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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늘보 Oct 23. 2017

1. 4차 산업혁명, 그 네 번째 사춘기

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_Day 1

1. 4차 산업혁명, 그 네 번째 사춘기



  1) 4차 산업혁명이란?


  사회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열병'을 앓고 있다. 이 단어는 길을 걷다 근처 어떤 서점에 들어가더라도 쉽게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찾을 수 있으며, 학교, 학원, 기업 및 기관 등 가릴 것 없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연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강연과 회의가 열리고 있다.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에도 실시간 검색어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올라와 있고, 이번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여 지난달 26일 공식활동을 시작했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사회의 '열병'으로 번지게 된 건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부터다. 그러나 사실 이 단어는 대국 이전에도 미래학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거론되었던 개념이다. 그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관심을 갖고 미래를 예측하는 여러 연구 및 저서들을 대국 이전부터 여럿 내어놓았다. 이러한 그들의 예측에는 당연히 인공지능의 발전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미래 전문가인 그들도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게 있었다. 그게 바로 '열병'의 시발점, 알파고의 승리이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선 그럴 만도 했다. 인공지능이 바둑보다 앞서 정복했던 건 체스였다. 체스에서는 1997년 5월 '디퍼 블루'(Deeper Blue)라는 슈퍼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1승 차이로 승리하며 전 세계에 체스를 정복했음을 알렸다. 체스는 말을 움직일 수 있는 총경우의 수가 10의 120 제곱이다. 이 수는 10의 68 제곱에 해당하는 '무량대수'라는 단위를 제곱해야 비슷해지는 크기이다. 당시 인간 챔피언에게 체스를 이겼던 '디퍼 블루'는 이 많은 수를 제한시간 내에 계산하여 고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걸린 시간이 무려 30년이었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 제곱에 달한다. 따라서 1997년의 우승자 '디퍼 블루'로도 다 계산할 수 없었다. 당시의 추론으로 바둑의 모든 수를 슈퍼컴퓨터로 계산한다면 수십억 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당시의 미래학자들은 기술 발전이 가속화됨을 감안하여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에게 승리할 날을 50년 후로 내다봤다. 따라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전, 초점은 알파고가 인간 챔피언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4 대 1로 이세돌을 이겼다.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있을지에 집중했던 세계는 당연히 놀라고 만다. 인공지능 기술이 벌써 이렇게 발전했는가? 인공지능이 더 발전해서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불안을 따라 수많은 논쟁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온 사회는 '열병'을 앓게 되었다. 이는 비단 대한민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열병'은 각 나라마다 '열'이 오르는 정도가 다를 뿐이지, 모든 선진국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이에 맞는 교육 및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이를 위해 막 첫 발을 뗀 참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사용됐다. 컴퓨터가 처음으로 도입된 '3차 산업혁명'과의 차별성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산업은 '3차 산업혁명' 당시 컴퓨터를 도입함으로써 자동화 및 연결성이라는 특성을 획득했다. 자동화 특성은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반복해야 했던 여러 작업들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도록 했고, 연결성 특성은 먼 사람과 사람, 단체와 단체를 연결하여 공급과 소비가 가까워지도록 만들었다. 오늘날 '메이드 인 차이나'는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언제든 해외직구를 통해 해외에서만 파는 제품도 쉽게 받아볼 수 있다.

  그럼 무엇이 다르길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따로 만들어야 했던 걸까? '3차 산업혁명'이 자동화 및 연결성의 도입 단계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이를 극대화시키는 단계이다. 이를 두고 사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혁명'이 아니라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 확장판, '3차 산업혁명' 2.0 버전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필요한 이유는 이로 인해 예측되는 사회의 변화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인간은 반복적인 일로부터 해방될 줄 알았다. 일은 줄어들 것이고,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가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3차 산업혁명'의 컴퓨터는 그들의 기대만큼 발달하지 못했다. 그것은 반복적인 업무 중 유연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 바보가 됐다. '고양이'를 '고양이'라 알아보지 못하고, 다양한 구조의 '말'과 '주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들은 정해진 대로만 움직여야 했고 정해진 대로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랬던 그들에게 '4차 산업혁명'은 유연한 '판단력'과 '이해력'을 주었다. 이제 그들은 스스로 판단하여 스스로 계획을 세워 움직인다. 알파고의 승리는 이제 그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기술들과 이로 이한 일자리의 변화, 시대의 과제, 이를 위한 준비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기술부문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3D 프린터를 알아볼 것이고, 일자리 변화 부분에서는 소멸되는 일자리와 미래 시대의 주류로 새롭게 떠오를 일자리들 - 메이커,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 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 뒤, 이 글을 쓰게 한, 밝은 미래를 위한 고민들과 과제들을 같이 나눠보려 한다.

  그리고 이 작은 글들이 끝났을 때 밝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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