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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늘보 Nov 27. 2017

2-5. 미래의 기술들: 마술모자 3D 프린팅

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_Day6

2-5. 미래의 기술들: 마술모자 3D 프린팅



  5) 3D 프린팅: 무엇이든 나오는 마술모자


  지난 시간에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를 검토 및 관리하는 기술로써, 투명성과 보안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막 싹튼 떡잎과 같아 키우는 사람에 따라 좋은 미래 또는 나쁜 미래를 꽃피울 수 있다. 어떤 꽃이 피던지 간에 그 영향력이 매우 파격적일 것임에는 틀림없다. 오늘도 못지않은 파격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다른 기술, 3D 프린팅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3D 프린팅 기술은 몇 년 전에 세상을 변혁시킬 미래의 기술로 매우 기대감을 모았었다. 그때보다 지금은 그 기대감이 많이 줄었지만 3D 프린터를 구입하는 건 더 쉬워졌고,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제품을 보기 더 쉬워졌다. 3D 프린팅 기술은 출력물이 3차원 형태로 나오는 프린팅 기술이다. 기존의 프린터가 종이의 '면', 즉 2차원에 인쇄하는 2D 프린팅 기술이었다면, 3D 프린터는 탑재된 입자를 층층이 쌓아 인쇄 목표 '공간', 즉 3차원에 인쇄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어차피 프린터인데 기존의 문서나 사진을 3D로 출력할 수 있는 게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기존의 프린터로 문서나 사진 등을 출력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출력물이라고 하면 종이에 인쇄된 모습만 생각나기 때문이다. 3D 프린터를 사용하면 문서나 사진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것을 출력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2014년 미국 백악관에서 최초로 '백악관 메이커 페어'라는 메이커들의 축제가 열렸다. 많은 참여자들 중에는 로컬모터스라는 벤처기업도 있었는데, 이 회사는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전기차를 선보여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 기업의 놀라운 점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단 자동차 차체를 생산한 공장이 매우 작다. 심지어 이름도 '마이크로팩토리'인 그곳엔 자동차만 한 크기의 기계가 달랑 두대 있을 뿐이다. 그중 하나는 3D 프린터고, 하나는 인쇄한 차체를 다듬는 기계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기서 자동차의 모든 차체 부품을 찍어낸다. 필요한 건 컴퓨터로 작성된 3D 도면과 차체의 재료가 될 탄소섬유와 플라스틱 혼합재로 이루어진 입자들, 그리고 '프린트' 버튼이다. 차체는 40시간 만에 모두 인쇄된다. 여기에 자동차의 다른 부품들을 조립하면 금세 한 대가 완성된다. 심지어 필요한 인원도 단 3명에 불과하다.

  뉴스에 자주 등장했던 다른 자동차 공장을 생각해보자. 차체를 구성하는 부품은 다 다른 모양으로 생겼기에 이를 생산하려면 모양마다 다른 생산기계가 필요하다. 자연스레 공장은 커질 수밖에 없고, 필요한 부지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초기 설비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하면 하나의 기계로도 매우 다양한 입체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으므로 3D 프린터 단 한 대면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다. 당연히 필요한 부지도 매우 적다. 초기 설비비용도 매우 적다. 따라서 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 수 있어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수하다.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건 비단 자동차만이 아니다. 작은 피규어나 모형들은 물론이고, 스케일이 큰 집이나 다리도 만들 수 있다. 2017년 초 아피스 코르(Apis Cor)라는 러시아의 한 스타트업은 3D 프린터로 11.5평 크기의 콘크리트 주택 한 채를 하루 만에 만들어냈다. 단 하루 만에 만든 집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보장하는 내구연한은 175년. 심지어 이 집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도 11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기존의 기술들에 비해 놀랍도록 신속하고 저렴하다. 하지만 그 신속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과연 견고한지 걱정될 수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다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네덜란드에 있는 이 다리는 2017년 10월 17일 준공되었다. 길이는 8미터에 불과한 작은 다리이지만, 최대 2톤의 하중을 견디는 테스트도 이미 통과했다. 기존의 공법보다 신속 저렴함은 물론이요, 원자재를 아낄 수 있고, 건설 쓰레기 또한 적게 나온다. 네덜란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암스테르담 운하 위에 놓일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다리를 3D 프린팅 기술로 출력하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지구 반대편 또는 달에서도 필요한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원격으로 필요한 도면을 보내면 3D 프린터로 출력한다. 각각 다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기계가 필요하지 않으니 재료만 부족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 심지어 그 제품에는 음식도 포함된다. 이미 영국의 '푸드 잉크'나 스페인의 미슐랭 레스토랑 '라 에노테카'에선 3D 프린팅 기술로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음식들은 입력된 도면을 따라 프린터가 만들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모양이 특징이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은 분자요리를 보다 용이하게 만든다. 미래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맛집'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집에서 먹고 싶은 레시피를 선택하고 '출력'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정교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3D 프린팅 기술은 제조공정기술에서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해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공장과 같이 큰 시설에서만 가능했던 제품 생산이 책상 위의 작은 공간 위로 옮겨가고 있으며,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 또한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프린팅함으로써 극복해 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생산시설을 사유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게 될 것이며,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간극이 더욱 줄어들게 되고, 배송의 개념이 달라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는 크게 변화게 될 것이다. 물론 3D 프린팅 기술은 몇 년 전에 크게 주목을 받던 것에 비해 많이 상용화되진 못했다. 그러나 매해 기술의 성숙도를 평가하여 '하이프 사이클' 발표하는 가트너에 따르면, 3D 프린팅 기술은 몇 년 전이 바로 거품이 잔뜩 든 거품기였고, 지금은 거품 제거기를 지나 재조명기에 들어가고 있다.

  다른 기술들도 그렇듯 3D 프린팅 기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일상을 잠식해 들어올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언급했던 기술들은 각각 독립적인 공세를 취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 간의 시너지를 통해 지금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며 그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고' 사건으로부터 인공지능 스피커가 상용화되고 매진되기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을 생각해보면, 10년만 지나도 세상은 지금과 매우 달라져 있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친숙한 스마트폰도 10년 만에 사람을 거북이로 만들 만큼 일상의 모습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러니 남은 시간 동안 미래의 기술들에 의해 변화될 미래의 모습을 알아보고 대비해야 할 점을 같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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