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쓰니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그냥 시간이 여유 있을 때 한 곳씩 가 보는 것이다. 그래 봐야 일주일에 하루 내기도 빠듯하지만 어쨌든, 시작했다.
서점을 도는 건 내 책이 있을만한 곳을 직접 찾아다니려는 애착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중쇄를 찍을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영세한 글쓰기 소상공인인 내가 직접 움직여 내 책을 알리기 위해.
지금까지 네 곳의 독립서점을 다녔는데, 매번 놀랐다. 책방마다 색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고 어쩐지 공간 자체가 성격이 있는생명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나는 도서관 같은 데에서 수많은 책이 가지런히 있는 것을 보면 이 많은 책이 품은 시간의 총합을 생각하며 기꺼이 압도되곤 했다. 마치 우주에 대해 생각하면 저절로 겸허해지는 것과 비슷한 감정인 것 같다. 이 책들이 자신을 만든 사람보다 오래 세상에 남아있을 상상을 한다. 규모가 작아도 책이 모여있는 장면은 그래서 매번 감격스럽다.
독립서점을 다니는 건 매번 낯선 세상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그 낯선 세상의 중심에는 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책방을 지키는 책방지기이다. 서점 주인, 사장님,으로 불러도 좋겠지만 어쩐지 책방지기라는 말이 주는 미묘한 어감이 좋다.
독립 서점들은 (지금까지 가본 경험으론) 조금 작고 외관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비용 문제겠지만 책방이 들어오기 전 달려 있었던 엉뚱한 간판이 붙어 있거나 아예 간판이 없는 곳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곳이라도 일단 들어서면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 책을 놓은 방식, 구성되어있는 섹션들을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책방지기의 관심사나 취향을 알 것도 같다. ‘누군가가 읽는 책이 곧 그 사람’이라고 믿는 나는 그 정성 들여 놓였을 책들 앞에서 아주 많은 정보를 읽는다. 섣부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심쿵하기도, 두근거리기도 했다. 표현하긴 쑥스럽지만 내적 친밀감이 불쑥 솟아나기도 했다. 음 그래, 이제 생각해 보니 그건 마치 소개팅을 하는 기분이었다. 아니면 명동 한복판에서 같은 고향 사람을 만나는 것? 물론 내가 오버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 일리가 있다. 이 시대에 동네 작은 서점을 차리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나와 공통점이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은, 확률적으로 맞을 것이다. 김치찌개 집이나 신발가게보다는 동네 서점이 작가인 나와는 더 결이 맞을 것만 같다. 어쨌거나 책방지기와 나 사이에 부정할 수 없는 공통점 하나는 확실하다. 우리는 책을 좋아한다. 직업적으로 감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