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못하고 나는 너무 일찍 왔다.
나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프리드리히 니체-
모든 플랫폼에는 숫자가 존재한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숫자'
나의 기억력은 믿을 것이 못되므로
좀 더 체계적으로 기억하고 습관을 들이자는
취지 하에 나는 나의 일상을 블로그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번은 아이들과 갔던 전주여행 사진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 게시물이 '네이버 플레이스'에
선정이 되면서 말도 안되는 조회수를 경험했다.
아주 잠깐 사이에 도파민이 솟구치는 걸
경험했다. 나대려는 심장을 잠잠하게 하느라 애먹었다.
이후에도 한 번씩 관련 글을 올려보긴 했으나,
그 때의 조회수는 터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서로이웃'을 늘리기 시작하고
블로그 안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조회수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그 일에 회의를 느꼈다.
나의 본업이 있었고,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더 집중해야 했는데
상당히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플랫폼에 빼앗기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 단 하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조회수로 인한 도파민 상승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나의 글을 써야한다는 결심이 들었다는 점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나'라는 제1의 독자를 설정하고 글을 쓰면서
잡념으로 마음이 어수선해지는 것을 막고
과거는 털어내고, 미래는 기대하며
현재에 집중하는 일상을 보내는 나를 발견했다.
오늘도 플랫폼의 숫자는 돌아간다.
글쓰기로 알게 된 작가님들의 자랑할만한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온다.
블로그 조회수,
쓰레드 조회수,
브런치 조회수,
수상소식,
출간소식,
이제는 이런 이야기에 초조해하거나,
질투심이 나기보다, 달려가 얼싸안고 축하드리고 싶다.
내가 이런 분과 친하다니, 자랑할 일이 따로 없다.
근처에 멤돌며 열심히 배워보고 싶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주눅들거나 위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긴 글은 아니지만
날마다 쓰고 있으며, 읽는 것에 진심이니까.
내가 나를 속이지 않으므로.
또한 나의 글을 통해 가장 큰 변화를 경험하는 사람은
바로 '나'라서.
그렇게 나의 '글 자존감'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언젠가 나의 때를 다시 만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