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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린 Oct 05. 2019

미드소마 감독판; 오리지널과 비교

영화 '미드소마 감독판' 해석





본 글은 영화 '미드소마 감독판'의 스포일러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찐 미드소마는 5점. 감독판은 4점.


 감독판의 장점은 오리지널에서 최소한으로 등장했던 감정선과 캐릭터 설정, 맥락을 충분히 제공한다는 점이다. 단점은 그래서 예술성이 떨어지고 미국 영화 특유의 올드함이 느껴진다. 이 올드함때문에 전작 유전을 보면서 참 교과서적으로 안전하고 성실하게 만들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미드소마는 올드함은 사라지고 기괴함과 신선함만 가득해서 또라이 맛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아쉽다.


 그럼에도 감독판을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니의 감정선이 확실하게 이해되고 납득 간다. 개인적으론 찐 미드소마가 미드소마1, 감독판이 미드소마 번외편같은 느낌. 별개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아리 애스터에 대한 인상도 변했다. 모범적인 변태인 줄 알았는데 상냥하고 친절한 변태다.



감독판을 볼까 고민하는 사람은 이하의 내용을 검토하길 바란다.


1) 대니가 왜 울다 웃었는지 도저히 이해 안 된다

2) 그래도 남자친구 죽인 건 잘못했다.

3) 나는 윌 폴터(마크 역)가 너무 싫고 결코 입덕하지 않을 것이다.

4) 대니가 너무 신경질적이고 의존적이고 크리스티안 너무 불쌍하고 대니한테 가스라이팅 당하는 거 같고 웅앵


*한 개 이상 해당되는 사람은 감독판을 보면 좋다.




1. 감독판에 추가된 내용


1) 크리스티안과 친구들이 스웨덴에 가게 된 걸 알게 된 날 장면

 오리지널에선 두 사람이 말싸움을 하던 중 크리스티안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고 대니가 사과를 하며 의자에 앉아서 대화하자고 다독인다. 그 후 여행이 논문에 도움이 될 거라며 여행을 가도 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감독판에선 이 대화의 뉘앙스가 한발 물러서 준다는 느낌보단 허락은 할게, 근데 논문 때문인 거 맞지?라고 확신을 요구하는 느낌이 강하다. 상황을 피하려는 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크리스티안을 보며 결국 대니는 반쯤 패닉에 휩싸인 채 자신이 예민하게 굴었다며 미친 듯이 사과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크리스티안은 대니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하는데, 대니는 이게 예의상 하는 말임을 눈치채고 나랑 같이 가는 거 싫어하잖냐며 반문한다. 크리스티안은 사실 깜짝 선물로 알려주려 했다며 로맨틱하게 말하려고 했었다는 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대니는 미심쩍지만 그냥 넘어간다.

 여기서 크리스티안과 대니의 관계가 이미 막바지에 치달은 상태이며, 앞서 술집에서 남자들끼리 헤어지라 종용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또한 크리스티안의 성격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포장해서 내뱉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대니는 진실을 알고 직접 내뱉기도 하지만 막바지에 달해있는 상황 탓에 이미 끝난 관계를 부지하려 한다.

 또한 이 장면은 이후 크리스티안이 대니에게 케이크를 주는 장면과 연결되는데, 오리지널에선 크리스티안의 애쓰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부질없음을 알아서 촛불을 끄는 거처럼 느껴졌는데 감독판에선 이미 끝에 다다른 것을 아는 대니가 촛불을 끔으로써 관계가 단절될 것을 암시하는 요소로 바뀐다.


2) 스웨덴에 도착해 차량으로 이동하는 장면

오리지널에선 마크가 이곳 여자들은 섹시하다며 운을 떼고 뒤이어 조쉬가 바이킹이 여자들을 끌고 와서 그렇다는 의견을 붙인다. '끌고 왔다잖아'라는 말을 통해 제물로 끌려가는 이들의 운명을 암시한다.

 감독판에선 이후 친구 에이미가 대니에게 생일 미리 축하한다는 메세지를 보낸다. 대니는 이를 보고 시큰둥하게 넘기고 조쉬를 바라본다. 이전 장면에서 테이블에 있던 노란 책이 조쉬의 손에 들려 있는데, 제목이 '비밀스런 나치 언어 우타크'다. 조쉬는 룬 문자를 배우는 중이라는 말을 하고 뒤이어 농담조로 펠레가 친구들을 세뇌시켰다는 대화가 나온다.

