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클래식 산책 2

음악을 그리다

by 김은정
겨울왕국




#1 겨울바람


@ 바람아 안정되어 다오.


난 원래는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동양인이다. 세상은 다양성을 지닌다. 다양성의 조화라고나 할까? 그중에서도 헤어스타일을 중요시한다. 동양인으로 검은색을 한 머리카락보다는 오히려 탈색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미지 변신을 통해서 스타일을 멋지게 창출하기도 한다. 나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옅은 브라운 색을 선호하면서 조금 밝게 보이도록 한다. 염색이란 과연 겉은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지만 두피에 대한 후폭풍은 굉장히 심하다. 이전에는 염색을 해도 두피 가려움증이란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잘 몰랐다.

한 달 전이다. 뿌리에서 거의 5센티미터까지 자라난 검은색의 머리와 그 아래칸으로 갈색빛은 조화롭지 못했다. 타인이 보아도 오히려 흉해 보였다. 그래서 늘 습관적으로 염색을 하였다. 오늘이면 염색한 지가 거의 한 달이 되었다. 요즘 새벽이면 두피의 가려움증이 반복되어 일어났다. 게다가 기후의 건조로 피부도 가려워지고 여러 가지 힘겨운 현상이 발생했다. 어쩔 수 없이 난 파마도 해야 할 시점에 두피가 좀 더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 이유로 헤어컷만을 하기로 했다. 짧은 컷을 하였는데 생머리가 되어있어서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힘겹게 예약해 둔 헤어숍을 나가려는데 일기예보가 뜬다. 오늘은 기온도 저조하고 강풍이 매우 심하게 분다고 하였다. 그래서 난 패딩점프를 입고 목도리를 둘둘 말고 장갑까지 착용하고 나갔다. 늘 들고 다니는 파라솔은 바람에 날려 갈 것 같아서 포기하고 모자를 쓰고 헤어숍으로 향했다. 하지만 의외였다. 강풍인데 봄바람 보다 더 따뜻했다. 바람은 거리로 떠도는 비닐봉지가 하늘 위로 날아다닐 만큼 세게 불었다. 기후의 위기가 느껴졌다. 따스한 바람이 불면 보통은 초미세 먼지로 하늘은 뿌옇게 되는데 오히려 더 맑고 높았다. '이게 무슨 일이람. 이런 날도 다 있네.' 산뜻해진 헤어의 가벼움은 새 깃털 같았다.

생각을 멈추고 새벽을 향하며 문득 휴대전화기를 이리저리 눌러보았다. 내가 잘못 본 것인가? 뉴스란에서 "미국 대기업에 폭탄 때렸다" 트럼프 보라며 강력 대응한 러시아라는 문구가 보였다. 러시아가 미국 기업 번지 해바라기유 공장에 드론으로 폭격을 가했다고 한다. '오늘 바람이 거세게 불더니만 왠 날벼락 소리인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러시아 푸틴이 경계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정세에 관심을 두지 못했는데 요즘 베네수엘라 소식, 중국, 러시아, 이런 등등 시끄럽게 들려온다. 이상하게도 민주주의 방향보다는 무기와 싸움으로 맞붙자는 건가? 세상이 점점 불안정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기후도 뒤죽박죽인데 저 너머 한 지구아래는 새가 날아다녀하는데 무기가 징그럽게 떠다닌다. 지구를 사랑하는지 무기에 미쳐 있는지. 한계가 안 보인다. 더하면 더했지. 멈출 줄 모르는 것 같다. 잘한다 잘해. 어지간도 해라. 생명을 모조리 없애자는 건가? 자기들도 병들고 나이 들면 어차피 죽지만 영원히 죽지 않고 육으로 그렇게 영생한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어쩜 생각도 없고 머리는 텅 빈 채 국제를 이끌어 간다느니 나라를 이끈다느니 큰 소리만 치고 진정으로 해결해야 할 방법은 찾지 못하고 점점 미로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삶과 죽음 앞에서 양심도 잃고 살아가는 좀비로 변해가고 있지는 않은가? 인간이란 가면을 쓴 좀비 말이다. 허물허물 허우적허우적 정신 차려야 한다.


내가 흥분했나 보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음악을 감상하자.

지구의 평화를 위하고 세계 정치인들의 밝은 지혜를 빌어본다.

-- Vavillov의 Caccini's Hymn (Ave M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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