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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린 Jul 16. 2019

미드소마; 집단 그리고 희생

영화 '미드소마' 분석




본 글은 영화 '미드소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유전으로 독특한 공포 장르를 선보였던 아리 에스터 감독이 신작 미드소마를 발표했다. 아리 에스터 감독 특유의 약에 취한듯 정신없는 연출과 가장 친밀하고 안정이 되어야할 가족이 공포, 위기를 제공하는 스토리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전작 유전과 연결된 스토리 같다는 평이 상당히 많은데, 전작을 보지 않아 판단하긴 어렵지만 아리 에스터가 어떤 특색을 지녔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해석하기에 참으로 친절한 영화라 잘 봤다는 생각이 든다.

 미드소마를 어떤 관점에서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드는데,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환생과 순환, 그리고 집단의식과 희생의 관점에 집중할 것이다. 사이비 종교라는 평이 많은데 이를 배제하는 이유는 종교의 여부를 떠나 이런 형태를 유지하는 공통체 집단(아미쉬 공동체나 몰몬교 같은)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춘다. 또한 호르가 공동체가 보이는 종교행위가 원시 또는 고대 종교와 흡사하며, 마약성 허브에 취해 극도의 쾌락, 환각을 보는 행위 또한 고대 종교제례에서 흔히 보였던 것이므로 이를 단순히 마약에 취해 살인을 일삼는 사이비 종교로 보는게 아닌, 태고적 인간 공동체 또는 원시적 집단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환생과 순환은 농경사회에 존재하는 토속신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제인데. 인간은 자연에서 비롯되며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재생하는, 작물과 인간을 동일시 하는 관점이다. 집단의식과 소수의 희생은 일반적인 단체집단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나, 폐쇄적이고 유기적인 집단에선 이것이 더욱 강화된다. 소수의 희생을 숭고함으로 추앙하며 신성시함으로써 결국 소수로 하여금 희생의 낭떠러지로 밀어넣는다.

 그러므로 이 글은 토속신앙적 요소와 집단광기를 중심으로 영화를 분석한다. 상징과 복선이 상당한 영화이기에 긴 글이 되겠지만 하나씩 분석해가며 즐겁게 써보고자 한다.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아쉬운 점을 먼저 말하자면, 뜻이 온전히 와닿지 않는 번역이 존재했다. 수태시킬(impregnate)을 만날 여자로 번역한 것과 봄의 왕(May queen)을 5월의 왕으로 번역한 것이다. impregnate의 경우, 정서적인 문제나 심의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미래를 예지하는 부분이었기에 완곡하게 번역한 건 정말 잘못된 점이다. 또한 서양문화에서 5월은 새로운 삶, 시작을 의미한다. 그리고 영화의 시기 상 6월 중순인 하지 축제에서 풍요를 빌 왕을 뽑는 것인데 5월의 왕이라는 번역은 잘못된 것이다. 정말로 계절 뜻을 지닌다면, 5월 왕이 아니라 6월 왕이 되었어야 맞다. 대니가 봄의 왕이 된 것은 대니의 삶이 새로 태어났다는 것, 공동체의 풍요를 축복하는 의식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데 번역의 문제로 이러한 것들이 와닿을 수 없게 되었다.



0. 포인트

 상징: 노란색, 태양빛, 숫자 3, 같은 상황에 처한 대니와 마야

노란색과 숫자 3은  미드소마에서 죽음을 상징하며, 태양빛은 탄생을 의미한다.

노란색: 노란색 가스관, 테리가 입은 노란색 티셔츠, 사진 속 노란색 옷을 입은 인물(대니나 테리 중 하나), 대니의 액자 위에 올려진 노란색 화관, 모부님의 노란색 이불과 노란 베개, 헬싱글라드가 적힌 노란색 현수막, 마을을 향해 피어있는 노란 꽃, 태양을 형상화한 노란 정문, 노란 성전, 노란 케이크와 노란 초, 노란 꽃으로 만든 차, 노란 화관을 쓴 대니, 노란 성경, 대니의 악몽에 나오는 노란 이불들(대니 제외)

숫자 3: 3번의 전화벨, 3번의 메일, 3명의 죽음(대니가족), 3번의 비명(코니), 삼각형 성전, 6시간 동안 기절한 대니, 3번에 걸친 망치질, 5명 중 3명을 바친 펠레, 자신을 포함해 3명 중 3명을 바친 잉마르, 6월 중순, 6명의 외지인, 9일간의 축제, 90년만의 의식, 9명의 제물, 약 30명으로 추정되는 봄의 왕, '3년 6개월'간 만났다고 주장하는 크리스티안

태양빛: 절벽에서 죽는 두 노인을 비추는 햇빛, 춤추는 대니를 비추는 햇빛, 성교를 하러 일어선 마야를 비추는 햇빛, 울며 뛰쳐나가는 대니를 비추는 햇빛

대니와 마야: 대니는 동생에 의해 모부님(2명)의 죽음을 겪는다, 마야는 장로(2명)의 죽음을 겪는다, 햇빛이 대니를 비춘 후 대니는 봄의 왕이 된다, 햇빛이 마야를 비춘 후 마야는 짝짓기를 한다, 대니는 왕이 된다, 마야는 수태한 여자의 복장을 한다.



1. 플롯과 기법


1-1 플롯의 구조

 미드소마의 플롯은 [ 액자식 구성을 통한 플롯 제공->공간적 배경과 계절(시간) 설명->주인공의 과거와 상황에 대한 지식 제공->본론의 시작->주인공이 겪는 갈등 제시->환상적 세계로 이동(죽음)->픽션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짐(공간과 시간 개념 파괴)->픽션과 혼연일체되는 주인공(재탄생) ] 의 구조를 갖는다.