 오리지널에선 이런 장면이 생략되어서 조쉬가 마냥 지식이 많은 인물로 비치는데 감독판에선 조쉬가 학업에 대한 열정이 어마어마하고 정말 미쳐있는 수준으로 나온다.

이후로는 마크가 성적인 대화를 주도하는데, 잘 들어보면 거의 혼잣말 수준이다. 클리토리스가 어쩌니 섹스가 어쩌니. 대니는 지루함에 내내 잠들어 있고 대니의 왼편으로 배경이 계속 바뀐다.


3) 대니의 기절 후 호르가로 이동. 환영인사를 나누는 장면

 오리지널에선 주민들과 환영인사를 나누고 사제가 축제 시작을 알린다. 그 후 마야가 긴장한 표정을 한 채 건물 밖으로 나서고 주민들이 단체로 춤을 춘다. 사이먼이 맥주 두 잔을 들고 오며 무슨 연극이냐 묻고 잉마르는 광대 가죽 벗기기라는 대답을 한다.

 감독판에선 이 장면과 함께 신성한 불에 대한 이야기와 가벼운 식사 장면이 나온다. 주민들이 음식을 나르고 그중 한 사람이 신성한 불에 고깃덩어리를 넣는다. 동시에 우리는 저 불이 꺼지지 않도록 불을 지킨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후 잔디밭에 천을 깔고 앉아 감사 의식을 하고 절임 과일 같은 것을 먹는다. R을 옆으로 눕힌 듯한 문양 모양으로 위치한다. 조쉬가 이 의식은 무엇이냐고 묻고 내용을 번역해 줄 수 있냐고 한다. 펠레가 긍정적으로 답하자 크리스티안이 갑자기 관심을 보인다. 조쉬와 크리스티안의 갈등의 시작점이자 동시에 크리스티안의 무임승차 성격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사이먼이 맥주를 들고 온 뒤 코니와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에서 잉마르가 애절하고도 씁쓸한 눈빛으로 이들을 바라본다. 왜 잉마르가 두 사람을 데려왔는지 단번에 이해됐다. 가질 수 없으면 파괴하겠다는 건지 원.


4) 코니와 사이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장면

 이 장면은 좀 애매한데 약혼 이야기가 나오자 크리스티안이 시선을 잠깐 회피하는데, 감독판에서 이 회피하는 장면이 좀 더 길어지고 분위기가 싸해지는 느낌이 강했다. 다시 확인해봐야 하는데 상영관이...없다...


5) 절벽 의식을 언급한 뒤 호르가에서의 첫 밤

 오리지널에선 대니가 한 밤중에 잠에서 깨어 머리맡에 그려진 벽화를 바라보고 다음날로 이어진다.

 감독판에선 여기에 덧붙여 연인으로 보이는 주민 두 명이 한 밤중에 몰래 건물을 빠져나가고 대니가 이를 목격하는 장면이 추가된다. 이 장면은 연인인 코니와 사이먼, 대니와 크리스티안이 마을에서 도망치려고 시도하는 것을 암시한다. 코니와 사이먼은 도망치다 걸려 죽고, 대니는 끊임없이 크리스티안에게 도망치자 종용하지만 크리스티안이 마을에 집착하며 거부한다.

건물을 빠져나간 주민 커플은 자진해 제물이 된 울프와 휠체어에 앉은 크리스티안 뒤에 있던 얼굴에 상처가 난 여자로 추측된다. 대니가 환각을 보는 상태에서 여자의 치마폭에 붉은 고추가 달려있고, 제물이 결정된 후 여자가 서럽게 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분명 의미 있는 캐릭터인데 도저히 실마리가 없어서 환장할 노릇이었다.

 감독판에선 도망치는 커플 장면을 통해서 코니와 사이먼의 미래를 예지하는 동시에 이 친구의 얼굴 상처와 환각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마야가 허가된 성관계를 맺고 정식으로 붉은 옷과 화장을 했지만, 여자는 허가받지 못한 성관계를 맺어 붉은 고추 환각과 붉은 상처 자국으로 상반되는 게 아닐까 싶다.


6) 절벽 의식 전 식사 장면

오리지널에선 여남 노인이 동시에 일어나 의식을 진행하고, 의식 장면 자체가 긴 편이 아니다.

