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
예전에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이 선명하게 나지 않지만 그때도 여럿이 어울리는 것보다 두 세명 정도 모여서 이야기하고 노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군중 속에서 즐거웠던 적이 별로 없고 사교계 모임 같은 분위기와 내가 맞을 것 같지도 않다.
누가 되었든 내 집에 초대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기대되고 설렌다는 느낌보다 신경 쓸 일이 많아지고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나는 호스트의 자질이 많이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모이기를 힘쓰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 격려하고 나누며 밀려나는 사람, 소수자, 관심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지만 이런 일들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런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배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임에 틀림없다.
앞집 언니가 나에게 그런 사람이다.
자신의 공간에 스스럼없이 초대하고 가진 것을 나누고 배려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으면 챙긴다.
언니 덕분에 우리 가족의 밥상이 풍부해졌었고 좁은 인간관계를 그나마 넓혀보는데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언니에게 9살, 5살 두 딸이 있어서 6살 우리 아들이 그 자매들과 교류하며 좋은 경험을 했고, 도움도 받았다.
특히 첫째 딸이 언니의 넉넉한 마음을 닮아서 동생들을 잘 챙기고 보살펴 주어 늘 그 아이를 떠올리면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언니는 어떤 행동이든 물건이든 상대방에게 해주려고 마음먹었을 때 계산하지 않는다.
자신이 잠깐 아이를 돌봐주겠다고 했으면 몇 시에 오니 아직 멀었니 같은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상대가 마음이 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그 시간을 지낸다. 전에 네가 저만큼 줬으니 나도 이만큼 한다 하는 것이 없이 나누고 베푼다.
처음에 언니가 앞집으로 이사 왔을 때 떡을 돌리면서 인사했던 날,
나는 몹시 방어적인 태도로 언니를 대했고 얼마 간 가까워질 일 없는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지냈으나 같은 층이다 보니 자주 마주치게 되고 한결같이 호의적이고 개방적인 언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열렸다.
나를 알아봐 주고 응원해 주고 내가 이 언니 앞에서 속상한 이야기를 하면서 울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언니는 더 이상 같은 층에 사는 앞집 여자가 아니다.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맛있는 음식, 멋진 장소, 색다른 경험 모두 같이 공유하고 기쁜 소식이 생기면 같이 축하해 주고 싶고 좋은 것이 생기면 나누고 싶을 때 떠올리게 되는 몇 안 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이 기쁘다.
내가 이 멋지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따스한 눈길을 받을 수 있는 괜찮은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언니로 인해 인생의 감칠맛이 나는 조미료들을 많이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고 나 또한 그녀를 그렇게 대할 수 있으니 기쁜 일이라고 하는 게 당연하다.
나의 부족함에 대해 잔소리 같지 않은 잔소리를 가끔 듣지만 언니의 그 진심 어린 조언이 내게 도움이 될 것을 알기에 살면서 만나기 힘든 이 인연이 앞으로도 별 탈 없이 잘 이어져나가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