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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늘보 Nov 20. 2017

2-4. 미래의 기술들: 성장형 무기, 블록체인

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_Day5

2-4. 미래의 기술들: 성장형 무기, 블록체인



  4) 블록체인: 같이 성장하는 무기


  이번 시간에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하여 알아보자. 이 기술은 앞서 보았던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과는 조금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앞선 세 기술이 눈에 보이는 세상을 바꾸어 왔다면, '블록체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앞선 기술들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 않다. 잘 성장한 '블록체인' 기술은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개선할 것이다.




  먼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알아보자.'블록체인'은 '블록'과 '체인', 이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 두 단어만 이해하면 '블록체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블록'이란 기록을 보관하는 디지털 책이다. 거래나 데이터 등, 여러 활동에서 발생하는 기록들을 보관, 보존하는 데 사용한다. 아직까지는 '블록체인' 기술이 주로 경제 분야에서 쓰이기 때문에 '블록'을 거래 장부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블록'에 기록할 수 있는 건 매우 다양하다. 돈을 주고받은 기록, 수집한 데이터, 계약서, 투표의 내용 등 매우 많은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주로 가상화폐처럼 금융 분야에서만 사용되는 데 반해, 해외에서는 이미 공공데이터, 스마트 계약, 의료 데이터, 저작권료 지급 등 기록이 중요한 다방면의 일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외'블록체인' 기술 활용범위 (이미지출처 : 한국정보화진흥원)

  그렇다면 '체인'은 무엇일까? 각자 '체인'을 상상해보자. 떠올리는 모습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그것들은 모두 '연결성'이라는 공통적인 속성을 가졌을 것이다. '체인'은 바로 이 연결성을 의미한다. 따라서'블록체인'은 '블록'이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록하고 싶은 내용이 많으면 한 권으로 부족할 테니, 두 권, 세 권 계속 써야 한다. 하지만 책의 순서를 표시하지 않으면 기록의 순서를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책의 호수를 기록하여 순서와 연결성을 표기하듯이 만들어진 '블록'도 앞서 만들었던 '블록'과 연결시켜 순서와 연결성을 나타낸다.

  이 부분에서 '블록체인'의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 있다. 새로 생성된 '블록'을 연결하기 전, 해당 블록에 대한 심사를 먼저 실시한다. 심사위원은 '블록체인'으로 만든 해당 시스템에 참여한 모든 참여자다. 이 모든 참여자가 '블록'에 기록되는 내용에 대해 심사를 하고 이상이 없다고 승인한 경우 이전 '블록'과 새 '블록'을 연결한다. 그리고 이렇게 연결된 '블록'들은 똑같이 복제되어 모든 참여자가 나눠 갖는다. 이런 과정 때문에 '블록체인'기술을 '분산 거래장부' 또는 '공유 거래장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과정이 '블록체인'의 특성을 만들어 낸다. 모든 참여자가 심사를 해야 하므로, 잘못된 거래를 줄임과 동시에, 많은 참여자들이 기록의 증인이 된다. 기록된 책을 똑같이 복사하여 나눠 가짐으로써 누구나 기록을 원할 때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이 발생한다. 또한 누군가 이 기록을 조작하려면 모든 참여자에게 배부된 모든 책을 수정해야 한다.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은 보안성도 뛰어나다.




  이로 인한 궁극적인 변화는 신뢰 중개자의 소멸이다. 인터넷 등으로 세상이 넓어지자 이제 많은 거래가 얼굴을 보지 않고 이루어진다. 본래 거래가 상대방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는 이상한 현상이다. 어떻게 얼굴 한번, 대화 한번 해보지도 않고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는가? 따라서 이 과정에서 신뢰 중개자가 개입한다. 이 신뢰 중개자는 '이 거래는 내가 증인도 서고, 보증도 할게, 그러니 괜찮아.'라고 말하는 '옥션', '
G마켓'과 같은 회사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보증의 대가로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반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면 거래 기록을 심사하는 참여자 모두가 신뢰 중개자가 된다. 따라서 전문 신뢰 중개자는 사라지고, 수수료도 필요 없어져 물건의 가격은 내려간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가능해져 유통의 구조가 변하게 된다.

  이는 경제에만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블록체인'은 다방면에 이용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생각되는 '투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단 '투표'는 조작이 가능해선 안 된다. '블록체인' 기술의 보안성은 여기서 큰 장점을 가질뿐더러, 전자투표가 가능하게 되어, 비용절감의 효과도 크다. 그러나 보다 놀라운 점은 정치의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국가는 '대의' 민주주의 형태의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의' 민주주의란 자기 대신 정치에 참여할 사람을 투표로 뽑아 그 사람이 자기 대신 법안을 만들거나, 정부에 필요한 것을 요구하거나, 회의에 참석하거나 하는 등의 일을 하는 구조다. 이는 내 의견을 투표로 뽑힌 사람이 나 대신 정치에 반영해 줄 것 같은 구조이지만 가끔 자신이 뽑은 정치인이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생각을 말하며 '민심이 이렇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대의' 민주주의 구조에서는 한 명의 정치인이 한 명의 의견만을 대신 말해줄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모순이다. 따라서 '대의' 민주주의 구조는 모두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없는 불완전한 구조로 여겨진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를 모두에게 공개하고, 투표의 내용도 영구히 보존 가능하며, 수시로 전 국민 투표를 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의'가 아닌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된다. 특정한 문제에 대한 토론이 각 지역, 단체, 미디어 등에서 열심히 이루어지고 난 뒤, 약속된 어느 날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자 투표용지가 배달된다. 그러면 각 국민은 현재 국회에서 국회의원만 표결 가능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직접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에스토니아에서는 국가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투표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분배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돈에 목적성을 부여할 수 있다. 가상화폐를 상대방에게 지급할 때 돈의 목적을 지정해둔다. 그렇다면 받은 상대방은 그 목적에 맞게만 가상화폐를 쓸 수 있다. 심사할 때 돈의 쓰임이 목적과 다르다면, 참여자 중 누군가가 승인을 거부할 것이고, 결국 거래가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 이를 통해 정부나 기업에서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돈 등을 찾아낼 수 있고,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요새 거론되는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 '일하지 않아도 돈을 지급한다면 생산적이지 못한 엉뚱한 곳에 써버릴 것이다'는 우려가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은 돈의 사용처를 지정함으로써 이를 방지할 수 있다.




  물론 '블록체인'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은 아직 많다. 장점인 투명성은 거꾸로 보면 개인 정보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블록체인'으로 생성되는 기록이 현실의 개인을 특정 지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비트코인'은 온라인 거래 기록을 모두가 열람할 수는 있으나 현실 화폐로 환전할 때 개인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을 '비트코인' 내에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요새 많은 범죄자들이 '비트코인'으로 돈을 주기를 요구하곤 한다. 이는 일반인에게 제공되어야 할 익명성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적으로 기록 데이터 양의 한계, 처리량의 한계, '블록'을 생산하기 위한 연산력이 압도적으로 높으면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 '블록체인'이 잘 완성되어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해지더라도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를 퇴보시킬 수도 있다.

  이는 아직 '블록체인'의 완성되지 못한 기술이고 성장해야 하는 기술임을 의미한다. 더불어 '블록체인'을 받쳐줄 다른 기술들과 이를 사용할 사용자들이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야 함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많은 스타트업에서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그들은 기술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성숙한 민주주의는 기업이 아닌 사회가 노력해야만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한 과제와 노력해야 할 점 등에 대해서는 5장에서 같이 다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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