1-2 액자식구성

 미드소마는 그림을 통한 액자식 구성을 채택하고 있다. 그림을 통해 사건을 미리 보여주고 그것이 잊혀질 때즘 인물이 등장해 하나의 전설인 것처럼 설명한다. 첫 장면에서 중세시대 성경책에서나 볼 법한 기괴한 그림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을 살펴보면 플롯을 압축한 내용이다.

1)어두운 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밑으로 가스로 죽은 모부님과 자살한 여동생, 대니 만이 죽음의 고리에서 벗어났다. 2)가족의 죽음 후 슬픔에 빠진 대니와 적극적으로 위로하지 못하는 크리스티안. 이 둘을 지켜보며 그림을 그리며 관찰하는 펠레. 3)펠레가 피리를 불며 광대와 학자, 기사와 공주를  이끌고 가는 장면 4) 천국(공동체)으로 입성하는 이들 5)태양 아래서 축제를 즐기며 하나되는 공동체.

 이후 문이 열리듯 그림이 반으로 쪼개지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쪼개지는 위치가 바로 3번째 그림이다.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기점으로 하여 5명의 인물들은 기존 세계에서의 죽음을 맞이했음을 의미한다.

 노래와 함께 눈으로 덮힌 지역, 소나무, 산, 얼다만 강과 호수가 보이고 다시 나무, 숲, 어둑한 숲길을 비추며 동시간대에 있는 주인공, 대니로 전환된다. 이 장면은 [ 눈에 덮혀 드러나지 않았던 비밀공동체->공동체가 드러남->죽음과 재생을 의미하는 강->새로운 나무의 등장->숲(공동체)과 하나가 된 나무->공동체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감] 으로 해석할 수 있다.

 뒤이어 주인공이 등장하고 가족이 죽는다. 절규하는 대니와 크리스티안이 점점 화면 밖으로 나가고, 창밖에 날리는 눈발을 비추며 제목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프롤로그, 동화로 치면 '옛날 옛적에 어느 먼 나라에 공주님과 왕자님이……' 하며 배경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의 장면들은 오래된 동화책이나 고문서를 꺼내 한 장씩 넘기는 것과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후 이어지는 본론 또한 향후 일어날 사건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그 그림에 해당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그림을 통해 그 인물의 운명이 결정되었음을 나타낸다. 어린 왕과 곰 그림은 봄의 왕이 되는 대니와 제물이 되는 크리스티안을, 두 남자 제물 사이에서 고민하는 봄의 왕 벽화 아래서 잠을 자던 대니는 정말로 왕이 되어 제물을 결정하고, 성교 그림 아래서 잠을 자던 크리스티안은 종마로 이용된다. 또한 불타는 곰 그림을 보던 크리스티안은 제물이 되어 곰 가죽 속에서 불에 탄다.


1-3 메타픽션

 메타픽션은 캐릭터가 자신과 자신이 존재하는 장소가 픽션임을 인지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언급하여 관람자를 혼동에 빠트림으로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픽션이면서도 현실이 되는 이야기다.

 쉽게 얘기하자면 관객은 이야기가 허구라는 것을 인지한 상태이며 누가봐도 가짜 이야기다. 캐릭터 또한 자신은 만들어진 존재이며 자신이 등장하는 이야기 또한 현실이 아닌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다 이야기에 젖어들 즘이면 캐릭터가 나타나서 이거 픽션인거 알지? 하며 상기시킨다. 거기서 괴리감이 오고 그 영향을 받아 현실까지 뒤엉키는 것이다.

 미드소마는 메타픽션인척, 아닌척 애매한 경계를 흔들며 관객을 혼란 속에 빠뜨린다. 한 집단의 생활방식을 연극처럼 보여줌으로써 동화와 극의 오묘한 중심에서 관람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이처럼 플롯 속에 메타픽션을 활용한 요소(축제=연극)가 존재함으로 경계가 무너지고 현실에 영향을 받는 주인공을 보면서 관객 또한 현실과 픽션의 괴리감이 생기고 모호함 속에 빠져드는 구조다.

 계획(연극)의 설계자(화자)인 펠레는 대니와 친구들을 공동체로 초대하며 자신들의 의식을 '연극'이라는 식으로 표현해 미드소마 캐릭터들에게 메타픽션을 시도한다. 이들 캐릭터에게 미드소마 세계관 자체는 현실이지만 공동체 축제는 펠레에 의해 메타픽션이 되는 것이며, 대니는 픽션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픽션과 현실이 뒤바뀌는 것을 선택한다. 또한 영화 내 메타픽션적 요소인 연극(축제)은 미완성 작품이다. 잊지말자, 축제는 9일 간이다. 극중극을 주도하던 이가 펠레에서 대니로 옮겨온다. 대니에게 이들 공동체는 더 이상 펠레에 의한 픽션이 아니라 현실로 바뀌며, 자신이 이야기를 주도하는 화자로 설정된다.

 결정적으로 절벽 장면에서 금발소년이 관객을 향해 뒤돌아보며 미소짓는다. 이 작품이 메타픽션을 시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1-4 운명론

 미드소마는 운명론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1에서 설명한 액자식 구조와 메타픽션을 사용하고, 추가적으로 각 등장인물이 처음으로 등장하며 하는 언동과 그림을 통해 운명을 암시한다. 첫 장면의 그림, 영화 중간중간 나타나는 그림과 벽화들이 모두 영화의 스토리, 각 캐릭터의 운명과 연결되어있고 실제로 그렇게 이어진다.

