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서 찾은 힘, 러닝

나를 다시 지지하는 법을 가르쳐준 작은 발걸음

by 엘로라데이즈

버티는 것도, 내려놓는 것도 힘들었던 때


사업을 정리할까, 마지막까지 붙잡아야 할까.

작년 하반기,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같은 질문만 반복하며 살았다.

10년 넘게 이어온 이 일을 내려놓는다는 생각,

그 한 문장이 나를 무너뜨릴 것만 같았다.

무기력하고, 두렵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어깨를 누르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손이 하나 내게 다가왔다.

그 이름은 ‘러닝’이었다.


타의로 시작된 발걸음이 나를 바꿨다


나는 걷는 건 좋아해도

숨이 차오르는 달리기는 진심으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굳이 나를 몰아붙이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걸음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던 사람.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날

억지로 누군가에게 떠밀리듯 뛰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처음엔 하품 섞인 걸음으로 시작됐고,

멈추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신발끈을 묶고 먼저 밖으로 나가는 내가 있었다.

그건 타의가 아니라, 분명 나의 선택이었다.


조금씩 숨이 붙고, 마음에도 리듬이 생겼다


걷다 뛰다를 반복하던 초반엔

1분 30초도 길게 느껴졌다.

그러다 2분, 5분, 15분...

어느새 쉬지 않고 30분을 달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그 시간 동안

나는 ‘작은 성공’을 계속 경험했다.


“아직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넌 해낼 수 있어. 포기하지 마."


남이 아니라

내가 내게 건네는 응원 덕분이었다.

러닝은 그렇게,

내가 나를 지지하는 방법을 다시 가르쳐주고 있었다.


달리기 시작하자, 현실도 선명해졌다


그렇게 꾸준히 달리다 보니

이상하게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내 앞에 있던 위기는 여전히 크고 무서웠지만

더 이상 나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나중에 생각하자.”

“조금만 더 버텨보자.”

하면서 미루던 내가 아니라


“실패를 인정해도 괜찮아.”

“그럼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러닝은

내게 ‘도망치지 않는 법’을 가르쳐준 셈이었다.


다리보다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


돌이켜보면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건

러닝 때문만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다만 러닝은

내 안에 있었지만 잊고 있던 힘을

다시 꺼내준 운동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튼튼한 다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 다리 위에 올라선 마음은

그보다 더 단단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 덕분에

나는 아주 낮은 곳에서 다시 일어섰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지금,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