 발견한 건 가족이 아닌 외부인(기우)이다. 침대 옆에 허술하게 보관한 일기장들과 동생에 대한 질투, 짜파구리를 가지고 트집잡는 모습 모두가 애정결핍을 드러내고 해소하려는 행위이지만 모부는 그에 관심이 없다. 결국 일기장을 발견한 게 외부인이듯, 애정결핍 또한 외부인에게 해소한다. 다혜와 기우는 두 번의 손잡기와 두 번의 키스 장면을 거치는데, 문학적 상징에서 손을 잡는 것은 결합, 합의를 상징함과 동시에 성적결합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요소이다. 처음 기우가 다혜의 손목을 잡은 건 신뢰감을 주기위한 의도였지만, 다혜의 입장에선 자신이 가진 욕망과 애정결핍을 들킨 게 된다. 영드 셜록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셜록이 아이린 애들러의 손을 잡는 척하며 맥박을 짚고 여기서 아이린의 감정이 들통난다. 기우의 목적이 무엇이었던 간에, 결국 그가 가진 최종적인 목적(연교네 가족을 사로잡는 것)을 위한 발판이 된 것이다. 재밌게도 후반부에 나오는 키스장면에서 기우의 감정이 들통나는데, 다혜가 손목으로 감정을 들키는 것과 대조된다. 목적이 무엇이었던 두 사람은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들통나는 사이가 되었으며, 이는 다혜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도록 유도한다. 결국 다혜는 외부인과 선을 넘게 되고, 이후 증발해버린 듯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기우와 다송

  딸들이 가정에 어울리지 못 하는 인물인데 반해, 두 아들은 그들을 중심으로 가정이 돌아간다. 이들이 처하게 되는 결과가 이들 가정의 결과로 이어진다.

  기우가 과외선생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가족들 또한 연교의 집에 기생하고, 다혜와 부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가족들 또한 가짜 섹스스캔들과 연교를 향한 기택의 섹스어필(악수)을 시도한다. 결국 기우가 심각한 상처를 입고 살아난 것처럼 가족들 또한 반은 죽음을 맞고 반만 살아남는다. 기우는 기택과 기정의 중간에 선 인물이다. 기택은 무계획성과 무기력함을, 기정은 계획성과 추진력을 가지는데 기우는 늘 계획을 짜지만 실패하고 앞장서서 행동하지만 결정적인 타이밍에서 우유부단하게 행동한다.

  다송은 집에 존재하는 기생충을 발견하는 인물이다. 그로인해 충격을 받고 온 가족의 관심을 받지만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그림을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누나인 다혜가 일기장을 통해 애정결핍을 표현한 것과 동일하다. 기우가 시작을 주도하고 결판을 짓지 못하는 것처럼 다송또한 처음으로 발견하고 깨닫지만 확실하게 해결하거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기택가족의 냄새를 알아차리고 그들의 정체를 깨닫지만 더이상 탐구하거나 정체를 알아차리려 하지 않는다. 또한 지하실남편이 보내는 모스부호를 해석하지만 모부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간직한다.

  두 사람의 차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태도다. 기우는 이것이 현실이고 살아남고자 처절하게 행동하지만 다송에게 이것은 그저 탐험이고 기현상에 불과하다. 두 사람은 가정의 중심이자 동시에 두 가정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장치다. 연교가족은 어떤 이상현상이나 사건이 발생해도 또 다른 방안을 찾아 해결할 수 있지만, 기택가족은 그 계획이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를 떠나 한번 결정한 것에 온전히 매달릴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3. 여성 캐릭터


  이 항목은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기생충뿐만 아니라 봉준호 감독 자체에 느끼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착취하거나 지나친 성적 대상화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봉준호 감독이 소비한 여성 캐릭터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1.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서브 캐릭터 2. 모성애를 강조한 어머니 캐릭터 3. 사회에서 이상화되는 여성상 선호라는 점이다. 물론 이 세 가지에서 벗어나는 작품인 '마더'가 있지만 그것을 제외한 다른 작품에서는 이러한 형태를 띤 여성 캐릭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기생충은 이런 요소들이 정점을 찔렀다. 플롯을 탄탄하게 이끌어가고 위기의 순간에 가족을 구하는 건 모두 여성 캐릭터지만 이들에 대한 서사가 전무하다. 유일하게 여성 캐릭터 중 기정이 탄탄한 서사와 복선을 가지는데,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난다. 결국 모든 서사와 이야기는 기택과 기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4. 여성에게 기생하는 남성 비판


  영화에 등장하는 세 남편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여성에게 기생한다. 또한 기우와 기우 친구를 통해 죄의식 없이 미성년자 여성을 탐하고 착취하는 남성을 비판한다.