 감독판에선 노인이 혼자 일어나 의식을 시작하고 남성 노인은 의자에 앉아 따라 맞춘다. 의식 장면이 상당히 길고 말하는 내용도 오리지널과 조금 다르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길기도 길어서 주인공이 느끼는 답답하고 괴이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의도한듯싶다. 개인적으론 이 장면은 오리지널이 훨씬 낫다고 판단.


7) 절벽 의식

 오리지널에선 노인이 대니를 응시하고 곧이어 추락한다.

감독판에선 노인이 대니를 응시하자 대니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고 이 장면의 샷이 길게 잡힌다. 노인이 대니를 선택했고, 대니 또한 노인의 감정에 동화된다.


8) 절벽 의식 이후 패닉에 빠진 대니

 오리지널에선 대니가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울먹이다 호흡곤란이 오는 듯 숨을 꾹 참았다 토해내는 장면에서 끝난다. 그 뒤로 조쉬와 크리스티안이 논문으로 다투다 사이가 틀어지고 펠레는 떠나려는 대니를 설득한다.

감독판에선 이 장면 뒤로 거의 구토하듯 오열하고, 낮잠 자겠다며 의식을 피한 마크가 등장한다. 여기서도 마크는 섹스와 관련된 동영상(대충 섹스 가이드나 스킬에 관한 내용으로 추정된다)을 듣고 있다. 그러더니 친구들에게 핸드폰 터지냐는 질문을 던지고, 이들을 배경으로 마을 주민들이 제단에 있던 의자를 정리한다.

 크리스티안은 조쉬에게 호르가를 주제로 논문을 쓸 것이라 말하고 조쉬는 폭발한다. 자신이 이 논문을 얼마나 준비했는지를 이야기하다 크리스티안이 학업에 대한 진지함이나 열정이 없다며 비난한다. 이어 대체 대학원에 왜 왔느냐며 전자 도서관 이용법도 몰라 자신이 가르쳐주지 않았냐며 울분을 토해낸다. 크리스티안은 대니에게만 쓰레기인 게 아니라 조쉬에게도 폐기물급 인간이었다.

크리스티안은 어쨌든 난 이걸로 논문을 쓰겠다며 통보한 뒤 건물 밖에서 마크와 코니, 사이먼을 만난다. 마크와 대화 도중 마을 행사를 준비하던 마야를 발견하곤 그쪽으로 다가가 절벽 의식에 대해 묻는다. 여기서 마야는 영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옆에 있던 금발의 여자가 대신 대답 한다. 크리스티안은 절벽 의식을 몇 번이나 겪었냐는 질문을 하고 여자는 때가 되면 하는 일이라 많이 보았다고 한다.


9) 펠레의 설득 후 잔디에 앉아 있는 대니 + 예고편에 나온 장면

 오리지널에선 크리스티안이 대니를 발견하곤 대화를 나눈다. 의식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냐는 대니의 말에 크리스티안은 어쨌든 문화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며 수면제를 빌리는 대니로 화면이 전환된다. 

 감독판에선 이 장면 뒤로 마을 주민들이 두 사람에 특별한 축제를 하러 가지 않겠냐며 이들을 데리고 강으로 향한다. 이 장면은 오리지널에서 완전히 삭제되었다. 왜 삭제된 건지 감이 오는데, 삭제보다는 축소하는 편이 더 좋았을 듯 싶다.

이 장면이 봄의 왕을 뽑는 축제와 명암을 이루는 구조인데, 진행 방식도 상당히 비슷하다. 진행하는 사람도 똑같은 여자. 이 축제는 강의 신에게 선물을 바치는 축제로 반짝이는 장신구를 단 트리를 강에 던진다. 이 트리는 크리스티안이 조쉬와 싸운 후 건물 밖에서 마야를 마주쳤을 때 마야가 만들고 있던 트리다.

 트리를 던지고 나팔소리가 울리는데, 한 남자가 나타나 신께서 배가 덜 찬 것 같다고 하자 축제를 주관하던 여자도 덩달아 그런 거 같다고 말한다. 그때 트리에 단 장신구와 비슷한 걸 몸에 두른 아이가 나타나 자신이 신께 바쳐지겠다고 말하고 주민들은 용감하다며 아이를 칭찬하고 아이는 집으로 가는 게 뭐가 용감한 것이냐 묻는다.

