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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늘보 Oct 30. 2017

2-1. 미래의 기술들: 알파고의 의미

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_Day 2

2-1. 미래의 기술들: 알파고의 의미



  1) 인공지능: 알파고의 의미


  첫 이야기의 주제는 역시 '알파고'다. 앞서 이야기했듯 '알파고'는 지난 3월 이세돌과의 경기에서 승리해 '열병'의 주역이 되었다. 이제 '알파고'는 인공지능의 대명사로 쓰일 정도로 친숙한 이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알파고'의 원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물론 모두가 원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부분이니 약간 어렵더라도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가끔 '알파고'를 놀라운 연산능력을 가진 슈퍼컴퓨터 정도로 설명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그들이 이해한 '알파고'는 바둑의 모든 수 계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알파고'는 모든 수를 계산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처럼 중요한 수를 집중적으로 사고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위해 사용된 기술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유연한 '판단력'과 '이해력'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기술만 이야기하겠다. 바로 '딥러닝' 기술이다.




  '3차 산업혁명'의 컴퓨터는 그 놀라운 연산능력에도 불구하고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판단기준이 필요한 데 컴퓨터에게는 매우 엄격한 판단기준을 가르쳐야만 했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게 '고양이'가 무엇인지 가르친다고 하자. 설계자가 컴퓨터에게 하나의 고양이 사진을 가리키며 "이게 고양이야."라고 가르치면, 너무나 지각 능력이 뛰어난 컴퓨터는 그와 똑같은 고양이 사진만을 '고양이'라 인식한다. 다른 고양이 사진은 조금이라도 다르게 생겼으므로 '고양이'라 인식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고양이'들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양이의 특징에 대해 가르쳐보자. "고양이는 네발이 달렸어."라고 가르친다면, 컴퓨터는 네발 달린 의자를 보고 "고양이!"라고 외칠 것이다. 의자와 구별해 주기 위해 "고양이는 네발이 달렸고, 움직여."라고 가르친다면, 컴퓨터는 다시 코끼리를 보고 "고양이!"라고 외칠 것이다. 다시 코끼리와 구별해 주기 위해 코가 길지 않다고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고양이'라는 종의 특성을 가르치려면 아주 작고 세밀한 특성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가르쳐야 할 것이다.

  설령 그 일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그렇게 배운 컴퓨터는 융통성이 없게 된다. 배운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고양이'를 '고양이'라 부르지 못한다. 예를 들어, 배운 것과 털의 색이 다르거나, 털의 패턴이 다르거나, 크기가 다르거나, 꼬리가 매우 짧거나, 옷을 입었거나, 기구를 착용하고 있거나 한다면, 이에 대해 배운 적이 없는 컴퓨터는 '인간'처럼 유연하게 판단하여 '고양이'라 말하지 못하고, 경직된 판단으로 기준에 꼭 맞지 않으므로 "고양이 아냐!"라고 말하게 된다. 

  반면 '인간'이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들은 고양이나 고양이 그림을 가리키며 "이건 고양이야."라고 말한다. 그때그때 가리키는 고양이 털의 색, 패턴, 모양, 크기 등이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그 고양이들의 유사성을 스스로 찾아 '고양이'라는 종의 특성을 학습한다. 그렇게 '고양이'라는 종을 배운 어린 아이는 처음 보는 고양이를 보고도 "고양이!"라고 외칠 수 있다.




  도대체 '인간'은 어떻게 이러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걸까? 구글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저서 '마음의 탄생'에서 '인간'은 '패턴 인식기'가 '계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유연한 배움, 사고 및 판단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이 구조를 컴퓨터에 적용시켰는데, 이게 바로 '알파고'의 원리, 인공신경망을 골자로 하는 학습 알고리즘, '딥러닝'이다.

  '알파고'로 예를 들어 보자. '알파고'가 바둑을 보는 모습은 다음과 같다. 바둑판은 가로 세로 19 줄로 이루어져 있고, 교차점은 총 361개가 있다. 한 점의 수준에서 생각해보면 가능한 경우의 수는 다음의 세 가지이다. 비었거나 흰 돌 또는 검은 돌이 올려져 있을 것이다. 1차 '패턴 인식기'는 이를 인식, 수치화한 후 '특정한 가중치'를 곱해 2차 '패턴 인식기'로 넘겨준다. 2차 '패턴 인식기'는 1차 '패턴 인식기'보다 약간 더 시야가 넓다.  1차 '패턴 인식기'가 딱 한 점을 봤다면 2차 '패턴 인식기'는 2 x 2, 네모나게 붙어있는 네 점을 인식한다. 1차 '패턴 인식기 '들이 보내준 값을 토대로 계산을 통해 하나의 결괏값을 산출한 뒤 다시 '특정한 가중치'를 곱해 3차 '패턴 인식기'로 넘겨준다. 이후 바둑판 전체인 19 x 19에 이르도록 이를 반복한다. 그 결과 값 하나가 최종적으로 도출되게 되는데, 이 값을 통해 '알파고'는 유불리를 판단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가상의 돌'을 바둑판의 어떤 점에 올려둘 경우의 최종 값을 산출하여 유불리를 판단한다. 그 후 고려했던 점들 중 가장 유리한 점에 착수한다.

  앞서 설명한 '특정한 가중치'는 수많은 기보와 대국을 통해 만들어진 유불리 판단 방정식에 의해 결정된다. '알파고'는 배움의 단계에서 여러 기보와 대국을 진행하며 유리한 포석, 유리한 형세에는 점수를 더 주는 방향으로 방정식을 스스로 수정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판단기준을 알려주지 않아도, 입력값과 그에 따르는 출력 값만을 가지고 입력값에 따라 원하는 출력 값이 나올 확률을 산출할 방정식, 유연한 '판단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컴퓨터는 인공지능을 갖춰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라고 외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3차 산업혁명'에서 이루지 못한 자동화의 극대화를 가져올 것이다. 판단력이 부족해 자동화하지 못했던 공정들을 자동화할 것이고, '사람'보다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하여 보다 순간적인 판단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실시간 판단능력이 매우 중요한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게임 중 하나인 도타2에서 알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 연구 단체의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게이머들을 이겼다. 이 경기에 참여했던 세계 정상급 프로게이머 '덴디'는 인공지능의 전략과 게임 플레이에 대해 "마치 사람 같았다"라고 인터뷰했다. 현재 구글의 딥마인드팀은 '알파고'에게 스타크래프트2를 배우게 하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수많은 판단이 필요한 이 게임을 언제쯤 '알파고'가 정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달을 모두가 좋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이 기술은 다른 미래기술과 결합되어 상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신체정보를 파악하는 기술들과 결합하여 '인간' 본인 대신 사귈 '상대', 계약의 '체결' 등, '인간'에게 중요한 판단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될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아직은 먼 미래라 잘 체감되지 않는다. 대신 현실적이면서도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기술,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융합에 대해 다음 시간에 알아보자.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로봇의 역습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딥러닝에 대해 도식적인 설명만을 하였다.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분을 위해 참고했던 글을 링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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