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치료
내 동생은 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대학원을 준비 중이다. 나와 9살 차이가 나서 어린 시절 분유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고 놀아주고 잠도 재우고- 거의 엄마처럼 돌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동생이라기보다 친자식 같다.
그 아이가 대학생일 때 학교에서 과제로 제출할 자료가 필요해 가족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나는 편차가 심한 조울증으로 진단되었다.(병원에서 전문의에 의해 진단받은 것은 아니다.)
그 결과를 보고 울었다고 했다. 사실 나는 내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단지 내가 특별할 것이라고 스스로 세뇌시키며 내 모자란 부분을 덮어보려 노력했던 적은 있지만 말이다.
산후우울증도 있었고 몇 번의 고비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 넘어가고 큰 문제없이 살아가던 어느 날, 육아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지고 내 자식이지만 정말 미운 감정이 차고 넘쳐서 아이에게 올라가는 손을 가까스로 참고 다시 평정을 찾는 일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참았던지 입술을 질끈 깨물어서 피가 날 정도였다. 손을 꽉 쥐어 손톱자국으로 손바닥이 패이기도 했다. 필사적으로 참았던 것이다.
부모의 손찌검이 아이에게 주는 영향을 잘 아니까. 내가 그랬으니까.
감정이 널뛰기하는 엄마 밑에서 아이의 마음이라고 온전했을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껴 주위 사람들의 조언으로 한 아동심리센터에 상담을 받고 검사를 하러 갔던 날.
처음 검사지를 작성하고 상담을 하기 위해 여러 개의 방 중에 한 곳에 들어가 상담사를 마주했을 때, 그가 하는 인사나 이야기보다 그의 열 손가락 중에 6개에 끼어져 있는 반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깔끔하고 예쁘게 네일케어를 받은 손 위로 잘 메어진 블라우스 리본, 마스크 위로 보이는 멋스럽게 메이크업된 눈과, 염색과 펌을 한 윤기 찰랑이는 머리까지 바라보며 속으로 ' 상담사 돈 잘 버나보다'라고 생각했다.
상담은 순조로웠고 아이는 다행히 내가 걱정했던 문제들은 없었다. 많이 사랑을 표현하고, 육아가 힘들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이는 몇 번의 놀이치료가 필요하다고 권유하기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고 치료를 하는 기간 동안 처음 상담사와 시간 조율이 어려워 따로 다른 분으로 예약을 따로 잡았다. 그분 역시 큰 사파이어 알반지와 목걸이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었지.. 왜 그런 것들이 먼저 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다.
'엄마 많이 고생하셨네요. 엄마 성향이 아이랑 완전 반대라서 이해하고 수용하기 힘들었을 텐데 아이 이만큼 문제없이 큰 거면 엄마가 노력 많이 하신 거예요.'라는 말에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던 날도 있었고, 아이의 속마음을 놀이로 표현하며 한층 밝아진 그를 지켜보는 내내 미안하고 고마웠던 날도 있었다.
아직 내 개인을 위한 상담을 긴밀하게 해 본 적은 없으나, 나와 어떤 관계로든 엮여있지 않는 사람에게 비밀보장을 전제로 나의 깊은 부분까지 다 털어놓고 말할 수 있게 된다면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까?
워낙 의심이 많아서 사람을 좀처럼 신뢰하지 않는 나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지만 자녀를 통해서 체험해 본 심리상담과 치료는 주변에서 눈치챌 정도로 효과가 있었고(아이가 차분해졌다느니, 말로 표현하는 게 더 매끄러워지고 부드러워졌다느니, 표정이 전보다 밝아졌다느니 하는 말들), 나도 아이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내 육아 스트레스도 극으로 치달았던 때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가보길 잘한 것 같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예전보다 예민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느낌, 기분이 급격히 다운되고 모든 일에 무기력함을 느끼며 지치고 때로는 너무 화가 나고 분이 올라와 온 몸이 폭발할 것 같은 느낌과 나를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만 해도 한결 가벼워지고 내 생각이 정리될 때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나를 꺼내 보일 수 있는 가까운 누군가가 없다면 내 마음을 들여다봐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센터에 찾아가 보는 것을 조심스레 권해본다. 부디 그곳에서 자신과 결이 맞는 좋은 상담사를 만나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