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식당에 가도 혼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카페에 가도 노트북이나 책을 혼자 보는 사람들, 술집에 가도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노래방도 사람 한 명 들어갈 만한 자그마한 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심지어 여행도 혼자 떠나버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혼자 다니는 사람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았던 것 같은데 갑자기 어떻게 된 일일까.
어느새 ‘남’보다 ‘나’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왔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에 온 것이다. ‘나’가 중요해진 사회 트렌드는 생활 곳곳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식당, 술집은 혼자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위한 1인 식탁을 구비하고 혼밥전문식당이 새로운 창업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이제는 배달앱도 1인 주문을 받는다. 캔맥주, 미니 와인, 휴대용 게임기 등의 매출이 증가하고 영화관에서는 1인용 팝콘을, 여행사에서는 1인 여행상품과 1인용 게스트하우스를 개발하고 있다. 단체 소비에 더 중점을 두었던 기존의 소비 시장과 달리 이제 1인 소비에 대한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 주목해야 할 트렌드가 되었다.
일명 ‘솔로 이코노미’라 불리는 1인 소비 트렌드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중은 2017년 전체가구 중 28.6%를 차지하였고 현재 30%를 육박하고 있으며 2045년에는 36.3%까지 증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원인은 다양했는데 국민권익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이하에서는 비혼 증가(30.1%), 고용 및 경제 여건 악화(26.5%)를, 40대 이상에서는 가족가치 약화(31.4%), 개인주의 심화(26.7%)를 1인 가구 증가 원인을 꼽았다. 즉, 청년층의 경우 사회·경제적 불안 요소가, 중장년층의 경우 가치관의 변화가 1인 가구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1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KB금융지주 연구소의 ‘1인 가구 보고서’에 의하면 1인 가구 10명 중 7명이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만족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여가시간의 확보였다. 1인 가구의 여가 몰입이 자아수용, 자율성, 긍정적 대인관계 등 심리적 만족도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분석한 논문도 집필되었다. 즉,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대부분이 꽤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1인 생활을 하며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 얼핏 보면 좀 이상해 보인다. 청년층에게는 사회적·경제적 불안, 중장년층에는 가치관의 변화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인데 이들이 느끼는 불안보다도 만족감이 더 크다는 것일까? ‘솔로 이코노미’를 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으로 설명해 보면 1인 가구의 만족감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소비자가 받을 재화나 서비스의 내용이 사전에 확정되지 않고 확률적으로만 지정되는 경우를 불확실성이라 부른다.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경제활동으로 예상되는 결과를 확률적으로 계산하여 효용이 최대화되는 행동을 선택하는데 이를 기대효용이론(Expected Utility Theory)라 한다. 복권이나 투자에서 사용되는 이 개념은 소비자의 위험 기피적, 중립적, 선호적 성향에 따라 경제활동의 양상을 달리하는 것을 설명해 준다.
열심히 일만 했을 때 돌아오는 효용, 결혼 생활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효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확실한 만족을 줄 수 있는 1인 생활을 선호하게 된다. 즉, 소비자들은 사회·경제적 불안요소들로 점차 위험회피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면서 불안을 주는 요소 대신 인생에 만족감을 줄 확실한 요소인 ‘나’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팍팍해지는 삶의 단면이라 생각한다. 남들의 시선을 떠나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집중하는 1인 가구의 삶은 바람직하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것이 편해져 버린 사회가 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삶의 질 여론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삶의 질 만족도는 6.0점으로 4인 가구(6.6점)와 5인 가구(6.3) 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경제적 부담으로 누군가와 함께할 내 미래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만 실상은 누군가와 있을 때 조금 더 내 삶의 질을 높게 평가한다.
혼자 있는 삶이 꽤 만족스러운 건 분명하지만 생각보다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높은 확률로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망각하는 것 같다. 불안한 고용환경과 미래를 알 수 없는 결혼생활은 우리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주지만 정작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보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오늘 혼자 밥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