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06
* 서술 시점은 2014.02.13 입니다.
표지가 매력적인 책이다.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때는 책을 고르는 기준이 어느 샌가부터 책 표지가 되버린 것은 사실이다. 책의 부제는 '달콤함에 관한 잔혹 리포트'이다. 아마 이 책이 회사책이 아니었다면 책의 여러곳에 메모를 하면서 보았을 책이었다. 책을 골라집은 것은 홍콩여행 가기 전이었는데 조금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내려놓은 다음에 다시 돌아와서 집었다. 책의 내용이 주는 무게감이 엄청나서 '여행지에서 가볍게 읽을 만한' 의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에 넘겼던 것이다.
본격 발렌타인데이에 재뿌리는 책 리뷰
일반적으로 초콜렛 하면 달콤함, 로맨틱, 카페인, 이런 느낌의 말들 먼저 떠올리다. 하지만 이 책의 번역자는 '탐욕'이라는 단어로 일갈했다. 원제는 Chocolate Nations : Living and Dying for Cocoa in West Africa, 서 아프리카의 코코아에 죽고 사는 초콜릿 국가들, 이다. 어떻게 보면 영문명이 조금 밋밋한 면이 있어서 '탐욕'이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어서 좋았다. 여기서는 글로벌 기업의 경제적 탐욕, 서아프리카 국가의 정치적 탐욕, 그리고 농민 개개인의 생존을 위한 욕시 등 여러 주체들의 입장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게 된다.
책의 첫 장은 <마키아밸리의 독창성> 에서 인용한 문구부터 시작한다.
최악을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무지한 것보다는
그래도 아는 것이 낫다.
- 이사야 벌린, <마키아밸리의 독창성>
시작하기 전에는 뭔 소린가, 싶었는데 다 읽고 나서 다시 돌아와 보면 이게 저자의 의도이고 하고자 하는 말이었다. 아침 출근길에 중간에 읽던 부분을 마저 읽으면서 오다가, 회사동료와 마주쳤다. 어떤 내용이냐고 물어서 그냥 간단하게
우리가 맛있게만 먹던 초콜릿이 그게 또 그냥 맛있다고 끝나는 게 아닌가봐요. 그걸로 인해 한 나라가 살고, 애들도 그걸 만드느라고 고생하고.
라고 했더니
아 그럼 먹으면 안되겠다.
이렇게 간단하게 이야기가 끝났다. 사실 이 책은 "초콜릿을 만드는 데 너무 아프리카 농민에게 돈이 적게가니 문제가 많으니 먹지 마세요." 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 놓여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저널리스트의 시각으로 하나하나 알리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명확하게 액션플랜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아는 것 만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이 문제는 그리 쉽게 해결책을 낼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첫 챕터에서는 우리가 편의점, 혹은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초콜릿 바의 뒤에 서 있는 하나의 대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기호식품으로 존재하는 초콜릿이 가나에서는 생계수단이고 화폐이며 영물이 되어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카카오의 수출은 그 나라의 경제를 유지하는 주춧돌이 되었고 성장동력으로 존재했다. 한국에서의 섬유산업처럼 카카오농장이 국가기간산업수준이 되었다. 여당은 카카오 수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결국에는 독재정권이 수립되고 카카오 수출입에 대한 통제권을 정부에서 갖게 된다. 카카오는 외화를 벌어들여 국가전체를 꾸리는데 기반이 되었는데, 그럼에도 농민의 손에 떨어지는 댓가는 극히 적었다. (p.40) 가나에서는 국가가 농민에게 카카오를 사들이고 국가가 경제주체로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을 취했다.
#2 카카오 전쟁
책의 주제가 되는 또 다른 국가, 코트디부아르에 대한 이야기가 주축이다. 1960년까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코트디부아르는 식민시대가 끝나고 농업육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커피와 카카오 농업 발전에 매달렸는데 우선은 노동력확보에 주력을 두어 이주민을 다수 받게 되었다. 또한 식민모국과의 관계가 좋았던 대통령으로 인해 프랑스의 투자자들도 몰려들기 시작했었다. 보통 호황일때는 별 문제가 없다가(=_=) 조금 매출이 주춤하기 시작하자 생 난리가 난다. 이주민들에게 땅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서 이주가 많아진 것인데 한정된 땅을 놓고 토착민과 이주민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초대 대통령인 부아니가 사망한 이후 이제 코트디부아른에는 심각한 분열이 일어나게 된다.
