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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운더'로 살펴보는 외식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2

스피디 시스템과 오퍼레이션 엑설런시

by 오민우

작년 말, 해를 넘기기 전에 다짐하고 시작했던 브런치 글쓰기의 두 번째 포스팅을 올리기까지 무려 한 달이 걸렸다. 호기롭게(?) 무작정 시작은 해놨지만 그래도 전체 목차도 잡고 조금 정돈된 상태에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영화를 여유롭게 돌려볼 시간도 없이 연초부터 바쁜 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일단 목차 잡기는 포기하고 영화를 돌려보며 본격적인 첫 번째 포스팅의 주제와 범위를 정했다. 또한 영화 상의 각색 만으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는 레이 크록의 시선에서도 균형 있게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 그의 자서전인 '성공은 쓰레기통 속에 있다'라는 책도 참고하였다.


실제 맥날 다니던 시절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책...


영화 '파운더'는 멀티 믹서 세일즈맨으로 전국을 누비며 일하던 레이 크록이 우연한 계기로 맥도날드 형제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혁신적인 운영 시스템이었던 '스피디 시스템'을 소개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스피디 시스템'에 매료된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의 출근길을 가로막고 이렇게 외친다.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가 답이에요!



영화에서 무려 세 번이나 외쳤다, "프랜차이즈!"


숨겨진 맛집이 방송을 타고 대중의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혹은 유명 맛집이 곳곳에 가맹점을 내기 시작하면서 품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고유의 개성을 잃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그래서 혹자는 방송 나오기 전에 갔던 그 집이 바로 최고의 맛집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백종원 님은 아예 욕심부리지 말고 하루에 판매할 양을 정해놓으라 하셨고,,
생생정보통 맛집은 어차피 따라 하지 못할 것을 알고 모든 비밀을 공개한다~


좋은 상품(메뉴)을 갖는 것이 외식사업(장사 혹은 비즈니스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한다면, 높은 생산성을 갖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프랜차이즈 (혹은 다점포 외식사업)로서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요소일 것이다. 아마도 레이 크록은 초기 맥도날드의 오퍼레이션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발견했던 것 같다.



하나만 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요, 어디에나 맥도날드가 있어야 해요




맥 맥도날드(맥도날드 형제 중 형)는 매장을 방문한 레이 크록에게 맥도날드의 오퍼레이션을 소개한다. 두 명의 직원이 그릴에서 비프 패티를 굽고 있는 동안 드레서들이 빵을 준비한다. 모든 맥도날드 버거에는 두 개의 피클과 약간의 양파, 정량의 케첩과 머스터드가 들어가고 이 모든 과정은 30초 안에 마무리되고, 이러한 일련의 오퍼레이션 프로세스는 '스피디 시스템'이라고 불린다.


맥도날드 형제들이 처음부터 이러한 시스템을 갖고 장사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매장을 오픈했을 때 27개 메뉴를 가진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차량에서 직접 주문을 하고 음식을 서빙해주는 시스템)으로 꽤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비효율적인 오퍼레이션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매출 성장의 한계에 이르게 되었을 때, 딕 맥도날드(동생)은 잘 팔리는 소수의 메뉴(햄버거, 후렌치후라이, 소프트드링크)가 매출의 대부분(87%)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세 가지 메뉴에 집중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인력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하여 카홉(carhop; 드라이브인 식당의 웨이터/웨이트리스)을 없애고 고객이 카운터로 와서 직접 주문하게 하고, 접시를 없애고 종이로 포장해서 음식을 먹은 뒤 쉽게 뒤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담배 기계나 주크박스를 없애서 폭주족이나 비행청소년들이 오지 않는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로부터 60년 뒤에 한국에서 벌어진 일... 갓종원님ㅠㅠ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맥도날드 형제는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이고 더 많은 고객에게 음식을 제공하기 위하여 전체 오퍼레이션을 백지상태에서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게 되는데, 바로 이 과정이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테니스코트 신(scene)'이다.


다시 보아도 흥분되는 이 장면.


테니스 코트에 실제 주방의 바닥 면적을 그려놓고 각종 장비를 배치한 후 실제 인력을 투입하여 일하는 시늉을 하게 한 뒤, 동선이 꼬이지는 않는지 운영 상의 불편함은 없는지 끊임없이 반복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낭비되는 동작이 없는 레이아웃을 찾아냈고 이를 '스피디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실제 운영에 적용하게 된다.



이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던 이유는, 실제 오늘날까지도 글로벌 맥도날드는 이러한 '테니스 코트'를 자체 보유하고 최적의 오퍼레이션 방식을 찾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2001년 이노베이션 센터(Innovation Center)라는 일종의 거대한 오퍼레이션 실험실을 시카고 근교에 만들었다. 거대한 창고 건물에는 매일 최소한 한 개의 가상 레스토랑이 설치되어 오퍼레이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전 세계 맥도날드 비즈니스로부터 요청받은 형태의 레이아웃과 운영 환경을 적용한 뒤 실제 크루들이 학생 및 은퇴자로 구성된 손님의 주문을 받아 운영 상황을 재현하게 된다. 관찰된 모든 오퍼레이션 과정은 사내 전문가 집단에 의해 분석되어, 가정된 상황에 맞는 최적의 운영 방법을 찾게 된다. 실제 새로운 형태의 메뉴나 시스템이 맥도날드 오퍼레이션에 도입되는 경우,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낸 뒤, 실제 매장을 디자인하고 인력을 배치하여 서비스를 하게 된다.


시카고 트리뷴의 관련 기사 내용 링크


맥도날드 이노베이션 센터 내부
심지어 드라이브 스루도 이런 식으로 시뮬레이션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브랜드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치밀하고 집요한 오퍼레이션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있었기에, 맥도날드는 경쟁자들과 비교 불가능한 수준의 오퍼레이션 엑설런시(Operation Excellency)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이를 다수의 점포에 효과적으로 적용하여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로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한다. 실제 맥도날드 형제는 레이 크록을 만나기 전에 5개의 프랜차이즈(레이 크록의 자서전에서는 10개의 매장)를 오픈했으나 그렇게 재미를 보지 못했었다고 한다. 우수한 오퍼레이션 시스템과 더불어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한 두 번째 조건인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 QC)'에 대해서는 곧 이어질 다음 편을 통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본문 중 기술한 맥도날드 시스템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은 웹 서칭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의 수준으로 내용을 제한하여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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