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맞추는 방법
어릴 적 내게 처음 초점 맞추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은 아버지였다.
약 28년 전에 내가 태어났다. 아버지는 너무 기뻐 한 달치 월급과 맞먹는 카메라를 하나 장만했다. 그 후로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카메라의 렌즈는 늘 나를 향했다.
어릴 적 나는 가끔 아버지의 카메라를 빌려 사진을 찍곤 했는데, 하루는 그것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그리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었는데 바닥에 닿자마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디와 렌즈가 분리됐다. 그것은 다신 합쳐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는 아주 손쉽게 렌즈를 바디에 껴 넣으셨다. 그 후론 카메라를 만질 일이 없었다.
키가 10센티 정도 자란 후 다시 카메라를 꺼냈다. 더 이상 아버지께 허락을 맡을 필요는 없었다. 한쪽 모서리엔 바닥에 찍힌 자국이 그대로 있었다. 필름 한 롤을 넣고 엄지로 와인딩 레버를 밀자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그대로였다. 기억을 더듬어 초점을 맞추고 셔터에 조금씩 압력을 가했다. 갑자기 찰칵과 철컥의 중간쯤 되는 소리가 나더니 작게 진동이 일었고 이내 온몸으로 퍼졌다.
인화된 사진들은 버릴 게 대부분이었다. 마치 어릴 적에 찍었던 사진을 이제야 꺼내본 것처럼 색이 바래고 뭉개져 있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후 카메라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문득 아버지는 아직도 초점 맞추는 법을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