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은 우리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본성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밖에 있는 것을 힘들여 찾는 것이 아니라 조용한 시간 내 마음을 잔잔히 들여다보면 선한 본성이 되살아날 수 있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
선은 내면에 본래부터 깃들어 있는 성향이라는 관점은, 인간의 본성을 근본적으로 신뢰하는 태도에서 비롯한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오랜 고독 가운데 인간의 본성이 외부의 혼탁함 속에서 흐려질 뿐,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외부의 자극은 본래의 빛이 드러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잠시 멈추어 서서, 욕망을 걷어내고, 자기 마음을 맑은 물처럼 들여다보면 비로소 잊혔던 ‘선’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많은 규칙을 세우고, 의지를 동원하고, 외적 동기를 부여하려 한다. 그러나 다산의 시선은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킨다. 선은 본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덮여 있다는 점이다. 분노와 조급함, 명예욕, 비교심, 끝없는 효율 추구는 마음의 먼지가 되어 선함을 가린다.
이러한 관점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스마트폰의 알림, 사회적 시선, 경쟁 구조는 우리의 마음을 계속 흔들며 내면의 고요를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느새 바깥에서 ‘선함’을 찾으려 한다. 더 신뢰를 얻고, 더 좋은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이때 필요한 첫 단계는 멈춤이다. 하루 중 짧은 시간이라도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감정과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속 깊은 곳에서의 선함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다산의 마지막 공부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핵심은 이렇다. 선한 본성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그것은 외부의 노력으로 획득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고요하게 바라봄으로 되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