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미국 증시와 유럽 증시는 하락 마감했습니다. 미국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에도 긴축을 계속할 거란 우려에. 그리고 유럽은 경기침체 우려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주요 지수들이 1%대 낙폭을 보여줬는데요.
먼저 미국 경제. 그리고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미국의 부채 한도 상한 문제부터 짚어볼까요.
#1. 美, 부채 한도 도달…재무부, 부채한도 특별조치 시행
지난 현지 시각 13일 재닛 옐런 재무 장관이 예고한 대로 미국의 연방부채가 상한선에 도달했습니다. 따라서 재무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하기 위해 특별 조치 시행에 들어갔는데요.
부채 한도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죠. 미국 정부. 매년 엄청난 규모의 재정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정부가 세금 등을 통해 걷어들이는 돈 보다 지출이 더 많다는 건데요. 미국 정부는 부족한 부분을 국채 발행을 통해 메우고 있습니다. (돈을 빌려서 지출을 감당한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부채를 무한대로 찍어낼 수는 없으니 미국 의회는 상한선을 정해놨고, 이게 바로 부채 한도 개념입니다.
31조 3천810억 달러. 미국의 연방 부채 한도입니다. 어마어마하죠. 미국 의회는 1960년 이후 부채 한도를 78번이나 올려왔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왜 부채 한도를 올리지 못하면 문제가 되는 걸까요. 부채 한도가 오르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세입으로만 정부 운영을 꾸려가야 합니다. (이미 세입보다 지출을 많이 하고 있는 데... 거의 불가능이라는 소리죠) 그 때문에 부채 한도가 상향되지 않으면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건데요. 디폴트에 빠지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성장도 위협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재무부는 디폴트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특별조치를 시행한 건데요. 특별 조치에는 연방 공무원 퇴직 및 장애인 연금과 우체국 퇴직자 건강보험 기금 신규 투자 중단이 포함됐고, 해당 조치는 6월 5일까지 지속됩니다. 문제는 옐런 장관도 재무부의 현금 소진 시점이 언제일지 불확실해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 말은 디폴트 가능 시한을 6월로 제시했지만, 그전에 재무부의 현금이 다 마를 수도 있다는 거죠...
지금 미국 의회는 아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재정 지출을 둘러싼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조건 없는 부채 한도 조정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 역시 타협은 없다는 기조인데요. 특별 조치가 시행된 오늘도 양당은 날을 세우며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는데요. 이렇게 되면 당연히 의회 교착 상태는 장기화되겠죠.
미국 의회가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디폴트 우려가 시장을 계속 지배하게 된다면 2011년 미국 정부 신용 강등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는데요.
2011년. 미국 의회는 지금처럼 부채 한도 상한 조정 여부를 두고 대립했습니다. 가까스로 부채한도를 조정하면서 디폴트 위험에서는 벗어났으나, 이때 신용평가사인 S&P가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AAA → AA+)했고요. 증시와 실물 경제는 엄청난 변동성을 겪었고 다른 국가들도 그 충격을 겪었습니다. 그만큼 부채한도 조정 문제는 올해 미국 증시 최대 변수 중 하나인데요.
미국이 계속 이렇게 부채로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는 이유는 '달러 패권' 때문인데요. 이건 나중에 다른 게시글에서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2 연준의 말말말 : 오늘은 '비둘기'
어제는 매파. 오늘은 비둘기입니다.
연준의 2인자. 그리고 대표적인 비둘기파 연준 인사죠. 라엘 브레이더드 연준 부의장은 현지 시각 19일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따라서 추후 데이터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브레이너드의 발언은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의 발언과도 결이 같습니다. 수잔 총재.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하고 있고 따라서 이제 긴축을 느리게 가져가야 한다고 했는데요.
어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는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이번 FOMC서도 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시사했는데요. 연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죠.
그래도 연준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1) 최고 금리가 5% 이상이 될 거란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리고 2) 최고 금리 도달 후에는 바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한동안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3. ECB 의사록 공개...추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일축
유럽에서도 '0.25%포인트 vs. 0.50%포인트' 금리 인상 논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워낙 유럽 인사들이 강경한 발언을 해와서 유럽중앙은행이 다음 회의에서 0.50%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거란 전망이 조금 더 우세했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고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유럽중앙은행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습니다.
오늘 공개된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 의사록은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는데요. 상당수 위원들은 회의 초반에 그전 회의처럼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의 끝에 0.50%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인상폭을 낮추기로 결정했는데요.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제안한 방안을 받아들인 겁니다. 해당 방안에는 금리 인상폭을 0.50% 포인트로 줄이는 대신 일정하게 큰 폭으로 금리를 계속 올리고 시장에 금리 인상을 지속할 거란 일종의 강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라가르드 총재는 다보스포럼에서 기존 금리 인상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따라서 로이터는 추가 금리 인상폭 축소는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4. 넷플릭스 실적
넷플릭스 실적이 공개됐습니다.
EPS(주당순이익) : $0.12 (예상치 - $0.45)
매출 : 78억 5천만 달러 (예상치 - 78억 8천만 달러)
글로벌 구독자수 : 766만 명 증가 (예상치 - 457만 명 증가)
주당 순이익은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매출은 기준치에 부합했네요. 시간 외 거래에서 6% 정도 오르고 있습니다(현지 시각 오후 6시 기준). 구독자 수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실적 발표와 함께 창립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공동 최고경영자가 자리에서 사임했습니다. 현재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는 그레그 피터스가 테드 사란도스와 함께 공동 CEO를 맡게 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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