1) 대니: 대니와 가족들은 가스관으로 연결되어있고, 해골(사신)이 대니의 배꼽에 연결된 가스관을 끊어낸다. 이는 가족과의 끊어짐이 곧 새로운 탄생을 의미한다. 영화 역시 대니 혼자 가족과 따로 사는 것으로 시작하고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가족의 죽음이후 대니는 생일을 맞아 공동체로 들어가고 이는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재탄생을 의미한다. 또한 대니는 심각한 약물의존증세를 보이는데, 공동체 생활을 할 땐 먀악을 거부하고 조쉬에게 수면제를 얻어 거기에 의존한다. 이후 초반에 거부하던 모습과는 반대로 마약성 음료를 쉽게 들이키며 심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 크리스티안: 크리스티안은 여자친구인 대니와 전화를 하며 그의 요청에 수동적으로 따른다. 한편 친구들과 술집에 머물며 웨이트리스와 묘한 기류를 나누고 친구들에게 여자, 섹스 등의 권유를 끊임없이 받고 펠레에게서 네가 스웨덴에서 수태시킬 여자(자막에선 만날 여자들이라고 나왔으나 실제론 impregnate라는 표현을 쓴다)를 생각하라는 말을 듣는다. 이후 크리스티안은 술집에서 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펠레의 예언대로 종마로 이용된다. 그리고 대니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다.

3) 마크: 마크는 남자무리에서 감초 역할을 하며 대사의 대부분이 여자, 섹스 얘기이며 마약을 즐기는 인물이다. 전화상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 마크와 크리스티안이 함께 마약을 하고 있었으며, 공동체에서도 마약을 보며 환호하고 계속해서 그걸 섭취, 흡연하는 모습을 보인다. 공동체에 들어가게 되면서 마크는 감초의 역할을 상실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자리를 비우거나 놓치는 상황이 벌어진다. 마약 또한 환호하던 모습과는 달리 가장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그 장면에서 사용된 마약이 말린 대마로 추정되는데, 대마의 작용이 근육이완을 비롯해 감정을 차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마크는 이와 반대로 환각에 시달리며 잔뜩 흥분한 채 혼잣말을 한다. 이후 공동체에 혼합된 후 사이먼이 호르가 주민에게 ‘공동체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노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광대 가죽 벗기기'라는 답을 듣는다. 결국 그 예언은 마크에게 적중한다. 자신이 그토록 환호하던 마약에 의해 판단의지를 상실하고 여자에게 이끌려 이야기 속에서 사라진다. 어떻게 죽었는지, 어떻게 된 건지 일말의 설명도 없다. 그러다 조쉬가 살해되는 장면에서 가죽만 남은 채 등장하고 광대 차림을 한 채 불탄다.

4) 조쉬: 조쉬는 크리스티안의 고민을 학술적으로 접근하려 하고 자신의 논문과 연구주제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로인해 크리스티안과 갈등을 벌이게 되고 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 학술에 대한 집착은 조쉬를 죽음으로 이끈다. 공동체에 허가를 받고 한정된 정보만 연구하기로 서약까지 했지만 이를 어기고 죽음을 초래한다. 백인에 의해, 백인을 위해 고안된 인류학을 아프리칸 아메리칸인 조쉬가 전공한다는 점과 인류학 전공자임에도 해당 공동체에 대한 존중이 없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5) 펠레: 펠레는 주변인물을 공동체로 불러들이며 자신 또한 회귀하는 인물이다. 공동체에 외부인을 들여온 건 펠레 뿐만 아니라 잉마르도 있는데 잉마르는 죽음을 자원하지만 펠레가 죽음을 자원하지 않으며 계속 살아남는 이유는 그와 관계(키스)를 맺은 대니는 공동체 일원이 되었지만, 잉마르가 관계(데이트)를 맺은 코니는 공동체를 거부하며 뛰쳐나갔기에 그 또한 자원하여 외부인과의 접촉을 죽음으로 씻어내고자 하였다. 잉마르는 아래의 항목 2에서 이름과 관련하여 더 설명하겠다.


1-5 그림에 대한 해석

1) 겨울, 어두운 밤.

 영화의 시작이자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나타낸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땅을 향해 눈을 내뱉고 대니의 가족들은 가스관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대지엔 가지가 앙상한 나무와 잡초 따위가 겨우 있다.

 이 장면은 동일한 의미의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는 자연적 관점으로, 다시 태어날 봄을 기다리며 겨울 속에서 태동하는 씨앗. 두 번째로는 인간적 관점으로, 양수 속에서 수정란의 상태로 태동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대니와 가족들은 가스관으로 연결되어있는데 이 가스관이 탯줄을 연상시킨다. 모부님의 성기로부터 나온 가스관이 아빠의 목과 엄마의 배를 감싼 뒤 대니와 테리의 배꼽으로 연결된다. 사신을 연상시키는 해골은 대니의 배에 연결된 가스관을 끊는데, 이 장면이 갓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끊는 것과 동일시된다. 결국 대니의 모부님과 여동생은 죽지만 대니는 공동체에서 새로 태어난다.

 해골 옆으로 아래로 하강하는 두 마리의 까마귀, 그리고 대니 모부님이 까마귀처럼 뒤집힌 채로 하늘에 떠있다. 호르가로 입성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천사(자살의식을 치르는 두 사람)와 비슷한 모습인데, 이 사건을 통해 대니가 공동체로 입성하게 되었다. 호르가에선 두 사람이 죽고 마야가 짝짓기를 허가 받는다. 즉, 마야와 대니는 운명공동체임을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2)여름 직전의 봄, 낮 직전의 아침

 본 이야기의 첫 부분이자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장면이다. 대지에는 겨우내 잠들어있던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어린 초목이 자리잡기 시작 한다. 이들이 있는 공간은 도시이나, 정작 그들은 울타리를 세우고 그 속에서 고독을 겪는다.

