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고 한 결혼

by 엘샤랄라

"믿음은 거짓보다 위험한 진실의 적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얼마 전 남편에게 '난 당신 믿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라는 말을 했다.

이에 대뜸 남편은 정곡을 찌른다.

'아니, 넌 너를 믿고 여기까지 온 거야.'


남편과는 2013년에 결혼했다.

그즈음에 바로 남편은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안정적인 기반을 다져 놓고 결혼할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남편은 기반을 다질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미 잡힌 결혼 날짜를 미뤘으면 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비록 그의 주머니 사정은 넉넉하지 못했을지언정

나에 대한 그의 사랑까지 부족한 건 아니었기에.

그의 주머니가 부족하면, 내가 채우면 된다 믿었다.

자신 있었다. 그렇게 결혼을 밀어붙였다.


첫 아이를 가질 때에,

여전히 남편은 좌충우돌 중이었다.

뭐 하나 완벽한 건 없었다. 이 또한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우리 부부를 더 끈끈하게

연결해 주었고, 세상 풍파를 더 씩씩하게

견뎌 낼 수 있는 희망이 되었다.

비록 하나부터 열까지 남편과 둘이서

부딪히며 해내야 했고,

나의 높은 이상 때문에 성에 차는 건 없었지만

그럭저럭 아이를 키웠다.

아무것도 없이 하나씩 채워 나가며

아이를 키운 자신감으로 둘째를 가졌다.

첫째는 아들, 둘째는 딸이었다.

아이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어쩐 일인지 아이가 하나, 둘 태어날 때마다

우리는 되려 더 삶의 의욕을 불태웠다.

가정을 일굼으로써, 남편은 사업하면서 겪었던

숱한 실패와 좌절을 이겨내고 또 이겨냈다.

사이사이 호재가 잇따르면서

남편에 대한 믿음이 커질수록 마음의 중심을

지키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 삶의 운전대는 내가 잡아야 했다.

그를 믿어주는 것과 그에게 의지하는 것은 별개였고,

그를 믿어주는 것과 나에 대한 믿음은 별개였다.

그에 대한 믿음을 키운다고 나에 대한 믿음의

크기가 결코 줄어들어서는 안 되었다.

그의 자리가 있고, 내 자리가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는 중심은

나에게서 비롯되어야 함을 배웠다.

나는 결코 내가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는 즐거움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다시, 나는

나부터 믿어주기로 했다.

내가 나를 믿어주므로 나의 가치를 깨닫듯이

남편과 자식들도 그렇게 가치를 발하며

빛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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