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늘보 Jan 30. 2018

4-4. 떠오르는 일자리: '디자이너'

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_Day13

4-4. 떠오르는 일자리: '디자이너'



  4) '디자이너' = 미래의 '조경사'


  지금까지 미래의 기반이 되는 '프로그래머', 씨앗을 심는 '메이커'와, 꽃을 피우는 '크리에이터'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프로그래머'는 미래 사회의 구석구석까지 비트(bit)와 아톰을(atom) 연결해 융합된 세상의 기반이 되어 줄 것이며, '메이커'는 새로운 도구들을 만들어 미래에 씨앗을 심을 것이고, '크리에이터'는 이를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꽃피울 것이다. 오늘은 이 다양한 씨앗들과 꽃들을 관리하고 꾸며줄 조경사 '디자이너'에 대해 이야기하자.

  '디자이너'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패션 디자이너? 광고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디자인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이렇듯 디자이너라고 하면 보통 제품의 형태를 계획하는 디자이너를 떠올린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디자이너'는 보다 큰 범위를 이야기한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디자이너'의 속성에 대해 주목해 보자.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다. '디자인'은 위키백과의 표현을 빌리면 "명사로서의 디자인은 다양한 사물 혹은 시스템의 계획 혹은 제안의 형식 또는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한 제안이나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결과를 의미하며, 동사로서의 디자인은 이것들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한다.

  이를 간단히 이해하기 위해 삼국지연의의 대표적인 인물 제갈량을 떠올려 보자. 제갈량은 뛰어난 전략가다. 그가 하는 일은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주어진 자원들을 점검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승리로 향하는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존에 얻었던 정보와 자원을 의미 있게 연결하여 목적을 취하는 데 사용한다. 즉, 제갈량이 하는 행위는 '전쟁, 전술, 전투의 계획을 만들어내는 행위'이며, 따라서 제갈량은 '전쟁 디자이너'다.


전쟁 디자이너 제갈량


  거꾸로 말하면 '디자이너'란 '전략가'란 이야기다. 생소한가? 가만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디자이너'는 제갈량이 상황을 파악하듯,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제갈량이 군의 재원과 자원을 파악하여 전쟁을 디자인하듯, '디자이너'는 가지고 있는 기존의 정보나 자원들을 목적에 부합하게 계획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따라서 '전략가'의 개념에서 보면 '디자이너'의 범위는 매우 넓다. 각 디자인의 목적에 따라 제품의 모양, 출시 타이밍, 서비스의 형태, 물건의 배치 등 모든 전략적인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모두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디자이너'에 대한 개념이 조금 잡혔다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왜 디자이너인가?


  왜 디자이너가 미래에 유망할까? '사라지는 일자리: '복제'에서 '창의성'으로'에서 이야기했듯이 미래에는 자동화와 연결성의 극대화로 '복제 생산성'의 시대가 저물고 '창의적 생산성' 시대가 온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기존의 디자이너(패션, 광고, 인테리어 등)만 생각해도 '창의성'이 매우 필요한 직업이다. 비록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달이 조금씩 '창의성' 부분을 넘보고 있더라도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생각이 만나 또다시 새로운 생각이 탄생하는 '창의성'의 특성상 오래도록 경쟁력이 있는 직업이 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디자이너'는 인공지능 로봇기술이 따라잡기 어려운 또 하나의 특성, 직관력이 필요하다. 이 직관력은 어떤 현상을 보고 그 수면 아래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설문조사를 하는 것은 반복적인 업무이므로 컴퓨터도 쉽게 할 수 있다. 이를 그래프나 표로 나타내 보여주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고 그 속에 숨은 의미를 파악하여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전혀 다른 정보와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일은 사람이 더 강력하다. 사회에 대한 이해, 제품 및 정보에 대한 이해, 연결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오는 사람의 직관력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극복하기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인 선대인 저자의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선대인 저자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 중에서 설문조사와 같이 반복적인 업무들은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나 피드백 분석, 시장분석, 마케팅 전문가 등의 전략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는 사람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미래산업에서는 특히 이 점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하였다.

  가상현실 기술 또한 '디자이너'를 더 유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가상현실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공간이 더 늘어나게 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디자인하고, 옷과 제품, 집 등 오프라인에서 디자인하던 모든 것들을 온라인에서 또다시 디자인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살면서 자신에 대한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고 산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전공은 무엇으로 할지,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할지 등등 수없는 전략적인 결정의 기로에 선다. 그렇다면 누구나 '디자이너'인 걸까? 엄밀히 말해 맞다. 이는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 누구나 쉽게 '디자이너'를 할 수 있는 걸까? 그것도 맞다. 하지만 이건 결코 이상한 게 아니다. 앞의 세 직업, '프로그래머', '메이커', '크리에이터'도 미래에는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직업이 될 것이다. 더불어 '디자이너'를 더한 이 네 가지 직업들은 그 자체만으로는 불완전하다. 이 직업들에 다른 전문성들이 더해질 때 자신만의 '창의성'을 만들고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다.

  혹시 앞선 글 중 '3-3. 사라지는 일자리: 전문직의 미래'가 기억나는가? 그 글에선 미래엔 인공지능이 '일련의 체계적인 지식'을 사람보다 더 잘 다루게 될 것이고, '정형화'된 판단을 더 잘할 수 있으므로 전문성이 위험하다고 하였다. 이와 반대로 앞선 문단에선 유망하게 떠오르는 네 직업에 다른 전문성이 더해져야 자신만의 경쟁력이 생긴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키워야 할까?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4-3. 떠오르는 일자리: '크리에이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