 대니는 가족의 죽음 후 심리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신경안정제에 시달리며 누군가에 의지하려 하지만 크리스티안은 적극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며 예의상 위로만 건넨다. 그림 속의 크리스티안도 한 손으로 대니를 위로하며 다른 한 손은 뒷짐을 지고 있다. 대니는 크리스티안을 믿기에 기꺼이 그에게 등을 내보이나 그의 행동(진심)을 인지하지 못한다. 펠레는 자연에서 사람을 의미하는 나무에 앉아 이들을 지켜보며 그림(시나리오, 계획)을 그리며 관찰한다. 대니의 모부가 호르가에 의해 죽은 게 아닌, 대니의 운명은 결정되었고 이 과정에서 펠레가 대니의 상황(가족의 죽음)을 이용해 계획에 합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펠레 옆의 3마리 새는 펠레가 바쳐야할 3개의 제물을 의미한다.

3) 여름의 시작, 낮에서 저녁으로

 펠레에 의해 모든게 설계되었단 것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펠레로 보이는 인물이 피리를 불며 광대와 학자, 기사와 공주를  이끌고 간다. 이들이 걷는 길엔 태양 또는 길을 표시하는 노란 꽃이 피어있으며 밝은 낮임에도 숲속을 걷는 이들에겐 저녁, 밤과 같은 느낌을 준다. 꽃은 여름과 청년을 상징하며, 나무 또한 봄에 비해 가득 피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겟아웃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숲은 초기 미국문학에서 죽음, 미지의 세계를 의미한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던 미국인들에게 공동체에서 벗어나 숲으로 향하는 것은 추방이자 죽음을 말한다. 이들이 숲을 통해 들어간 곳은 원시 북유럽 공동체이며,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대니를 제외한 세 미국인은 죽음을 맞이한다. 숲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피리소리가 들리고, 이들이 완전히 공동체에 들어섰을 때 피리소리가 끝난다.

4) 하지(midsommar)의 시작과 공동체(천국)으로 입성

 이 장면을 기점으로 시간과 공간개념이 붕괴된다. 천국을 연상시키는 그림과 시간을 추정할 요소들(태양, 달, 별)이 일체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이들이 통과하는 구조물이 태양을 형상화한 것인데, 사람이 죽으면 하늘(천국)로 이동한다는 생각을 떠올려본다면 태양은 천국으로 향하는 이정표이자 문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기존의 공동체(미국)에서 벗어나 미지의 숲(죽음)을 통해 천국(호르가)으로 들어선 것이기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공동체라는 낙원에 흡수되거나, 기존의 공동체(미국)과 새로운 공동체(호르가) 양쪽 모두에서 죽은 상태로 지내야 한다.

5)태양 아래서 축제를 즐기며 하나되는 공동체.

 8명의 춤추는 여자들, 식탁에 앉는 8명의 사람들, 5명의 해골들. 5명의 해골은 제물로 바쳐진 외지인이다. 대니는 이들의 복장을 한 채 축제에 참여하고, 스웨덴 어를 내뱉는다. 축제를 기점으로 대니는 완벽한 공동체인이 된다.


1-6 공간과 시간

공간: 북유럽

 미국인에게 있어 유럽은 자신들의 조상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독일은 유럽 인종(게르만족)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장소인데, 그런 스웨덴을 극의 배경으로 선택한 것은 미국적 오리엔탈리즘을 보여주는 장소이며, 그동안 서구문화에서 문명적, 우월적으로 여겨져온 유럽인종을 야만적, 비문명적 삶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시간: 붕괴된 시간과 계절

 미드소마에서는 계절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인물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사람의 인생을 계절로 나누어 역할을 부여하고 거기에 따른 삶을 사는데, 그와 반대로 영화의 플롯은 계절과 시간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채 흘러간다. 겨울 이후 바로 여름 직전 또는 초여름이 찾아오고, 밤에서 시작해 한 낮이 등장한다. 겨울과 밤은 같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죽음을 의미하고 환생을 위해 씨앗으로 되돌아가는 시기이다. 여름과 낮은 초목이 가장 화려하게 피며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시기이다. 미드소마에는 봄과 가을이 없다. 준비와 수확이 없음을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대니 또한 공동체 문화를 이해할 기회나 준비 과정없이 마약을 먹고 봄의 왕이 되고 혼동에 빠진다.



2. 캐릭터


2-1 캐릭터의 이름

 잉마르: 잉마르(Ingmar)는 스웨덴 이름인 Ingemar의 변형이며, Ingemar는 다시 고대 노르만식 이름인 Ingimárr를 어원으로 갖는다. Ingimárr는 원시 게르만어에서 사용되던 이름인 Ingwaz에서 Ing를 따고, 고대 노르만어에서 '유명한'이라는 뜻의 mærr를 합성한 것이다.(출처: https://www.behindthename.com/name/ingemar) Ingwaz는 고대 게르만 종족 중 서계르만의 Ingaevones족의 선조이자 게르만 신화에서 구 풍요의 신으로 여겨지는 초기 신으로, Ingimárr 뒤에 붙은 유명한(mærr)이라는 단어와는 달리 초기 신이기에 후기 신들보다 덜 유명하며 프레이르의 이른 버전 정도로 여겨진다. 잉마르가 자원하여 죽은 이유는 총 3가지다. 1)자신이 데려온 인물들이 공동체에 합류하지 못했다. 2)이름의 기원이 풍요의 신에서 따온 것이므로, 고대 농경사회에서 사용된 비료인 '재'로 돌아가 풍요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3) 펠레는 4명을 데려와 3명을 바쳤으나, 잉마르는 2명을 데려왔기에 자원하여 자신까지 총 3명을 바친다.