기택

  기택은 가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매번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로 등장한다. 가장(리더)의 결정이 필요할 때, 힘이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며 결국 책임을 회피하고 지하실에 숨어 생활한다. 또한 두 자식의 불법 행동을 보고 말리거나 훈육을 하긴커녕 '서울대 문서위조 학과',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며 칭찬한다. 피자가게 사장의 말처럼 네 명 중 불량인 하나가 바로 기택이다. 가정의 모든 일에서 방관하고 비도덕적 행동을 주도하기에 결국 기택의 가정은 파멸로 떨어진다. 기택의 아내와 아이들은 각자 계획을 주도하고, 목격자(지하실 부부)를 처리하고자 시도하고,  적과 맞서 싸우지만 기택은 모든 것에서 어설프게 행동하며 가족들에게 기생한다.


박 사장

  박 사장 역시 기택처럼 방관자적 인물이다. 둘의 차이점은 기택은 완전히 방관하고 자식의 행동을 적극 권장하지만 박 사장은 방관하면서 가장으로서 개입과 억압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박 사장은 아내에게 가정에 대한 모든 것을 맡기는데 그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트집을 잡는 면모를 보인다. 박 사장은 책임은 지지 않으나 권위는 원하는 인물이다. 이것이 '선'을 통해 드러나는데, 계속해서 선을 강조하며 기택과 갈등한다. 결국 선을 넘은 건 기택이 아닌 박 사장이었고 그렇기에 죽음을 맞이한다. 기택은 방관하며 책임지지 않거나 개입하면 어설프게나마 책임을 지는 반면, 박 사장은 반대의 인물이었기에 책임지지 않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지하실 남편

  지하실 남편은 완전히 아내에 의존하여 산다. 영화 제목 그대로 기생충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고시와 사업 실패를 연달아 겪으며 다른 사람의 집 지하실에서 살고 아내의 수발로 목숨을 연명한다. 그의 패턴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패한 남성인데, 고시->사업->집안일 및 돈벌이를 일절 하지 않고 아내에게 기생이라는 것이 그러하다. 이전에 작성한 걸캅스의 남편과 흡사하다. 살짝 어리숙한 면모도. 가정부는 이런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모신다. 고시도, 사업도 실패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자신에게 기생하는 남편이지만 오로지 남성이며 가족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남근숭배주의, 남아선호사상을 빗댄 모습으로 여겨진다. 아버지 세대에서 주로 나타나는 고시-사업병 문제와 할아버지 세대에서 나타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국 가부장적 남성을 혼재한 모습이다.


기우와 친구

  두 사람은 다혜가 애정결핍인 걸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다. 다혜가 고2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연애, 스킨십을 했지만 '스무 살이 되지 않았기에 정식으로 사귀는 관계는 아닌' 이상한 변명을 내뱉는다. 이들의 행동이 이루어지는 곳은 바로 집이다. 다송이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보호받지 못한 것처럼 다혜 또한 보호받아야 할 집에서 성인 남성에 의한 욕망 해소 도구로 이용되며 그것이 사랑이라 인식한다. 이후 기우는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 다혜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결국 다혜에게 욕망도, 이해관계도, 목숨조차도 기생한 셈이다.


5. 섹슈얼리티

  영화는 지속적으로 섹슈얼리티 요소를 등장시킨다. 1. 기우와 다혜의 스킨십 2. 기택이 충숙의 엉덩이를 만지는 장면 3. 연교와 박 사장의 유사 성행위 4. 지하실의 콘돔 포장지

  이러한 섹슈얼리티 요소는 부와 빈부, 계층 상관없이 모두 성에 대한 본능은 동일함을 나타내며, 이들의 성적 행위를 원초적이고 불쾌하게 표현함으로 성적 행위가 갖는 숭고함을 무너뜨리고 오로지 본능에 따르는 욕망을 표현한다.


