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마음에는 아마....

털이 나 있을 거야.

by 김혜원




어느날 장을 보고 들어가는 집 주차장에서의 일이다.

엄마 짐을 대신 들어준다며 양손에 잔뜩 짐을 뺏어든 이성이가 제법 크고 듬직해 보였다. ‘훗 오늘자 귀여움이 여기 있군.’

얘들아 사진 찍게 잠깐 서봐, 말하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괜찮아 사진 찍고 타자~”했지만...


막내는 벌써 버튼 누르겠다고 오도도도 뛰어 들어가 버리고 이성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아 좀 찍고 가자니까~~~ 에이 그럼 안에서 찍어야겠다 아아 여긴 배경이 지저분해서 안되겠다~~”


이성이가 폭발한 건 그때였다.


“엄마! 엄마는 사진이 그렇게 중요해? 왜 만날 그렇게 사진을 찍는 거야?? 지금도 엘리베이터 타지도 못하게 내 시간이랑 엘리베이터 전력을 낭비하고! 전에도 내가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진을 막 찍었고!!!! 내가 전에 실험할 때도 책 볼 때도 갑자기 찍고!!

고구마처럼 줄줄이 딸려나오는 ‘내가 사진을 막 찍은 증거의 순간들’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말았다.

엄마는 왜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건지 모르겠어 진짜!!!”


“사진 찍는 거 싫었었어? 엄만 몰랐지!!”

“싫어 싫다고!!! 내가 뭐 할 때마다 엄마가 자꾸 못하게 방해 하는 거 싫으니까 앞으로 내사진은 평생 찍지 마 진짜...” 이글아이가 말했다.


‘나 참 얼척이 없어서.....’

슬그머니 폰을 집어넣었다. 내가 사진에 환장한 년도 아닌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네놈 사진을 찍다가 이렇게 욕을 보는가- 자막을 보았다 나는 그 순간 분명히,,,


근데 이 녀석이 집에 와서도 생각 할수록 화가 나는지, 씩씩 울그락불그락 어쩔 줄을 모른다. 그래 그것도 좋지 혈액순환 쫙쫙 되겠다야.


“알았어 안 찍을게 이제 (더러워서 나 참) 화 그만 내 안 찍을 거라고 이제 (치사하다 진짜) 근데 이성아...........엄마가 사진을 왜 찍었는지 이야기는 좀 들어줄래...?

엄마는 네가 매일매일 빨리 자라니까...이렇게 작고 예쁜 어린이 이성이 모습은 나중엔 못 보게 되니까 아쉽고 아까워서...매일매일 기록으로 네 모습을 남겨두고 싶어서 그랬어.

너를 귀찮게 하거나 방해하려는 생각은 없었고....정말 너무 예뻐서 찍은 건데 네가 싫다면 앞으로 사진 안 찍을게....”



그러자 좀 전까지 분해서 파르르 떨던

유이성이

운다. 엉엉.!!!!

엎드려 어깨를 들썩이는데 이건 감동이야 화내는거야 떨리는 맘으로 어깨를 잠고 애를 살짝 들어보았다.

아..... 이건 확실히 감동이다. 먹혔다 후흐히히호히

“그런 얘기를 사진 찍기 전에 말을 해야 내가 알지...” 아들이 말했다.

“응... 그럴게. 엄마 마음 알아줘서 고마워...?”(ㅋㅋㅋㅋ)

아. 이 얼마나 유연한 감정인가.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늘 감탄하게 된다. 기분의 회전률이 엄청나다. 화내다가 울고 그러다가 또 웃는다.

옛날 어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마 아이들의 똥꼬엔 털이... 어쨌거나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신기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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