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야 솟아나랏

밤리단길 건우네 책방

by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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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밤리단길의 건우네 책방 네번째로 들른 독립서점이었다.

작가가 자기 책을 들고 서점에 왔다는 것에 환대를 해준 곳도 있고 조금 불편한 내색을 한 곳도 있었는데 나는 그런 반응들이 흥미로웠다. 로운 자극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몹시 내향적인데다 사람들한테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을 두려워면서 지금은 웬 용기가 마구 솟아오르는 나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거지.


지난여름 첫 책을 출간한 후 나는 한동안 무기력한 기분에 시달렸다.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지나가자 이제 어떡하지? 불안이 엄습했다. 아무것도 쓸 수 없고. 번아웃이라고 하기엔 뭐 그렇게까지 엄청난 일을 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민망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그런 말을 들었다. 책을 세상에 낳아놓고 나면 원래 산후 우울증 같은 그런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거라고. 아...산후 우울증이네!

가진 밑천을 다 갖다 썼으니 이젠 뭘 써야 하나 겁이 나고 나 이제 어떻게 뭘 할 수 있지? 하는 기분은 역시. 산후 우울증과 닮은 것도 같다. 내가 내는 용기의 출처가 궁금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납득이 되었다. 뜨거운 모성인 걸로.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공간 안쪽에는 6인용 사각 테이블이 있었다. 책을 두고 공부하는 손님이 한 명. (도레미파) 솔 정도의 밝은 목소리로 맞아주는 여자분 한 명. 책방지기일까?


책방 안의 독립 출판물과 스테디셀러, 깊이 있는 책들을 빠르게 스캔한다. 한편에는 청소년 도서와 그림책도 섞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작은 서점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여러 분야의 책이 같은 시야에 어울려 있는 광경을 보는 거다. 의외의 책들이 서먹한 듯 은근히 친한 듯 이웃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좀 재미있다. 평소에는 지나쳤을 책에도 쉽게 눈길이 닿는다. 그런 약간의 무질서가 책방을 더 생기롭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데 가만 보니 책 하나하나에 손으로 쓴 책 소개 메모가 붙어있다. 정성스럽기도 하다. 이건 책을 사라는 게 아니라 책을 읽어 달라는 마음인데. 심지어 한 두 장이 아니다. 왜 이렇게까지…? 귀엽고 깨끗한 필체를 보면서 책방지기에 대한 호기심이 일렁거렸다. 서점 안쪽을 살펴보았지만 앉아있는 사장님의 머리 꼭대기만 보일 뿐이었다.


보다 보니 위시 리스트에 적어놓았던 <별별 수다> 책이 신간으로 턱 올려져 있었다. 아니 이 책을 여기서 보네, 반가워서 일단 계산을 했다. 그리고 주섬주섬 가방에서 귤을 꺼내 테이블에 올리며... 최대치의 미소를... “제가 책을 한 권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으아! 근데 보도자료를 차에 두고 왔네요?못살아, 잠시만요!!”

영업을 하려면 딱 부러지게 해야 하는 건데 도대체가 글러먹었다. 모양 빠지게.....


헐레벌떡 뛰어갔다 오니 내 책을 살펴보고 있던 사장님이 웃으면서 자리를 권했다. 시간이 되면 잠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는데, 목소리가 무척이나 다정했다. -네? 얘기를요? 지금요?

미처 예상치 못한 전개였지만 뭔가 느낌이 좋았다. 신이 나서 괜히 더 힘든 척 헐떡거린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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