기우와 다혜의 스킨십

  기우와 다혜의 성적 행위는 금기시되어온 '미성년자의 성행위'를 세상에 드러내려는 시도다. 미성년자에게도 성적 욕망이 존재함을 보여주며, 사회가 외면하는 것뿐이지 이러한 행동이 아주 쉽고 가장 사적인 장소에서 자행되는 것을 보여준다.


기택이 충숙의 엉덩이를 만지는 장면

  기택 가족의 유대감, 애정을 드러내는 요소임과 동시에 기택이 가지는 천박함, 아내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성착취를 보여준다.


연교와 박 사장의 유사 성행위

  숨어있는 기택 가족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기생충인 기택 가족은 숙주인 연교 부부의 가장 원초적인 행동과 비밀마저도 지켜봐야 함을 의미한다.


지하실의 콘돔 포장지

  지하실에 숨어사는 부부조차도 성적 욕망을 해소한다. 결국 성은 계층, 상황 할 것 없이 원초적으로 발산되는 욕망임과 동시에 하류층이 가장 쉽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임을 나타낸다.



6. 비판적 요소


  영화에서 당연 돋보이는 요소는 블랙코미디와 비판적 요소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적이고 동시대의 사회문제를 영화에 잘 녹여내는 특징을 지녔는데, 이번 영화는 이러한 비판적 요소가 상당히 많으며 조소적이고 희화적인 태도를 지닌다.


6-1 실속 없는 스펙과 취업시장

  기택 가족은 다재다능하며 수준급의 실력을 지녔음에도 무직이다. 연교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는 건 사기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그 집을 장악하게 되는 건 그들이 가진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기우의 수업실력을 테스트하는 연교,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다송과 연교를 사로잡은 기정, 커피를 들고 기택을 테스트하는 박 사장. 반면 기우의 서류를 비롯해 이들의 경력이나 실력을 입증해줄 자료는 허구의 것이며 연교 부부 또한 그것을 요구하지 않거나 불필요하게 여긴다. 이들이 무직으로 살아가는 이유가 명확한 스펙이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현재 취업시장이 기형적일 정도로 취업과 관련없는 자격증, 스펙, 여행경험 등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떠올려본다면 씁쓸한 장면이다.

  반면 부유하며 각종 증명서가 있는 연교 부부의 경우, 연교를 통해 이러한 것들이 무의미함을 드러낸다. 연교는 취미로 영어공부를 하지만 도중에 잠들어버리고, 자신의 고용인들을 통해 배운 영어를 활용하고 지식을 드러내려 한다. 연교 캐릭터가 가지는 지적허영심이 드러나는 요소인데, 스펙과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6-2 인맥 주의

  연교는 자신이 고용한 직원들에 의해 뒷통수를 맞으면서도 아는 사람을 통한 소개를 멈추지 않는다. 결국 이는 연교의 가정을 파탄내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 집안, 뒷배 등을 통해 유리한 자리를 얻는 경우가 다분하다. 이런 경우 발생하는 결과도 비슷하다. 불법행위, 횡령, 비극.


6-3 섹스 스캔들과 마약

  연교 부부는 운전 기사가 섹스 스캔들을 벌인 것으로 추정하고 그를 해고한다. 운전 기사가 카섹스와 마약을 했을 거라 추측하며 혐오하지만, 결국 자신들도 그 사건을 포르노로 삼아 유사성행위를 한다.


6-4 위법을 저지르는 청년층

  기우의 친구, 기우, 기정은 위법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권한다. 범죄가 다양해졌으며,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동시에 청년들이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범죄에 노출되고 재생산하는 주체로 움직임을 보여준다.


6-5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경찰과 의사

  최근들어 각종 범죄와 의료사건이 급증했다. 이러한 것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찰과 의사를 넣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들 가족의 비극이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에서 비롯됨을 의미한다.


