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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an 29. 2023

이름이 없다

무명

실존하는 이름이 있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예술계라고 말하는 그곳에서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어느 집단에서든 주목받지 못하고 말이나 행위에 힘이 없는 사람. 무명.


무명은 서럽다.

처음부터 누가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일이 좋아서 하다 보니 잘하고 싶어지고 먼저 앞서 나가고 있는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질투하기도 하고 미묘한 차이를 넘어 대놓고 차별하는 대우에 속이 상해서 '나를 왜 몰라주나'의 심정까지 이르렀는지도.


애매한 재능이라는 것은 참 서글픈 면이 있다. 사실 재능 앞에 '애매한'이라는 수식은 필요 없을지도.

열심히 한다고 어느 정점에 이르기가 어려운 것이 예술이고, 타고난 예민주파수가 없는 이에게 다른 이들의 혼을 때려 그 정신을 흔들고 마음을 울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안다. 


예술이라는 분야 외에도 어떤 세계에서 인정받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결국 집요함. 치열함. 간절함. 방대함. 무모함. 성실함 등의 단어들만이 머릿속에 떠도는 나는 무명.

한 권의 책이 나온 후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하는 1월의 마지막 주.

글과 그림 둘 다 잘해야 한다는 이 부담감이 무명이라는 단어와 함께 나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버텨서 완성할 수 있도록 다짐하고자 이 글을 쓴다. 세상의 모든 무명 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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