 펠레: 펠레(Pelle)는 Per의 변형으로, Per는 피터(Piter)의 스웨덴식 이름이다.(출처: https://www.behindthename.com/name/pelle) 피터는 베드로의 영어식 이름이다. 재밌는 건 제물 중 하나인 사이먼이 있는데 그 어원이 시몬이다. 시몬은 베드로의 본명이다. 시몬이라는 인물은 예수로부터 베드로(바위)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12사도 중 하나가 된다. 사이먼은 제물로 바쳐지고, 펠레는 월계관을 연상하는 화관을 쓴 채 공동체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마야: 마야(Maja)의 어원은 그리스어 Maia가 기원이며, Maia의 뜻은 좋은 엄마, 수양모를 의미한다. (출처: https://www.behindthename.com/name/maia-1) 장로 두 명이 죽고 마야가 짝짓기를 하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마야는 그 이름에 따라 공동체의 자궁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다.

 대니: 대니(Dani)는 다니엘(Daniel)의 프랑스식 여성형 이름인 다니엘르(Danielle) 약자로(출처: https://www.behindthename.com/name/dani-1), 다니엘은 구약성서의 마지막 예언자다. 바빌론으로 끌러간 다니엘은 사자굴에 던져지나 살아남고, 그의 세 친구가 화형에 처해지지만 불타지 않고 살아난다. 대니 또한 친구들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호르가에 끌려가고, 심각한 우울증과 여러 사건을 겪지만 결국 살아남으며, 예지몽(친구 세 명이 차를 타고 도망가는 꿈)을 꾼다. 다른 점은 자신의 세 친구를 화형에 처하도록 하는 인물이 대니이며, 성경의 다니엘과는 달리 대니의 친구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크리스티안: 크리스티안(Christian)은 기독교도를 의미하는 크리스챤과 같으며, 예수(구세주)를 따른다는 의미이다. 예수는 수태고지를 받은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인물인데, 예수를 따른다는 이름을 가진 크리스티안이 어머니라는 이름을 가진 마야를 수태시킨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참 재미있는 점이다.

 코니: 코니(Connie)는 콘스탄스의 애칭으로, 콘스탄스는 콘스탄체의 변형, 콘스탄체는 콘스탄티누스의 여성형이다. 콘스탄티누스는 억압받던 기독교를 처음으로 용인한 로마황제로, 이후 기독교는 로마의 국교가 된다. 코니의 인종이 인도계 영국인이라는 점과 유일한 여성제물임을 떠올려본다면 영화가 기독교가 가지는 서구중심적 태도를 비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2 인종적 특수성

 코니와 사이먼: 코니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도계 영국인이며, 억양 또한 인도계 악센트가 약간 남아있다. 사이먼은 코카시안 계통의 인종이나 검정에 가까운 갈색머리, 심한 곱슬로 보아 게르만계통보다는 라틴계가 섞인 혼혈로 보인다. 그렇기에 사이먼은 종마로 선택되지 못 하며 제물로 바쳐진다.

 조쉬와 마크: 조쉬는 아프리칸-아메리칸으로 흑인이다. 마크는 배우도 영국인인데, 외모만 본다면(...) 전형적인 런던계 외모다. 중요한 건 둘 다 짙은 머리색을 지녔다.

 대니와 크리스티안: 대니와 크리스티안은 앞서 언급된 인물들과 달리 금발이며 눈 색깔 또한 각각 녹안, 벽안이다. 크리스티안은 전형적인 게르만족 외모로 여겨지는 쿠퍼색 금발과 푸른 눈을 지녔고, 대니는 백금발에 가까운 금발에 녹색과 회색이 섞인 오묘한 눈동자를 지녔다. 이 두 사람이 각각 종마와 공동체의 왕으로 선택된 것은 인물들 중 가장 게르만족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둘의 운명이 달라진 것은, 대니는 생일날 호르가 공동체에 들어왔으며, 죽은 두 장로 중 한 사람의 영혼이 대니에게 이어졌기에 대니는 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은 애초부터 종마로 이용될 계획이었으며(impregnate), 죽은 장로들의 영혼이 대니와 마야에게 전달되었고, 크리스티안은 수태를 시키는 인물이지 수태되는 인물이 아니기에 더 이상 공동체에서 필요하지 않다.


2-3 캐릭터의 전공과 아이러니

 대니를 제외한 조쉬, 마크, 크리스티안, 펠레는 인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다. 펠레는 자신이 공동체 출신이기에 인류학을 전공하는 것이 정당화 되지만, 나머지 세 사람은 인류학을 전공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연구하는 대상에 대해 어떠한 존중의식도 갖지 않으며 라뽀(공감대)형성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쉬는 사진(증거)에 집착하다 결국 성경(노란색=죽음)으로 죽게 되고, 마크는 오렌지주스(노란색=죽음)를 마시고 오줌을 싸는데, 그에 앙심을 품은 주민에 의해 살해당한다. 크리스티안은 주민에게 근친교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교배에 이용당한 뒤 사이먼의 눈에 꽂힌 꽃(노란색=죽음)을 본 뒤 죽음이 결정된다.

 대니는 심리학을 전공하였는데, 조울증을 겪는 동생에 의해 가족이 죽고 자신 또한 심각한 우울증과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대니가 배운 심리학이 아무 도움도, 예방도 되지 않았다.



