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by 엘샤랄라

"원한에 사무친 열정보다

사람을 더 빨리 소모시키는 것은 없다."

-프리드리히 니체-


나만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부모님은 유독 시험기간에

부부싸움을 하셨다.

자식이 공부하겠다 이렇게 발버둥 치는데

꼭 이런 날 싸우셔야 하는지 미웠다.

나만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남편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초반에

나 혼자 아이도 보고, 돈도 번다 착각하였다.

가족 중에서 '나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의 저변에는 세상을 향한 원한이 서려있었다.


원한이 깔린 열심은 나를 갉아먹었다.

학생 때 나는 피부가 뒤집어졌고

변비로 고생했다.

밖에서는 언제나 웃고 있었지만

혼자 있을 때면 씩씩댔다.

원한이 깔린 열심은 나로 하여금 바득바득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었지만

나를 메마르게 했다.

감사할 줄 모르고, 넘치는 것을 찾기보다

부족한 것에 눈을 돌렸다.

현재의 내 모습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불안한 미래에 안절부절못했다.


그리고 어느덧, 마흔

하나둘씩 내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원한의 찌꺼기들을

글을 쓰며 털어내는 나를 발견한다.

나만 알고 있던 영혼의 혼탁함이 맑아지고 있다.

담아 둘 원한이 없으니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것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나만 보였는데,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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