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의 마음을 독자는 몰라
나는 글쓰는 게 좋다. 거창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내가 느낀 걸 써내려 간다는 게 좋다. 다만 조건이 있다. 빨리 써야하는, 업무적으로 시간에 쫓기며 쓰는 글 말고 느긋하게 커피 마시면서 혹은 출퇴근 길 어딘가에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며 쓸 때가 좋다.
#글쓴이의 마음을 독자는 모른다 1
업무 특성 상 글을 쓸 일이 많다. 리더 누군가의 축사, 매거진 기고글, 발표 스크립트 등등. 내 이름으로 나가는 글은 아니지만 완성한 워드 문서를 보면 참 뿌듯하다. 내 고민이 글자마다 담겨있으니까. 문제는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초안을 보고하면 이리저리 칼질을 당한다는 데 있다.
이해하는 피드백도 있고 그렇지 않은 피드백도 있다. 한번은 발표 스크립트 속 어미가 리더 자신의 말투에 맞지 않으니, 다른 일 제쳐두고 원고 수정에만 집중하자는 피드백을 받았다. 대외적으로 중요한 공식 행사라 일부러 딱딱한 어투로 작성하긴 했지만 나의 온 시간을 쏟았는데...? 해당 업무에 매진하느라 다른 업무 일정이 망가졌는데...? 그렇지만 이건 나의 입장. 리더의 눈에는 공을 들인 게 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글일 뿐이었다. 글쓴이의 마음을 독자는 모른다.
#글쓴이의 마음을 독자는 모른다 2
나는 글을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외부 작가 분들과 협업하는 일도 종종 진행한다. 내가 초고를 쓰고 넘기거나, 작가 분들의 초고를 보고 피드백을 드린 후 수정본을 확인하는 업무.
하루는 작가분의 수정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전 버전 대비 수정한 내용이 거의 없는 느낌. 작가분에게 연락해 어떤 내용을 수정하셨는지 물어보았고, 작가분으로부터 수정 사항을 표기한 파일을 다시 전달 받았다. 그런데 이게 뭐람... 표기된 수정 사항들을 보니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작업해주셨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글의 퀄리티를 한층 높인 수정 작업들이 진행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정 하신 게 맞나?’라며 의심했던 내 스스로가 작아지며 후회했던 순간. 글쓴이의 마음을 독자는 모른다.
그래도 글 쓰기라는 건 참 매력적이다.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