3. 전통


3-1근친교배와 토속신앙

 호르가의 종교는 전통, 토속적 요소를 계속해 이어오며, 근친교배 아이에 의해 새로운 예언이 쓰여진다. 호르가 주민들은 이를 '흐려지지 않은 신성함'으로 추앙한다. 근친과 토속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근친교배는 공동체, 즉 가족 간의 교배를 반복하는 것으로 외부유입을 거부한다. 토속신앙 또한 외부의 것이 아닌 내부의 요소를 계속해 보존하고 내부에 의한 발전을 반복한다. 그렇기에 호르가의 종교인 토속신앙은 외부의 유입 없이 호르가 내부로만 이루어진 존재, 즉 근친교배에 의해 유지될 수 밖에 없다.


3-2 종교

 호르가의 종교는 북유럽 전통을 따르며 자연과 물아일체되고, 토속신앙적 요소가 강하다. 이들은 제물이 될 시체들에 꽃, 과일, 짚, 나무 등의 자연물로 속을 채워 인간과 자연의 합체를 이룬다. 유일하게 자연적 요소가 아닌 것은 크리스티안으로, 동물적 요소인 곰 가죽 속에 그를 채워넣는다. 즉, 다른 제물들: 인간의 가죽 속 자연물 / 크리스티안: 동물가죽 속 인간 이라는 대비요소를 가진다. 크리스티안은 유일하게 사제에게 종교의식을 받은 뒤 제물로 바쳐진다.

 대니의 경우 유일하게 호르가 마을의 마약을 먹으며 자연과 물아일체된다. 대니가 죽지 않고 마을에 받아들여진 것은 타자에 의한 물아일체가 아닌, 스스로 자연과 하나되는 경험을 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후 대니는 봄의 왕이 되어 자연물(꽃)에 뒤덮힌 채 꽃과 물아일체 된다.

 재미있는 점은, 대니와 친구들이 마약에 취할 때 나무 근처에 앉아 있는 인물이 대니와 조쉬라는 것이다. 조쉬는 화단 또는 밭으로 추성되는 곳에 파뭍여 육체적인 물아일체가 되고, 대니는 마약을 통해 정신적인 물아일체가 된다.


3-3 흰색


 영화에서 흰색은 호르가 주민을 상징하며, 동시에 북유럽 인종을 상징한다. 유럽에 있어 흰색은 좋은 것, 옳은 것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반대로 검정색은 부정한 것, 전염병의 의미를 가진다. 마을에 들어온 외지인 6명(코니, 사이먼, 대니, 크리스티안, 조쉬, 마크)은 모두 짙은 색상의 옷을 입고 있으며, 절벽 장면에서 마을주민들과 대비된다.

 이후 대니는 하얀색 앞치마를 거쳐 흰 축제의상을 입는데 이 과정을 통해 서서히 공동체에 흡수되며 그들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니만이 6명 중 유일하게 공동체 의상을 몸에 두르는 인물이다. 대니가 봄의 왕이 되어 주민들에게서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장면에서 검은 옷을 입은 크리스티안이 홀로 무리에서 유리된다.


3-4 순환

 호르가 종교는 순환과 자연을 중시한다. 누군가의 죽음이 있어야 새로운 삶이 있는 것이라 주장하고, 죽음과 탄생을 조절하며 공동체를 꾸려간다.

 대니와 친구들이 헬싱글라드로 입성할 때, 앵글이 뒤집히는데 헬싱글라드가 적힌 노란색 현수막을 통과하면서 텅 빈 하늘을 비추고 다시 원래 앵글로 돌아온다. 이는 인물들이 기존 공동체인 미국과의 단절, 즉 기존 공동체에서의 죽음을 의미하며 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대니는 생일을 앞두고 마을에 들어가며, 마야는 짝짓기를 앞두고 축제에 참여한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상황이지만 결국 공동체를 위해 새로운 영혼을 인도받는 희생물이 된다. 축제 전,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마을 여자와 아이들과 함께 춤(의식)을 추고 할머니의 뒤에서 마야가 노래를 부른다. 이는 할머니의 영혼을 마야가 수태할 아이에게 계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호르가 축제는 절벽 의식으로 시작한다. 72세가 된 두 명의 장로가 죽음 직전 룬문자가 새겨진 바위에 자신들의 피를 묻힌다. 이 장면에서 햇빛이 두 사람과 바위를 비춘다. 이 행위는 비석에 선조의 흔적(피)을 남기는 것이며, 이들에게 비춰지는 햇빛은 새로운 탄생을 의미한다. 이들의 영혼이 곧 다른이에게 옮겨갈 것을 나타낸다. 이후 장면에서 할머니와 대니가 오랜 시간 눈을 마주함으로써 대니가 그릇이 되었음을 상징한다.

 이들을 비추던 햇빛은 대니와 마야에게 옮겨간다. 대니는 봄의 왕을 뽑는 축제에서 광란에 빠진 채 춤을 추는데, 이 장면에서 햇빛이 대니를 계속해 비추며 대니의 정신(인식)이 붕괴된다. 그 뒤 왕이 된 대니를 기리는 식사자리에서 마야가 일어나 크리스티안을 데려가는데, 이 장면에서 마야의 얼굴로 햇빛이 비춰진다. 이후 마야는 짝짓기를 하고 "아이가 느껴져요!"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그후 제물을 바치는 장면에서 마야는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붉은 자수가 박힌 옷을 입는데 이는 수태된 여성, 즉, 성공적으로 죽은 장로의 영혼을 이어받았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니는 마을 여자들과 풍요의식을 떠나는데, 마차에 올라탄 대니는 뒤를 돌아본다. 이 장면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힌 것을 의미한다. 의식 장소에 도착하자 한 마을 여자가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 씨앗->고기->계란을 넣고 흙으로 덮는다. 이는 자궁을 의미하는 땅에 생명을 의미하는 씨앗과 계란을 넣고 희생과 제물을 의미하는 고기를 바쳐 초목을 위해 동물을 희생하는 농경사회의 종교적 특성과 호르가 공동체가 벌이는 풍요제 및 종족유지의 특성을 의미한다.

