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러티 컨트롤과 오너오퍼레이터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맥도날드 형제는 본인들의 매장에 이어, (영화 스트리상) 서부지역에 5개 프랜차이즈 매장을 오픈하였다. 그렇지만 스피디 시스템이라는 좋은 운영 시스템을 갖고 있고, 수퍼바이저를 파견하여 관리하려고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의 "품질관리(Quality Control)"에 어려움을 겪고 추가적인 사업 확장을 주저하고 있었다.
어렵게 맥도날드 형제를 설득하여 사업권을 얻어낸 레이 크록에게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프랜차이즈 사업 경험을 통해 더욱 강력하게 프랜차이지(Franchisee; 체인점/가맹점주)를 통제하려고 하는 맥도날드 형제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 가고, 레이클록 부부가 디너클럽에서 만난 지인들을 설득하여 몇 개의 매장을 오픈 해 보았지만 골프와 투자에만 관심이 있는 은퇴한 자산가들은 매장의 오퍼레이션과 품질관리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맥도날드 형제가 겪었던 것처럼, 그러한 점주들이 운영하는 매장은 기본적인 매장 청결에서부터 서비스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맥도날드가 가지고 있는 메뉴얼을 무시하고 레시피를 수정하거나, 원래 판매하도록 되어있지 않은 메뉴를 임의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크록은 본인의 사무실에 찾아온 방문판매원 Leonard Rosenblatt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사무실 직원의 거듭되는 거절에도 끈질기게 성경을 판매하려고 설득하다 쫒겨나는 그를 따라다간 레이크록은, 유대인이지만 "먹고 살기위해(Making a living)" 카톨릭 성경책을 판매한다는 그의 말을 듣고선 그를 새로운 가맹점주로 설득하여 매장을 오픈하게 된다.
새로운 매장에서 남편은 주방에서 오퍼레이션을 관리/감독하고, 그의 부인은 홀에서 손님을 케어하고 아동 고객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며 청결을 관리하며 하나의 팀으로써 각자의 역할을 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비즈니스 파트너로써 어떠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동안 여러가지 사업 아이템에 대한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은퇴 자산가들과 어울리기 위해 가입했던 디너 클럽을 탈퇴한 그는, 하루하루 생업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다양한 모임에 참석하며 삶에 열정적이고 희망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그와 함께할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McDonalds' is Family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팔을 걷어붙이고 열심히 일할 사람에게 한발짝 더 나아갈, 그리고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주며, 레이크록과 맥도날드는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맥도날드 형제와 레이크록이 겪었던 것처럼, 아무리 좋은 표준화된 시스템과 수퍼바이징 체제가 갖추어져 있더라도 가맹점주의 사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하다면 브랜드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커다란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레이크록은 프랜차이지(Franchisee)를 단순히 가맹점의 사장, 오너 혹은 투자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맥도날드의 상품과 시스템을 가장 잘 이해하고 완벽하게 습득한 뒤 실제 운영에 참여해줄 수 있는 인원으로 선발하기를 희망하였고, 이러한 철학은 맥도날드가 지금까지도 가맹점주를 부르고 있는 명칭인 "Owner/Operator(줄여서 O/O라 부름)"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실제 맥도날드에서는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거쳐 오너오퍼레이터를 선발한다. 단순히 재무적인 투자자본을 소유한 것 뿐만 아니라, 매장을 직접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비즈니스 경력과 역량이 있는지 판단한다. 이렇게 선발된 오너오퍼레이터는 실제 직영 매장에서의 1년여 트레이닝 기간을 통해 일반 크루에서부터 매니저/점장에 이르기까지 각 포지션에서의 모든 매장 운영 프로세스를 직접 경험하고 몸에 익히는 과정을 통과한 뒤에서야 본인 소유의 매장을 갖게 된다. 비록 한국에서는 맥도날드 본사의 자본철수가 예정되어 한동안 빠르게 증가하던 가맹점포의 숫자가 더이상 늘어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동일한 프로세스를 통해 오너오퍼레이터를 선발하여 가맹점포를 늘려왔고 향후에 한국 사업의 운영주체가 변경된 뒤에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 가맹사업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퀄러티 컨트롤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요건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스템이나 프로세스가 아니라 아니러니하게도 그것을 잘 준수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다. 맥도날드가 오너가 오퍼레이터의 역할을 겸하게 함으로써 퀄러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관리의 책임을 갖도록 하는 것처럼, 각 브랜드는 각자의 사정에 맞게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점장에게 "점주"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실제 일정부분의 오너십을 부여하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사례도 역시 소유를 통해 책임감을 부여함으로써 전반적인 퀄러티 유지/향상을 의도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굳이 이러한 체계를 갖고있지 않더라도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선호 혹은 시장에서의 브랜드가 보여주고 있는 실적은 더 좋은 점주/프랜차이지를 끌어들이는 자연스러운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카테고리에서의 1등 브랜드에는 늘 더 열정 넘치고 최선을 다하는 점주가 많이 모이게 되고, 이는 자연스러운 품질/서비스의 향상 및 브랜드의 성과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게 된다. 좋은 점주와 성과 중 정확하게 어느 쪽이 먼저라고 정의하기는 어렵겠지만, 좋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고, 이러한 선순환 속에서 퀄러티 콘트롤은 자연스럽게 더 잘 수행될 수 있는 것이다.
동일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매장이더라도, 사장님이 매장에 계시다 안계시다로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의 차이가 현격하게 나는 경우를 우리는 일상에서도 흔히 접하곤 한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만회 할 수 있는 영역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주 작은 부분이 고객들에게 반드시 노출되고 만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좋은 프랜차이즈 파트너를 발굴하는 것에 열중하고,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훌륭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춘 브랜드를 선택하고, 또한 본인이 자리를 비우게 되더라도 매장에서 조금 더 책임감 있게 일해줄 매니저를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레이크록이 프랜차이즈 초창기 단기적인 투자자 유치에 몰두하다가 놓쳤던 퀄러티 컨트롤 그리고 올바른 프랜차이즈 파트너를 찾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생계를 위해 카톨릭 성경을 판매하던 유대인 부부를 가맹점주로 설득하고 그들이 매장을 꾸려가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깨닫을 수 있었다. 성공이 절실한, 그리고 하루하루의 삶에 열정적인 오너/오퍼레이터들과 함께 했을 때 맥도날드 형제의 스피디 시스템이 더욱 빛나며 그 퀄러티를 올바르게 잘 유지할 수 있었고, 이러한 성과가 누적되며 맥도날드가 세계 최고의 외식 기업으로 굳건히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