6-6 중산층 허상과 피지배계층 간의 갈등

  1950년경 미국에서 사용된 강력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있는데, 바로 중상층이다. 이전까지는 지배와 피지배, 귀족과 일반인,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분법적 구조였다. 각종 사회적 갈등과 혁명을 겪은 지배계층은 중산층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상류층을 향한 분노를 돌리는 완충장치이며, 하류층이 상류층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한계점을 정해준다. 예컨데 매년 기준을 바꿔대며 집은 얼마, 땅은 얼마, 차는 몇 개 등의 기준에 맞춰야 중산층이라는 허상을 심어줌으로써 하류층이 구조와 상류층에 대한 분노를 가지지 못하게 한다. 또한 중산층이 되고자하는 욕망을 지속적으로 심어줌으로써 소비를 촉진하고 저항과 혁명에 대한 욕구를 상실하게 한다.

  이러한 것처럼 영화에선 연교 부부(상류층)-고용인 및 기생충(중상층)-기택 가족과 지하실 부부(하류층)으로 계층을 구분한다. 하류층인 기택 가족과 지하실 부부는 구조나 상류층을 탓하는 게 아닌,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며 싸운다. 상류층이 맞추어둔 기준(선을 넘지 말 것)에 충실하게 따르며 중산층이 되고자하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기업과 기득권, 정치에서 비롯된 문제를 두고 피지배계층 간의 갈등, 분쟁, 이념대립이 이루어지는 것과 동일하다.


6-7 일본 제품

  영화에선 일본 제품이 두 번 정도 등장한다. 1. 기택 가족이 필라이트 맥주를 마시다 이후 전원 취업한 후 삿포로 맥주를 마시는 장면 2. 지하실을 여는 장면에서 등장한 일본어가 적힌 박스

  일본 제품의 성능, 맛, 퀄리티를 떠나 단순히 고급스럽다 여겨지기에 이를 선호하는 현상을 비판한다. 부유층의 일본 제품 선호증상이 그러하며, 일반인 또한 일본 제품은 비싸고 그만큼 고급스럽다고 인식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판이나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저 인식하고 수용할 뿐이다.



7. 블랙코미디 요소


7-1 북한, 리스펙트

  지하실 부부를 통해 하류층이 가지는 상류층에 대한 맹목적 찬양, 파시즘적 사고를 비판한다. 가정부가 북한정권을 찬양하는 아나운서 흉내를 내고, 남편은 집주인인 박 사장을 신처럼 떠받는다. 이들 부부에게 있어 연교 부부는 그들의 인성이나 진실성은 중요하지 않고, 그저 그들이 빌붙을 수 있는 숙주라는 사실만 존재한다. 숙주는 쉽게 기생충을 내쫒고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기생충은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사실 북한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한때 진보인사 블랙리스트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조소일 수도 있고, 어떤 사건만 터지면 북한, 미사일 염불외는 누군가를 향한 조롱일 수도 있고.


7-2 결핵

  결핵은 후진국적 질병으로 여겨지는데, 한국은 후진국에서 벗어났다고 자명하면서도 결핵환자가 상당한 케이스다. 이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의미하는 것인데, 연교의 행동을 통해 빈부격차에 시달리는 이들이 혐오받고 사회로부터 존재를 지움받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국은 어떤 대상을 혐오하기 위해 존재를 지우는 방법을 쓴다. 그렇기에 결핵을 이유로 가정부가 쫓겨나고, 실패를 거듭했기에 기택과 지하실남편이 사회로부터 쫒겨난다.


7-3 치킨집, 대만카스테라

치킨과 대만카스테라는 한국의 정서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요소다. 정년퇴직한 중년이 퇴직금을 털어넣어 창업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업에 대한 지식이나 사전조사 없이 맹목적으로 주류를 따라 편승하는 소시민의 삶을 나타내며, 어떤 이슈가 발발하면 그대로 휩쓸려 풍비박산하는 한국의 현실을 의미한다.



8. 상징


8-1 수석

  수석은 '재물운을 올려준다'며 기우의 집으로 들어온다. 수석이 나오는 장면은 아래와 같다. 1. 기우가 일자리를 권유받던 날 2. 기우가 월급을 받은 뒤 취객을 내쫒기 위해 달려나가는 장면 3. 침수된 집에서 떠오르는 수석 4. 체육관에 누워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는 장면 5. 지하실 부부를 죽이기로 결심한 장면 6. 모든 것이 끝나고 수석을 계곡에 돌려놓는 장면

  수석은 계층에 대한 욕망이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수석은 기우가 상승된 계층에 대한 확신성이 필요할 때마다 그의 곁에 존재한다.