 풍요의식을 마친 대니는 이상함에 왕관을 벗고 건물로 들어가 짝짓기 현장을 보게 되는데, 충격에 빠진 채 뛰쳐나가는 대니를 따라 태양이 빛을 비춘다. 이후 대니는 구토한다. 대니에게 있어 생물학적 가족과 크리스티안은 과거를 의미한다. 생물학적 가족은 동생의 자살로 죽음을 맞이했고(생물학적 단절),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은 다른 여자와 성교를 맺어 대니와의 신뢰관계가 끊어진다(정신적 단절). 대니는 이 장면을 보고 구토하는데, 구토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미련을 버리는 것으로, 과거와 단절하고 온전히 공동체에 귀속되었음을 의미한다. 그후 대니는 공동체의 왕이 되어 제물을 선택한다.

 할머니의 영혼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야의 아이에게 계승되고, 할아버지의 영혼은 대니에게 계승된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1) 할머니의 경우 앞서 마야에게 전승될 의식을 치룬 상태이며 한 번의 시도로 죽고, 2) 할아버지는 두 번에 걸친 시도 끝에 죽게 되고, 대니의 꿈에 다시 나타난다. 마야는 3단계의 과정(룬문자-사랑주술-안내)을 한 번 시도하여 영혼을 인도(수태)받고, 대니는 봄의 왕이 된 후에도 과거를 떨치지 못하다 구토 끝에 완전히 공동체 일원이 된다.



4. 상징


4-1 예지몽

 대니는 한 밤 중에 친구 세 명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치는 꿈을 꾼다. 세 명은 차를 몰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대니의 입에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장면은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된다. 1) 심리적 요소로, 대니가 가지는 불안감, 친구들과의 신뢰가 붕괴되었음을 의미하며, 2) 신비적 요소로, 꿈에 나타난 세 인물이 죽게 될 것을 의미하며, 대니가 이들을 화형에 처할 것(검은연기=불)을 의미한다. 동시에 대니는 가족의 환상을 보게 되는데, 가족을 죽인 동생이 대니를 향해 웃고 또 여러번 나타난다. 이는 테리가 그랬듯, 대니 또한 공동체(미국) 일원을 죽게 만들 것이라는 뜻이다. 할아버지가 죽는 장면이 뒤로 되풀이되는 것은 할아버지의 영혼이 재생되어 대니에게 이어졌음을 나타낸다.  


4-2 상징해석

1) 노란색(죽음)

가스관, 테리가 입은 티셔츠: 테리가 가족이 죽게 된 원인임을 나타낸다.

사진 속 노란색 옷을 입은 인물(대니나 테리 중 하나), 대니의 액자 위에 올려진 화관: 대니가 가족들과 단절될 것을 의미한다.

헬싱글라드가 적힌 현수막: 기존 공동체에서의 단절을 의미한다.

마을을 향해 피어있는 꽃, 태양을 형상화한 정문: 등장인물들이 죽고 천국(호르가)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케이크와 초: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관계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노란 이불: 대니의 모부님이 죽던 날, 이들의 침대엔 노란색 침구가 있다. 대니가 꾸던 악몽에서도 대니만이 흰색에 룬문양과 비슷한 문양이 그러진 이불이며 나머지 침구들은 모두 노란색이다.

2) 숫자 3(필연적 죽음)

전화벨, 메일: 대니가 죽음을 막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가족 중 3명의 죽음: 대니가 가족과 단절되어 새로운 가족(공동체)에 편집되는 것이 운명임을 의미한다.

5명 중 3명을 바친 펠레: 3명의 필연적 죽음으로 인해 펠레는 자연스레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난다.

자신을 포함해 3명 중 3명을 바친 잉마르: 두 명의 제물 뿐이었던 잉마르는 필연적 죽음을 채우기 위해 자신을 바친다.

'3년 6개월'간 만났다고 주장하는 크리스티안: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관계는 이미 파국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4-3 숫자 3, 6, 9 찾기

오스틴파워: 오스틴 파워는 1997년 1편 개봉을 시작으로 총 3편이 있으며, 3편 모두 94~95분의 상영시간을 갖는다.

모부님 죽음 이후 흐른 시간: 겨울에서 여름으로 이동하였으므로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음을 추정할 수 있다.

비행기의 좌석 3개: 펠레, 조쉬, 마크 / 빈좌석, 크리스티안, 대니. 창가에 앉은 두 사람만 살아남는다.

9시: 대니와 친구들이 마약을 섭취하고 환각을 보는 때가 밤 9시이다.

조쉬의 죽음: 조쉬가 죽음을 맞이하는 때, 해당 공간에는 3명의 호르가 주민이 있었다.

마크의 죽음: 정확하진 않지만(시간의 붕괴로) 마크가 죽던 날은 이들이 마을에 방문한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대니의 물아일체: 대니는 총 3번의 자연과 물아일체를 겪는다. 처음 마약장면, 춤추기 전 장면, 왕이 되어 꽃에 뒤덮힌 장면

약 30개의 봄의 왕 사진: 너무 빠른 시간이라 정확히 세진 못했으나 첫째줄은 10개 였으며, 비슷한 길이로 총 3줄이 있었다. 29~30개의 사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1) 29개일 경우, 대니가 30번째 왕이 되는 인물임을 의미한다. 2) 30개일 경우, 90을 3개로 나누어 1~30, 31~60, 61~90의 단계가 있으며, 대니는 이 중 중간인 31~60의 첫 시작을 끊는 인물이 된다. 나는 후자에 좀 더 의미를 둔다.

