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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Feb 07. 2021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세

[익스플레인: 코로나바이러스를 해설하다] 바이러스와의 공존과 분투

코로나19는 강력한 전파력으로 삽시간에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이 바이러스는 가정, 직장, 의료, 교육,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해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재택근무, 원격 수업, 자가 격리 등이 급속하게 당연스러운 것으로 찾아왔다. 전통적인 가족, 대인관계, 동물복지의 개념도 새로운 성찰을 이끌어 냈다.


호흡을 통해 전파되는 질병이기에 개인들을 외딴섬으로 만들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험은 타인과의 접촉을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친밀한 스킨십은 감염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인식시켰다.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리감 유지는 권장할만한 일이지만, 그 와중에 더 큰 것을 잃고 사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등장 이후로 개인화 파편화되는 현실과 대조적으로 전문가들은 공동체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인류 공통의 적으로 등장한 이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인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온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투명하고 신속한 연대가 필수적이다. 이건 개인들 간의 관계 속에서도 필수적이다.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 세상은 한 발자국 내딛는다.



출처: 영화 <컨테이젼>



코로나19를 예견하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2011)은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마리옹 꼬띠아르, 맷 데이먼, 주드 로, 기네스 팰트로, 케이트 윈슬렛 등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봉 당시 22만 명 흥행에 그쳤다. 지금은 코로나19를 예견한 영화로 불리며 재조명받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판데믹을 마주한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을 이제야 조금 더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엠호프(멧 데이먼)의 아내 베스(기네스 펠트로)가 결국 고열과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고, 곧바로 아들까지 잃고 만다. 같은 시간 전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베스의 부검 결과 지금까지 없던 징후가 발견되었고, WHO와 미국 질병관리센터는 역학조사에 나선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고, 환자 병상을 따로 마련한다.


일상의 간접 접촉을 통한 전염은 사람들의 이동 경로대로 번져 갔다.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꼬띠아르)는 감염경로를 쫓아가며 분투하지만, 또한 병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납치를 당하는 등 여러 고초를 당한다. 가장 헌신적이었던 에린 박사(케이트 윈슬렛)는 역학조사를 하는 과정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운동장을 개조한 간이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파워블로거 프리랜서 기자인 앨런 크럼위드(주드 로)는 음모론을 유포하는 언론 종사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나리액이 바이러스를 종식시키는 치료제라는 거짓 정보를 흘려 이익을 취한다. 그는 WHO와 제약회사가 은밀한 거래를 했다며 정부 대책을 불신하게 한다. 사기죄로 경찰에 잡혀갔으나 지지세력의 보석금으로 곧 풀려난다.


이런 와중에도 백신이 개발된다. 질병관리센터의 감염학자인 엘리(제니퍼 엘)는 57번째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자신의 몸에 직접 투여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백신을 투여하여 결과를 입증한다. 백신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바로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백신이 조기 승인을 받아도 충분히 공급되기까지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접종 순서도 민감하여 방송 추첨방식을 택했다.


사람들은 뒤늦게 이 모든 일의 원인을 깨닫게 된다. 전 지구적으로 앓은 몸살은 인간이 숲을 파괴하고, 비위생적인 공장형 축사로 가축들을 괴롭힌 대가였다. 박쥐 등 오지에 살던 동물들이 서식지 파괴로 인간과 접촉을 하게 되면서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켰고, 그것이 판데믹 상황에 이르게 한 것. 겸허하게 자연환경을 돌아보지 않는 한 이러한 재앙은 언제고 재발할 수 있다.



출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 전염병의 위협>



범유행 전염병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간파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2019) 시즌2의 네 번째 에피소드 ‘전염병의 위협’은 이미 전염병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빌 게이츠와 전문가들이 등장하여 전염병의 역사를 알려주며 미래를 준비코자 했다. 20분의 짧은 영상이지만, 범유행 전염병에 대한 핵심을 전달해주었다.


판데믹 상황은 인류 역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고,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범유행 전염병으로 인해 6세기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14세기에는 유럽 인구의 절반이, 20세기에는 세계 인구의 5%가 사망했다. 흑사병, 스페인 독감, 천연두 등의 역사를 통해 대응 수단이 발전하였고, 교육과 환경의 개선, 약물과 치료법, 백신의 개발도 따라왔다.


미지의 바이러스 150만 개가 야생동물에게 있다고 추정된다. 이들은 당장이라도 인류에게 스며들 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에게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돼지에게서, HIV는 침팬지에게서 왔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몇몇 질병은 모기가 원인이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빠르게 변이 하여 면역 반응을 빠르게 회피할 수 있다. 그 파괴력은 미사일 같은 군사무기에도 비견된다.


2002년 중국과 홍콩에서 발생한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를 예로 들어 전염병을 소개했다. 중국의 재래시장은 동물을 직접 잡아 판매한다. 바이러스와 질병은 피와 고기에 섞인 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닭, 고양이, 뱀을 요리하던 사람이 질병에 걸리자, 처음에는 발열, 기침 등 폐렴과 비슷한 질병이 나타났다. 폐렴 치료는 효과가 없었는데, 곧바로 전염이 시작되었다.


한 감염자가 홍콩으로 넘어가자 이 질병이 전 세계로 알려졌다. 홍콩은 인구밀집지역이고, 관광객도 많아서 전염이 쉬웠다. 호텔 숙소를 매개로 베트남 하노이, 태국 방콕, 캐나다 토론토로 질병이 옮겨졌다. 최소 26개국에서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내에서는 아파트의 변기를 통해 이웃집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바람을 타고 인근 건물로도 옮겨졌다. 신체적 접근이 없이도 감염되는 상황이라 대처가 어려웠다.


