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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 브런치 Jul 18. 2023

독립출판, 책 제목 짓기

스물아홉 나의 캄보디아 STAY, NOT STAY

책 제목 짓기, 쉽지 않았어요. 캄보디아 여행기를 책으로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제목을 짓는 일이었어요. 불현듯 좋은 제목이 머릿속에 스쳐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스물아홉 나의 캄보디아 STAY, NOT STAY'는 한 번에 떠올린 제목이 아니었어요. 탈고 후에 마지막까지 고민해서 정한 제목이었죠. 


5개의 제목

스물아홉 나의 캄보디아 STAY, NOT STAY는 4번의 제목을 바꾼 후에 결정됐어요. 처음에는 '나의 캄보디아 여행', 두 번째는 '매일 저녁 강변을 걷고 싶다', 세 번째는 '머물지만 머물지 않는', 그리고 '스물아홉살에 떠난 나의 캄보디아 여행 STAY, NOT STAY', 그리고 이 제목을 조금 보완해 마지막으로 '스물아홉 나의 캄보디아 STAY, NOT STAY'로 결정됐어요.


제목은 문장이 좋다?

첫 번째 제목이었던 '나의 캄보디아 여행'은 직관적이라서 좋았어요. 하지만 여행기 제목이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어요. 조금은 특별한 제목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많은 책 제목을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 중 눈에 띄었던 것은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였어요. 이렇게 제목이 문장으로 되어 있으니 좀더 공감이 되는 것 같고, 죽고 싶은 와중에도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말이 의외성 있게 다가와 흥미로웠거든요. 

그런데 공감되거나 의외성이 있는 제목을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어쨌든 일단 문장으로 만들어봤어요. 그렇게 '매일 저녁 강변을 걷고 싶다'라는 제목을 떠올렸어요. 이 책을 관통하는 내용은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오는 고민이었거든요. 그래서 매일 저녁 강변을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했던 시간들이 중요했고 그걸 문장 형식의 제목으로 지어봤어요. 


지식의 저주

하지만 이 제목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책의 대표 에피소드명이 아닐까 생각했대요. 왜, 단편 소설집을 보면 책 제목을 책 안의 단편 소설들 중에서 하나로 짓잖아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중국행 슬로보트'도 소설집 안에 수록된 단편소설들 중 하나인 '중국행 슬로보트'를 소설집 제목으로 한 거죠. 

제 아내는 이 제목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추상적으로 느껴진다고 조언해줬어요. 또 책 제목만으로 캄보디아 여행기라는 것을 유추하기도 힘들다고도 했어요. 매일 저녁 강변을 걷고 싶다, 라는 말은 결국 저만 공감할 수 있는 제목이었던 거예요. 

그 다음 떠올린 제목은 '머물지만 머물지 않는'이었어요. 제가 쓴 캄보디아 여행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요. 하나는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에서 상주했던 여행자로서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배낭을 메고 캄보디아를 일주했던 여행자로서의 이야기에요. 그래서 절반은 머문 이야기, 나머지 절반은 머물지 않은 이야기인 거죠. 하지만 역시 저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는데, 이 제목을 처음 본 사람들은 또 추상적으로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책 제목이 추상적이면 안 된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책 제목을 지으면서 독자들이 책 제목만 보고도 이 책이 어떤 책이구나, 하는 '느낌' 정도는 바로 알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들은 마치 영어를 보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기만 하면
상대방이 알아들이리라고 생각하는 미국인 관광객과도 같다."


'스틱(칩 히스, 댄 히스 지음 | 안진환, 박슬라 옮김 | 웅진윙스 펴냄)'이라는 책을 보면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나와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상대방은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말하는 싱황을 의미해요. 영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영어를 천천히 말한들 알아들을리 없잖아요. 


빈틈

좀더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제목을 짓고 싶었어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어요. 그렇게 지은 게 '스물아홉 살에 떠난 나의 캄보디아 여행 STAY NOT STAY'였어요. 우선 여행기라는 걸 드러내고 STAY NOT STAY를 넣어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여행 경험을 담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이제는 어떤 책인지는 알겠다는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많이 설명하는 것 같다는 거예요. 구체적인 걸 넘어서 책 제목 치고는 너무 친절하다는 거죠. 중간중간 빈틈이 필요했어요. 독자의 상상력으로 채워질 빈틈이요. 

그래서 이번에는 낱말 몇 개를 뺐어요. 생텍쥐페리의 말씀처럼 더이상 뺄 게 없을 때까지요. 그렇게 '스물아홉 나의 캄보디아 STAY, NOT STAY'를 지었어요. 제목만으로도 서른이 되기 전 스물아홉 살에 캄보디아를 여행한 여행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스물아홉 살'이 아니라 '스물아홉'이에요. '나의 캄보디아 여행'이 아니라 '나의 캄보디아'예요. 둘 다 낱말을 하나씩 빼서 상상력이 들어갈 틈을 만들었어요. 여기까지 하니 이게 내가 원하던 제목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제목이 한 번에 떠오르지 않더라도

'스물아홉 나의 캄보디아 STAY, NOT STAY'는 앞선 제목들에 대한 고민의 결과였어요. '나의 캄보디아 여행', '매일 저녁 강변을 걷고 싶다', '머물지만 머물지 않는', '스물아홉살에 떠난 나의 캄보디아 여행 STAY NOT STAY'가 없었다면 '스물아홉 나의 캄보디아 STAY, NOT STAY'도 없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다 연결이 된다는 걸 깨닫는 경험이었어요. 

책 제목은 불현듯 떠오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불현듯'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시기는 해요.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제목이더라도 일단은 지어보고, 거기서부터 수정해나가면 어떨까요. 이걸 몇 번 반복하면 어느새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스물아홉 나의 캄보디아 STAY, NOT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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