  기우가 일자리를 권유받던 날, 수석은 이들에게 희망이다.

  기우가 월급을 받은 뒤 취객을 내쫒기 위해 달려나갈 때, 수석은 자신들이 더 이상 하대받을 처지가 아님을 공고히하려는 목적이다.

  침수된 집에서 떠오르는 수석은 잘못된 걸 알면서도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모습이다.

  체육관에 누워 수석을 껴안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지만 돌이킬 수 없기에 파멸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하실 부부를 죽이기로 결심하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기우가 가진 태생적 한계인 우유부단함과 욕망이 충돌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나고 수석을 계곡에 돌려놓는 것은 결국 계층상승은 자신이 취할 수 없음을 깨달으며 욕망을 내려놓는 자세다.


8-2 반지하와 지하실

  기택 가족과 지하실 부부는 같은 형편, 같은 계층임에도 자신들이 더 낫다며 싸움을 벌인다. 이들을 분리하는 요소는 거주하는 위치가 지하와 반지하라는 점과 연교네 집을 차지하게 되었을 때 그 집을 활용하는 방법이 상이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 중심을 들여다보면 지하든 반지하든 지상이 아닌 공간에 거주하며, 방법이 어떻든간에 자신들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것에 기생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결국 자기혐오를 하고 있으며 같은 계층의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끊임없이 자신 스스로에게 허위의식을 심는다.


8-3 물과 비
  물은 정화와 탄생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영화에선 이들이 어느 계층에 속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뒤바뀐다. 상류층인 연교 부부에게 비는 갑작스런 사건이며 다음날 미세먼지 없이 깨끗한 하늘을 위한 준비 정도로 여겨졌지만, 하류층인 기택 가족에겐 살아온 터전을 잃고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한 번에 앗아가는 시련이다.

8-4 구토와 변기
  변기는 분출, 해소의 도구다. 가정부가 뇌진탕 증세를 겪으며 구토(억울함을 호소)하고 기정은 역류(카르마)하는 변기를 누르며 그 위에 앉지만 결국 가정부의 남편이 복수하는 것으로 돌려 받는다.

8-5 일리노이와 시카고
   이 두 장소는 연교의 집에 대한 기택 가족의 욕망 표현과 동시에 작업의 진전, 속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리노이는 인디언 한 부족의 고향으로, 원주민과 식민지 개척자 간의 전쟁인 블랙호크 전쟁이 발생했던 지역. 시카고 또한 인디언 부족이 살던 곳인데, 서부 개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장소. 무역 거점지이자 미국의 산업을 지탱하는 장소였다. 칼 샌드버그의 시 '시카고'에서 엿볼 수 있듯  마초적이고 빠른 팽창을 거듭하던 곳.

8-6 기우와 기정
뭐 쓰려고 했는지 까먹음

8-7 인디언
  네이티브 아메리칸과 미국, 기택과 박 사장은 상호간에 공생하는 존재처럼 그려지나 착취와 착취당하는 자의 구조다. 현재 네이티브 아메리칸은 미국으로부터 국가보조금을 받고 생활하며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아간다. 이들을 세금만 낭비하는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기택 역시 박 사장에게 붙어 그에게 월급을 받고 사는 기생충이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네이티브 아메리칸은 미국 개척자들이 터전을 잡을 수 있도록 농사와 생존법을 알려주고 적극적으로 그들을 지원했다. 또한 이들이 보조금을 받게 된 것과 심각한 알콜중독을 겪는 게 정치적 이해관계로 빚어진 사건이다. 네이티브 아메리칸을 보호한다는 명목하게 이들의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이들이 저항, 반항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배급품에 술을 넣어 알콜중독에 빠지도록 유도하였다. 마찬가지로 기택 또한 시작이나 목적이 어떠하든간에 연교 가족의 편의와 이득을 위해 자신들의 능력, 노동력을 희생했고 이 과정에서 인격모독 등을 통해 감정 착취 또한 이루어진다.



9. 결론

  기생충에 대한 나의 평가는 3.7 / 5
  상당히 많은 상징과 탄탄한 복선이 돋보이고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비판적 요소가 강렬하고 위트있게 존재한다. 다양한 사상적, 문학적 시도 또한 함께 이루어졌으며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가능한 여지 또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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