운이 좋았는지 사스는 얼마 있지 않아 사라졌다. 지나고 보니 그렇게 강력한 바이러스가 아니었음이 판명된 것. 그러나 성공적인 대처방법은 아니었다는 교훈을 얻었다. 우리 현대사회가 얼마나 바이러스에 취약한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고, 널리 퍼질 수 있을지 눈으로 보여준 것이다. 사스는 몇 주만에 전 세계로 퍼졌으나, 이제는 며칠 만에 가능하다. 교통 발달로 전염병 확산에 가속도가 붙었음을 늘 주지해야 한다.


사스 발병원은 야생 박쥐의 체내 바이러스였다. 바이러스 발생이 유력한 지역을 조사해보니 열대 숲의 끝 마을이었다. 광산 채굴 등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은 야생동물을 사냥하여 먹거리로 삼았다. 산림벌채로 사람들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잦아졌고, 공장형 축사로 인해 동물들은 인간에게 가까이 왔다. 인간을 감염시킬 바이러스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출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익스플레인: 코로나바이러스를 해설하다>



코로나19로 멈춘 일상 다시 되돌리기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변했다. 코로나19는 어떻게 세상을 멈추게 만든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에 도움을 줄만한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익스플레인: 코로나바이러스를 해설하다>(2020)는 총 3부로 구성되었다. 펜더믹 상황, 백신 개발, 코로나19 대처법 등이 소개되었다. 각각 20~25분 정도로 짧게 구성되어 있어서 이해가 쉽고, 부담도 적다.


바이러스는 지구 최초의 생명체 중 하나로, 살아있는 세포를 장악한 후 번식한다. 스페인 독감, 천연두,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유명하며, 최근에는 사스와 메르스가 있었다. 바이러스는 항쟁제가 효과 없다. 안전한 항바이러스제 개발은 어렵고, 면역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는 사람들이 많으면, 바이러스 전파에 어려움이 생긴다. 이것이 곧 집단면역이다. 감염속도가 느려지고, 아예 사라지게 된다.


집단 면역 형성만을 기다리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 백신을 신속하게 만들기 위해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또한 협조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백신 개발도 중요하지만, 임상 실험, 부작용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도 필요하고, 접종에도 시간이 걸린다. 백신 개발업체 간의 속도경쟁이 아닌, 인류와 바이러스 간의 경주가 시작되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위기를 직면했다. 우울증, 불안감, 불면증, 스트레스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대처법들로 심호흡, 스트레스 유발하는 행동 피하기, 통제력 되찾기, 타인의 어려움에 관심 갖고 돕기 등을 추천해 주었다. 이외에도 대처법은 다양했다. 정원을 가꾸고, 직접 가구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운동을 했다. 각자의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이번 시리즈는 이전에 나왔던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2019)의 ‘전염병의 위협’의 확장판이라 할 만큼 등장인물과 화면이 유사하다. 반복되는 표와 그림도 많아서 코로나19가 기존 질병들에 비하여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비교가 쉽다. 동일한 배경지식으로 코로나19를 집중적으로 다루기에 기존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해가 쉬웠을 것이다.



출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비트윈>



바이러스가 정복한 세상에서 함께 살아남기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도 바이러스는 영화의 주요 소재였다. <12 몽키즈>(1995)에서는 1996년부터 창궐한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2035년에서 과거로 보내진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다국적 제약기업의 비밀연구소에서 T-바이러스가 유출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지구를 덮은 플레어 바이러스를 배경으로, 바이러스 면역이 있는 러너들과 이들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단체와의 갈등을 중심으로 그렸다.  이 작품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분류되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비트윈>과 <레인>은 바이러스가 지나간 직후 벌어지는 상황을 다뤘다. 감염된 사람들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망에 이른다. 혼란을 틈타 자기 이익을 채우는 사람도 있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고, 그런 와중에도 이타심을 발휘하는 이가 있었다. 절박한 상황은 인간의 본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비트윈>(2016)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진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갑작스럽게 멈춘 도시는 아비규환이다. 특이하게도 22세 이상의 주민들만 사망했다. 어른들이 사라진 도시에서 스무 살 남짓한 청년들과 청소년, 어린이들만 남았으니 상황이 더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법과 질서는 사라진 혼돈의 상황. 생존자들은 갈등하고,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간다.


통상의 격리는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둔화시키고, 치료를 위한 시간을 벌게 한다. 영화 속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담장 안 사람들은 외부와의 단절로 고통당하고 있는데도, 담장 밖 사람들은 서둘러 구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은폐하고, 잊히길 바랐다. 식량공급이 끊기고, 교통과 통신도 단절되고, 의료진이 아닌 군대가 파견되었다.


<레인>(2020)은 바이러스 발생 6년 후 생존자들의 모습을 다룬다. 어느 날 갑자기 바이러스가 담긴 비가 내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이러한 지역에서 6년 동안 살아남은 남매가 있었다. 벙커 안에서 지내는 동안 바깥세상은 처절하게 파괴되었다. 남매는 벙커에서 나와 젊은 생존자들을 만나 함께 길을 떠난다. 여정 가운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된 바이러스의 정체와 그 해결책을 알게 되었다. 바이러스의 활용과 관련하여 남매는 갈등을 벌인다.


많은 이들이 '포스트 코로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미 제작된 영화들로 보자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코로나 19가 지나간 후,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이전 세계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언택트 문화로의 전환은 이미 산업과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표준 '뉴 노멀'이 빠르게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감염병에 대응하는 능력과 시민의식이 선진국 여부를 가르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 보이는 노력과 시도들이 우리의 내일을 만들어 줄 것이다.



출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레인>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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