 남자들이 아이의 몸에 족쇄와 돌을 달고 던지는 시늉을 하자 대니가 기겁하며 의식을 멈추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마을 주민들이 기다렸다는 듯 의식을 멈추라며 동조하고 용감함을 보였으니 되었다며 제물을 바치지 않기로 한다. 이 장면은 이후 코니가 죽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코니의 시체가 익사한 듯 물에 젖은 채 장신구를 매달고 있는데, 이때 제물로 나선 아이의 차림새와 흡사하다.

 이 장면 후 대니는 이상하다며 크리스티안에게 떠나자고 종용한다. 크리스티안은 자신은 이 마을로 논문을 쓰기로 했고, 이런 기회가 어디 있냐며 떠날 수 없다고 한다. 대니는 이런 의식들이 세상 밖에 알려지길 원하지 않을 텐데 논문을 쓰게 내버려 둘 거 같은지, 왜 펠레가 우릴 데려왔는지 의심해보라며 말하지만 크리스티안은 끝까지 펠레가 우릴 믿어서 데려온 것이라며 자신은 남겠다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은 폭발하고 서로 막말이 오가는 상황까지 이른다. 여기서 대니가 어차피 나랑 헤어질 생각이지 않냐고 묻고 깎아내리기 단계라는 말을 한다. 이를 들은 크리스티안은 이론 운운하냐며 정말 질리게 한다고 혀를 내두른다. 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헤어질 것처럼 굴며 숙소로 돌아오고 대니는 스트레스를 억누르려 조쉬에게 수면제를 빌린다.

 오리지널에선 대니의 전공인 심리학이 아이러니 정도로 작용했는데, 감독판에선 전공 때문에 대니가 진실을 알고 있었고 이미 끝난 관계를 억지로 끌고 가고 있다는 걸 강하게 드러낸다. 또한 대니의 약물의존 증세가 크리스티안 때문에 심각해진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강하게 들게 한다.


10) 9의 장면 이후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화해 장면

 이 장면도 역시나 오리지널에서 삭제되었는데, 이 장면을 통해 그래도 크리스티안이 대니를 사랑하긴 했다는 게 드러난다. 사랑하긴 하지만 이미 관계는 끝난 거나 다름없고, 서로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채로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11) 마크가 노란 주스를 마시고 조상 나무에 오줌을 싸는 장면

 오리지널에선 남자 주민 한 명이 흥분하며 오열하고 마크는 그냥 나무 잖아라며 장면이 끝나고, 도망치는 코니의 모습으로 전환된다.

 감독판에선 이 장면이 길게 나오는데 주민이 미친 듯이 흥분하며 절벽 의식 이후 대니가 오열하던 것처럼 온 마을을 울려댈 정도로 심하게 운다. 후반에 마크에게 뭔가 보여줄 게 있다며 데려가는 여자가 있는데, 이 장면에서 그 여자가 펠레에게 다가와 그냥 몰랐던 거니 괜찮다고 넘기고 자신이 달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라 전한다.


12) 마야와의 짝짓기가 승인된 크리스티안

오리지널에선 사제가 크리스티안을 불러 마야와의 짝짓기가 승인되었고 점성학적으로도 알맞다고 한다. 크리스티안은 그 말을 듣자 기다렸다는 듯 마야의 음모를 먹은 것 같다고 대답한다.

 감독판에선 크리스티안이 망설이며 자신은 같이 온 사람이 있다며 완곡하게 거절하려는 의사를 내비친다. 하지만 사제가 하룻밤 상대인 것뿐이라며 설득하자 관심이 생긴듯 다른 사람들 없이 조용히 할 수 없냐는 등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한다. 마야가 15세? 정도 된다는 언급도 나오고 이미 크리스티안의 사진을 보고 선택한 거라는 말도 나온다. 펠레가 마야에게 사진을 보여줬고 마야가 골랐으니 마음이 없니 모르는 사인데 어떻게 하니 이런 말을 못 하게 막는다.




2. 놓친 장면


1) 코니가 마을을 떠나려 숙소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누군지 모를 남자의 비명 소리가 세 번 울린다. 처음엔 가축 소리인 줄 알았는데 어쩌면 사이먼일지도 모른다.


2) 코니와 사이먼의 신뢰가 굉장히 강한 걸로 나온다. 대니가 그걸 보며 크리스티안과 자신의 관계에 있어 뭐가 문제인 건지를 직시하고 결국 관계를 끝내게 되는 계기로 이어진다. 결국 그 신뢰는 성관계 장면을 목격하는 것으로 산산조각 난다.


