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미래의 기술들: 로봇의 역습
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_Day3
2-2. 미래의 기술들: 로봇의 역습
2) 로봇공학: 로봇의 역습
지난 시간에는 미래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4차 산업혁명 열병'의 계기가 된 '알파고'는 단순히 '컴퓨터가 사람보다 바둑을 잘한다.'가 아니라 '사람'과 같은 판단력을 갖춘 새로운 컴퓨터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사건을 진화론적으로 비유한다면 신피질의 발달이 더 깊은 학습과 사고를 가능케 했다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뇌의 진화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뇌만 있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뇌에 지각 정보를 전달해주는 감각기관이 있어야 하고, 뇌의 판단을 따라 수행하는 입, 손 그리고 발 등이 있어야 한다. 컴퓨터에게 감각기관, 입, 손, 발 등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입출력 장치들이다. 그리고 이 입출력 장치들이 컴퓨터와 함께 할 때 우리는 그것을 '로봇'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로봇의 발달로 이어진다. 기존에 판단력이 부족하여 로봇이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인공지능을 탑재함으로써 이제는 가능해지고 있다. 이 로봇들은 이미 연구단계를 벗어나 실생활에도 침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기 위해 일본의 헨나 호텔(変なホテル)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헨나 호텔(変なホテル)의 헨나(変な)는 일본어로 '이상한'이라는 뜻이다. 즉, 헨나 호텔(変なホテル)은 '이상한 호텔'이라는 뜻이다. 호텔 이름치곤 이상하지 않은가? 그 뜻은 호텔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 호텔에 입장하면 카운터에서 '사람'이 아닌 로봇들이 반겨준다. 모습은 사람 또는 공룡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이들 안에는 로봇이 들어 있다.
출처: 하우스텐보스 - 헨나호텔 페이지
이들은 능숙하게 '사람'을 상대한다. '사람'이 다가오면 동작을 취하며 인사하고, 체크인 수속을 도와준다. 사실 체크인 수속 과정은 어느 호텔의 로비에서나 늘 일어나는 간단한 업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로봇들은 이 업무를 '사람'처럼 수행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은 체크인할 때 말이라는 수단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기 때문이다.
Siri와 같은 스마트폰 비서 또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경험하면서 말로써 로봇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을 가능케 한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그 익숙함에 비해 결코 쉽지 않았다. 음성은 그 경우의 수가 매우 다양한 정보이다. '사람'은 각자의 음성이 다 다르며, 소리의 일종인 음성은 소리의 특성들인 진폭, 주파수, 톤 등 여러 종류의 정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조합되는 소리의 수는 너무나도 많다. 더구나 로봇은 마이크라고 불리는 감각기관이 매우 예민하다. 그 기관은 사람의 귀보다 예민해서 사람이라면 구분할 수 없는 정도의 수준까지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은 같은 소리로 이해해도 로봇은 그 차이를 구분하고 다른 소리라고 판단한다. 이런 로봇에게 '이 음성은 이런 뜻이야'라고 알려주면, 로봇은 이렇게 입력된 '음성'의 특징들과 완전히 같은 특징을 갖는 소리가 입력되야만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왓슨'이라는 '인간'이 와서 로봇에게 "체크인해줘"라고 이야기했을 때, 로봇이 체크인 수속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다음번에도 '왓슨'씨가 와서 "체크인해줘"라고 한다면 로봇은 알아듣는다. 하지만 감기에 걸린 '왓슨'씨가 와서 잠긴 목소리로 "체크인해줘"라고 한다면 로봇은 알아들을 수 없다. 이는 분명히 사전에 입력된 소리의 정보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와서 "체크인해줘"라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배웠던 '왓슨'씨의 음성의 폭, 주파수, 톤과 이 사람의 음성의 폭, 주파수, 톤이 다르기 때문에 로봇은 알아듣지 못한다. 또한 기존의 로봇들은 정해진 방식이 아니면 알아들을 수 없었다. 위의 예에서 로봇에게 미리 입력된 문장은 "체크인해줘" 이 하나뿐이다. 어느 날 화가 난 '왓슨'씨가 와서 "방 하나 줘!"라고 한다거나 예의 바른 '왓슨'씨가 와서 "하룻밤 묵고 가도 되겠습니까?"라고 한다면 이 로봇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잠긴 목소리나 다른 사람의 음성의 특징, 그리고 여러 유형의 문장들도 미리 입력해둔다면 기존의 로봇도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할 로봇을 만들려면, 모든 사람의 모든 목소리를 조사해 입력해야만 한다. 이는 너무나 비효율적이며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기존의 로봇에게 호텔 카운터에서 접객하는 업무는 할 수 없는 업무였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여 상황이 달라졌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통해 음성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추출해 구분하였다. 이 요소들은 계층별로 쌓인 패턴 인식기들을 통해 계산되어 입력된 말이 어떤 뜻에 해당하는지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하였다. 이제 로봇은 천차만별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다양한 말속에서도 내용을 이해한다.
이상한 호텔에서는 카운터 업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들을 로봇이 하고 있다. 어떤 로봇은 고객의 짐을 방까지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이 로봇을 위한 기술은 사실 친숙하다. 이미 각 가정에서 벽에 부딪히지 않고 돌아다니는 로봇 청소기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더욱 발전하여 현재 도로 위에서 '사람' 대신 자동차를 운전하는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에 쓰이고 있다.
이 호텔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로봇은 사람의 일에 도전하고 있다. '카보'라는 바턴데 로봇은 아이스 카빙을 전문으로 하는 로봇으로, 카빙을 하는 와중에 고객들의 말 상대를 할 수 있으며 고객의 정보를 기억한다. 또한 '제미노이드 F'라는 로봇 배우도 있다. 이 배우는 연극 '사요나라'에서 열연을 하였으며, 이 연극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사요나라'에서 주연인 '레오나'역을 맡았다. 이 '제미노이드 F'는 표정연기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필요에 따라 미소를 짓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등의 65가지의 표정연기를 할 수 있다. 또한 입을 움직이며 말을 하고, 노래를 하는 등의 연기도 가능하다. 이 영화를 만든 후카다 고지 감독은 '제미노이드 F'가 밥을 먹지도 않고, 불평을 하지도 않아 사람과 영화를 찍는 것보다 더 쉽게 영화를 찍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로봇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많은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는 것 같아 보여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의 특징으로 인해 어느 순간 일상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고용주들은 곧 불평도 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지도 않으며, 더 높은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로봇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피고용인들은 고용시장에 새롭게 등장하는 '로봇'들과도 경쟁해야 할 것이다. 이는 따스함이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서비스업 시장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은 이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로봇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을 하면, '사람'은 로봇보다 더 높은 생산력을 보일 수 있을까?
이미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만든 세계경제포럼의 회장 '클라우스 슈밥'은 2030년에는 현존하는 일자리 중 20억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걱정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전체적인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생산과정 감독을 위해 '사람'이 더 고용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하고,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많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반대로 심지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 마저도 쫓겨날 것이라고 예견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렇게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기에 오히려 스스로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 분명히 미래는 다가온다. 그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그 누구도 명확히 알려줄 수는 없다. 따라서 각자의 미래에 대해, 자신의 일자리는 안전한지, 어떤 일자리가 유망한 지 생각해 보는 일은 스스로에게 매우 중요하다. 사라지는 일자리와 생겨나는 일자리에 대해서는 미래의 기술들 편이 끝난 뒤 다룰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의 일자리는 어떠할지 같이 고민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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