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중간고사에 대한 부담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내가 보는 시험은 아니지만, 내 업(業)에 대한 책임감의 발로다. 괜히 혼자서 눈치를 본다. 과감하게 우선순위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렇다고 글을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었다. 블로그에 아이들과의 하루를 기록하면서 지속적으로 끼적였다. 문자를 보내듯이 핸드폰을 붙잡고 단상을 적고 있는 내가 보였다. 이제 '적지 않고는' 못 배기는 확실하게 '쓰는 인간'이 되었구나 싶었다.
그렇다 하여도, 나는 여전히 불완전했다. 플랫폼의 한계를 느꼈다. 내가 발을 뚝 끊음으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세계가 보였다. 그러다 아주 불현듯 '브런치 알림'이 뜬다. 오래전에 쓴 글에 '라이킷'이 떴다. 그 사람은 지금 내 글에 접속했었다. 실체 없는 그 사람의 '실체'를 느끼며,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애초에 의무감에서 시작한 글쓰기는 아니었다. 그저 내 속의 아직 파헤치지 않은, 다 이해하지 못한 그 세계를 만나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글이었다.
그런데 이제, 나의 세계가 또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용기를 내고 확장하기 위하여 꿈틀댄다. 영상이 아닌 글로, 아주 천천히 그가 그려내는 세계에 나도 모르게 빠져 든다. 느리게 알아가는 속도만큼이나 오래 알아가고 싶은 속셈이다. 그 사람이 이 플랫폼에서 단편 소설이 아닌, '대하소설'로 머물러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연기처럼 사라지지 말고, 쓸 수 있다면 쓸 수 있는 그날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속삭여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의 글을 온전히 쏟아내면서 나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서 내 자신에게 '독자'의 정체성을 입히는 중이다. 이러한 선순환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나부터 이 '장면'에서 벗어나면 안 되겠다는 결심이 일었다.
사랑하니까 떠난다는 말처럼 내가 증오하는 말은 없다. 그래서 나는 남기로 했다. 더 남아 있어 보기로 했다. 잠시 여행을 떠나더라도, 그저 잠시 다녀오는 것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