한 달 반의 연구 계획: 이들의 원래 계획은 스웨덴을 시작으로 한 달 반 동안 유럽의 하지제를 연구하는 것이다. 한 달 반은 약 45일이다.


4-4 숫자 8

 숫자 8은 미완의 의미를 갖는다. 대니가 왕이 되기 직전 자꾸만 춤이 중단되었다 시작되길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이 웃으며 8번 남았다는 말을 내뱉는다. 또한 플롯그림에서 8명의 여자들과 8명의 주민이 있는데, 이는 영화 플롯 상 이들의 축제가 미완상태임을 나타낸다.

 그리고 상징과는 관련 없을 수 있는 내용인데, 제단 위에 사제 1명을 포함해 10명의 장로가 앉아있고, 이 중 두 명의 장로가 72세를 채워 죽음을 부여받게 된다.


4-5 밤과 낮

밤: 밤은 죽음을 상징하며, 동시에 대니에게 고통을 주는 사건이 일어나는 때이다. 대니의 가족들이 밤에 죽고, 그 소식 또한 밤에 전해졌다. 대니가 여행사실을 알게 된 것도 밤으로 넘어가는 저녁시간이며 두 사람은 밤에 집으로 돌아와 다투며 관계가 무너진다.

낮: 낮은 탄생을 의미하며, 동시에 대니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대니는 끊임없이 과거(가족, 남친)에 기달리지만 결국 고통을 이겨내며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낮(미드소마) 속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한다.



5. 의문과 추론


5-1 대니 가족의 죽음은 계략일까, 운명일까?

 가족의 죽음에 대해 펠레의 계략이라는 의견과 우연 또는 대니의 운명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나는 이에 후자를 선택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1) 플롯 그림 중 죽음 부분에는 펠레가 등장하지 않으며, 해골(사신)이 대니에게 연결된 죽음의 고리를 끊어낸다. 두 번째인 초여름 부분에 펠레가 등장하여 대니의 상황을 관찰하고 계획을 수정한다. 2) 감독인 아리 에스터는 운명론자이며, 영화 또한 운명론적 관점을 차용하고 있기에 가족의 죽음은 운명이며, 대니가 왕이 되는 것 또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그림을 통해 운명임을 보여준다.


5-2 대니는 호르가 주민의 환생일까?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니가 생일을 기점으로 할아버지의 영혼을 부여받았다는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그 이유는 대니가 호르가 주민의 환생이 맞다면, 애초 처음 마약했을 때 스웨덴 어를 내뱉 거나 이들과 무의식적으로 공감하는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 하지만 대니가 스웨덴어를 내뱉고 이들과 공감하는 상황은 대니가 호르가 주민의 옷을 입고 이들의 생활에 합류하게 된 이후 벌어지는 것이다. 즉, 대니는 생일 이후 할아버지의 영혼을 부여받고 호르가 주인의 삶에 녹아들면서 온전히 동화되어서야 스웨덴 어를 내뱉고 이들과 함께 운 것이기에 환생보다는 영혼부여가 합당하다.


5-3 대니는 왜 호르가를 선택했으며, 왜 미소지었을까?

 이것은 여러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우선 호르가를 선택한 이유부터 설명하겠다.

 호르가를 선택한 이유는 대니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니와 친구들은 숲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기존 공동체인 미국에서 벗어나 죽음으로 향하는 미지의 세계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기존의 공동체에서 죽음을 맞이했으며, 천국으로 상징화되는 새로운 공동체에 도달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이미 죽음을 맞이한 상태이기에, 새로운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 해 추방 또는 벗어날 경우 기존과 새로운 곳 모두에서 죽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니는 가족과 친구들이 죽었으며, 그나마 남아있는 크리스티안과의 관계 또한 짝짓기로 인해 파국으로 치달은 상황이다. 대니는 돌아갈 곳이 없음을 깨달은 유일한 사람이기에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며, 그 결과 공동체로 합류한 것이다.

 대니가 화형을 보며 미소 지은 이유는 유일하게 4명의 인물들 중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임을 의미하며, 과거와의 단절과 새로운 탄생을 완전히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대니는 4명 중 눈물을 흘리는 유일한 인물이다. 이후 호르가 사람들과 함께 눈물과 감정을 쏟아내며 함께 공감한다. 또한 고통 속에서 나오는 미소는 카타르시스의 방출이다. 대니는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림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 스스로 해탈했음을 보여준다.



6. 결론


 총 두 번에 걸쳐 영화를 관람했다. 처음 보면 긴가민가하고 주인공에게 이입하기 어려운데, 두 번째로 보면 정말 잘 만든 작품이며 섬세하게 상징이 짜여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론 이 영화가 플로렌스 퓨의 전작인 '레이디 맥베스'와 흡사하다 생각한다. 아마 아리 에스터가 레이디 맥베스를 보고 주인공을 캐스팅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플롯의 흐름이나 주인공의 모습이 비슷하다. 레이디 맥베스를 볼 때, 주인공에 이입한 사람은 이 영화가 통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작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기존 서구 영화에서 보여지는 오리엔탈리즘이 동양을 대상으로 한 것이 많은데, 그러한 차별적 요소를 서양의 중심이자 유럽인종의 근간인 북유럽으로 옮겨간 점이 매우 흥미롭다. 오리엔탈리즘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문학적 분위기가 서구를 대상화하는 것으로 옮겨가게 될까?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


#Midsom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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