3) 조쉬가 성전 사진을 몰래 찍는 장면은 정확하게 3명의 호르가 주민이 있는 게 맞다. 조쉬의 오른편 구석에 숨은 남자(대놓고 흰옷 입고 서 있는데 그걸 모르는 조쉬), 입구 오른편 침대에 누운 루벤, 마크의 가죽을 뒤집어쓴 조상나무남


4) 대니가 봄의 왕이 되어 행진하는 장면에서 산이 죽은 테리의 얼굴처럼 등장한다. 테리의 입에 연결된 가스관이 대니의 배로 이어진다. 대니가 마차에 탄 후 뒤를 돌아보는 장면에서 과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것으로 해석했는데, 아마 테리에 대한 죄책감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작용한다는 뜻도 있을 거라 본다. 대니가 봄의 왕으로 태어나도록 만든 모체(원인)가 테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후는 이전에 적은 바와 같이 구토를 통해 과거와 완전히 단절. 테리로부터 이어져있던 과거+죄책감이라는 탯줄을 구토로 끊어내는 거로 볼 수 있다.


5) 봄의 왕

봄의 왕을 대략 30명 정도로 추측하면서 이전의 봄의 왕이 30명이라면 90의 첫 주기인 1/3이 끝나고 대니가 2/3 주기를 시작하는 31번째 왕이 되는 것이라 의견을 남겼었다.

이번에 확인해보니 대니 이전의 봄의 왕은 30명이 맞고, 대니가 어떻게 될 거라는 내용은 감독판에도 없다. 시브의 집에서 봄의 왕을 위한 의식이 있다 했으니 평생 거기에 모여 지내거나 대니도 죽거나 일듯싶다. 대니가 보던 그림이 여자가 자신의 팔을 찌르며 피를 흘리는 의식을 하는 건데 아마 봄의 왕 역할이 그게 아닐까.




3. 다시 생각하게 되는 점


 대니가 울자 단체로 오열하는 장면이 한층 기괴하게 느껴진다. 대니의 입장에 이입하는 편인데, 오리지널이 대니가 그나마 위안을 받았겠거니, 또는 대니가 받아들여졌다는 신호겠거니 했는데 감독판으로 보니 멘탈이 산산조각 난 대니를 끌고 가서 비명 지르듯 악을 쏟는 장면이 참...헬싱글라드로 향하는 장면에서 말한 펠레가 우릴 세뇌시켰다는 게 이걸 위한 복선이구나 싶다.

 대니가 울다가 웃는 건 솔직히 이해된다. 나였으면 울지도 않았겠지만...... 문제는 사원에 불을 지르는 걸 지켜보는 대니가 입을 꾹 다문 채 광기와 복잡한 감정이 서린 표정을 하는데 그 부분이 완전히 이해되지가 않았다. 이건 감독판을 보니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잉마르가 코니를 바라보던 것처럼 정말 사랑하는데 관계는 끝났고, 돌이킬 수 없으니 네 마지막이 어떨지라도 지켜보겠다는 심리다.




4. 정리


 오리지널은 토속종교적인 요소도 강하고 한 인간이 공동체로 받아들여지며 자신을 받아주는 곳을 찾는 이야기로 비친다면 감독판은 감독이 남혐하는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남성 캐릭터 설정을 극단적으로 해놨다. 조쉬는 인종적 특수성 때문에 미국 미디어에서 의례 사용되는 똑똑하고 학업에 열정적인 캐릭터 롤이긴 하지만......


 영화 자체가 운명론을 기반으로 흘러가는데 오리지널과 감독판에서 운명이 가지는 의의가 완전히 다르다. 오리지널은 부여된 운명이기에 짊어져야 하는 것이고, 감독판은 짜인 운명을 향해 모든 것이 맞춰져 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리지널은 탑을 쌓아야 하는 운명이 주어져서 좋든 싫든 쌓아가는 거고 감독판은 절벽에 있다 우여곡절 끝에 내려와봤더니 사실 절벽이 아니라 탑이었고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탑에서 걸어 내려와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그런 느낌이 강하다.


 감독판 자체가 감정선, 캐릭터 성질, 맥락이 상당히 부과되고 플롯 흐름이 상당히 설득력 있고 납득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영화의 흐름이나 내용이 덜 납득된다면 꼭 감독판을 보는 걸 추천한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보지 않아도 될 듯.


#Midsommar



https://brunch.co.kr/@elliotellot/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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