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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이 May 24. 2018

[뉴욕] 꾸밀 줄 아는 남자들의 공간, 파인 앤 댄디

엘로이의 취향이 반영된 여행의 초상

아일랜드의 가장 위대한 극작가 중의 한 명이자 시니컬한 어록을 많이 남겼던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말했다. "잘 메어진 타이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걸음이다(A well tied tie is the first serious step in life)." 우리 모두는 액세서리가 비단 여성의 것만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가지런히 묶인 넥타이와 보타이, 스카프와 행거치프, 양말과 장갑 등에 이르기까지 잘 정돈된 액세서리는 패션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이자 그 사람의 매너와 품격까지 가늠케 하는 역할을 한다.

패션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패알못이지만, 그래도 나름 뉴욕에 왔으니 패션 비슷한 것이라도 조금은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마침 패션위크가 열리는 주간이었으나 그것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 그러다 헬스 키친에서 우연하게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스토어를 발견했다. 바로 뉴욕의 핫한 Dapper Guys를 위한 액세서리 샵 
파인 앤 댄디(FINE and DANDY)다.


뉴욕의 멋진 신사들이 운영하는 파인 앤 댄디(FINE and DANDY)


2008년에 맷(Matt)과 엔리케(Enrique)라는 두 Dapper Guys는 온라인 스토어를 시작으로 넥타이, 보타이, 커프스, 서스팬더, 양말과 장갑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헬스 키친에 아기자기한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뉴욕 패션 피플들을 위한 다양한 빈티지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다..... 는 공식 홈페이지의 소개다. 팝업스토어 오픈 당시 뉴욕타임스 기사 

스토어에 들어가자마자 이 자그마한 공간에 꽉 채워져 있는 다양한 소품들과 액세서리를 통해 빈티지 감성을 한 껏 느낄 수 있었다. 스토어 안에서는 한 중년 여성이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 선물해줄 멋진 헌팅캡을 찾고 있었다. 가게를 보고 있던 엔리케는 친절하게 여러 가지 헌팅캡을 보여주며 설명에 여념이 없다. 이윽고 날 확인하고서는 "마음껏 보고, 사진 찍고, 그다음에 혹시 준비되면 나에게 알려줘! 젠틀맨!"이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뉴욕의 멋진 신사들이 운영하는 파인 앤 댄디(FINE and DANDY)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열심히 구경했다. 직장 생활을 그만둔 이후로 정장이나 재킷과 같은 포멀(또는 세미 포멀)한 옷을 즐겨 입지 않았던 탓에 그동안 관심에서 멀어졌던 다양한 액세서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 구두와 마구 매치시키고 싶은 클래식한 양말과, 이제 곧 가을도 가까워지니 필요한 스카프, 그리고 다양한 패턴의 넥타이까지. 온통 사고 싶은 것들 투성이다.

한편으로는 당장이라도 피크닉과 사냥(?)을 떠나고 싶은 빈티지한 재킷과 셔츠들도 눈에 띈다. 아아 역시 베이지, 카키, 체크는 내 마음을 언제나 들었다 놨다 한다. 누가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 대세는 체크라고.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반했던 아메리칸 빈티지 간지에 + 뉴욕 감성이 더해진 것만 같은 뽕을 이 곳에서 한 껏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예정에 없던 행커치프를 하나 샀다. 양면이 다른 무늬의 세련된 행커치프가 예쁠까, 클래식한 감성의 행커치프가 예쁠까 고민하던 차, 이 따스한 버건디 색깔이 어우러진 체크무늬의 행커치프가 어차피 손수건 용도로 하나 필요했잖아? 라며 내 마음의 합리화를 불어 일으키며 내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결국 행커치프 하나 질렀다.


'나 구경만 하고 가지 않을 거야! 이렇게 하나 살 거야!'라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엔리케를 바라보았는데, 정작 그는 보타이를 보러 온 다른 남자 손님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남자 손님은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결혼식에 쓸 자신의 보타이를 직접 고르기 위해 파인 앤 댄디를 찾았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이벤트를 앞둔 이 남자 손님을 위해 엔리케가 보타이 착용 방법을 정성스럽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멋져 보여 나도 나중에 엔리케에 행커치프 착용하는 법을 물었다.


친절하고 스타일도 아주 멋졌던 엔리케
이것이 NYC 갬성인가!


어린 시절부터 언젠가 30대가 되면 멋진 아저씨 신사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정말 멋진 신사가 되고 싶다. 꼰대가 되지 않도록 마음을 단련(?)하고, 쉰내가 나지 않도록 겉모습을 멋지게 가꾸는 신사. 뉴욕 헬스 키친에서 우연히 만난 이 말쑥한 신사들(Dapper Guys)의 보물창고 파인 앤 댄디는 Made in NYC라는 뉴욕만의 패션 감성을 느끼고 싶은 Dandy Guys에게 아주 추천할만한 곳이다.


그래, 이것들 사려면
돈 많이 벌어야지...



Fine and Dany (photo by Mirco Pasqualini)


Fine and Dandy
Manhattan Store : 445 West 49th Street, New York, NY 10019
Online Store : fineanddandys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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