어느새 어느 지방 출신인지와 어떤 신분증을 갖고 있느냐가 코트디부아르 정치에서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 있었다.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인들은 진정한 코트디부아르 사람을 뜻하는 '아이보리인Ivoirite' 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코트디부아르 인구중 어림잡아 4분의 1 가량은 시민권자가 아니었고, 그들 중 상당수는 부르키나파소에서 태어난 사람들이었다. 디울라족 출신도 많았는데, 남부 사람들은 그들을 진정한 아이보리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네 명중 한 명이 이주민일 정도로 이주민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 아이보리인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어느덧 생과 사를 가르는 기준이 되어갔다. (p.59)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혜택을 보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발생하게 되는데 코트디부아르의 경우에는 정부가 이주민들만 우대한다고 토착민들의 반발이 봉기로도 이어졌다. 명확하게 공유되는 가치관이 없는 상태에서의 선택적 발전이 빚어낸 참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것도 물론 우리 역사에도 심심찮게 나오지만 말이다. 이렇게 심각한 내란이 일어나도 카카오 생산, 운송에는 지장을 주지 않았다. (p.65) 어떻게 보면 이게 더 무서우면서 잔혹한 현실이다.
사람들은 또한 출신 지방에 따라 각자의 성격이나 특성도 다르다고 믿었다. 북부 지방에서 만나 한 주민은 부아니 전 대통령을 따르던 바울레 족을 가리켜 "오로지 땅 밖에는 관심이 없고, 땅만 생긴다면 뭐든지 할 사람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부아니 대통령이 원래부터 그 땅을 부쳐 먹던 이들에게 계쏙 경작권을 인정해준다고 했을 때, 그건 바로 바울레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인식은 부분적으로 식민지 시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프랑스 식민정부가 바울레 사람들이 "부를 창출하는 데 소질이 있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수출 작물 재배를 장려했던 과거가 있기 떄문이다. (p.70)
내전, 혹은 지역감정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 많이 인용을 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저 인식이 식민시대에 타국(타인)의 눈으로 본 자신들을 다시 규제하고 내분을 시킨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어떤 신분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투표권에서부터 땅을 소유할 권리,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가 좌우된다. 제대로 된 신분증 서류만 갖고 있다면, 코트디부아르를 조국이라 부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사실상 무국적자나 다름없다.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이 여기에 얼마나 오랫동안 살았는지는 중요치 않다. 누가 아이보리 사람이고, 누가 아이보리 사람이 아니냐 하는 문제는 코트디부아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며,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십만 명을 난민으로 떠돌게 한 근본 원인이다.(P.71)
현대, 근대 이후의 인간의 주권에 대해서는 많은 국가에서 '천부인권'으로 지정되었지만 이 경우에는 서류가 권리와 주권, 자유를 규정짓고 차등을 두게 된다. 부조리하지만 그런 상황을 만든 것 역시 코트디부아르의 정치-경제 상황이다. 그리고 이 기반에는 초콜릿이 있다.
프랑스계 캐나다인 기 앙드레 기자의 죽음에 대해서 서술하면서 이 챕터는 국가 규모의 세금횡령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부에서 어떻게 카카오 수익금을 사용하고 있는지, 그 것이 실제 국민들의 삶을 좋게 하는 것보다 무기 및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한 것인지에 대한 것을 파헤치던 기자가 실종되었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사실을 죽은 사람의 가족, 친지들 이외에 그의 모국인 프랑스, 캐나다는 물론 코트디부아르 정부 및 카카오 산업 관련자들 모두 그의 사건을 묻으려했다. 작가는 여기서 또 의문을 제기한다.
누가 그들에게 카카오를 팔든, 그리고 그 수익금이 어디에 쓰이든 간에 기업들은 카카오만 사들일 수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까? (P.95)
월리스가 초콜릿 회사를 차리는 에피소드가 주축이다. 가나에서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1파운드 초콜릿 중 원료에 들어가는 돈은 7펜스, 제조업체로 돌아가는 돈이 47펜스, 대부분의 이윤이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에서 나온다. 그리고 가격변동으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원료로 전가된다. 만약 가나에 공장을 세운다면 좋지 않을까, 가 그의 생각이었다. (P.99) 사실 서아프리카의 농민들은 초콜릿을 '비싸서; 사먹지 못한다. 소비는 대부분 다른 대륙에서 일어난다.
그에 비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은 전 세계 판매량의 단 3%만을 차지하고 있을뿐이다. 코트디부아르나 가나 사람들 중에서 초콜릿을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순한 간식거리라고 하기엔 너무 비싸게 느껴지는데다, 남미에서 수입된 작물인 카카오는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원래부터 먹던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P. 104)
가나에 위치한 초콜릿 공장은 쉽게 성공하기는 힘들었다. 썩기 쉽고 재고관리가 중요한데 사실 주요 소비국가까지의 shipping 비용도 만만치 않고 진열대를 차지하는 경쟁도 치열하다. 자국에서의 초콜릿 생산, 그게 해결책은 아니었다.
서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카카오 재배하는데 투입되고 이 이야기를 하게 되면 '아동노동'이라는 단어로, "세상에. 잔인해. 어린 애들을 학대하는 거야?"라는 반응이 나오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단편적으로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게되면? 학교를 가지 못하고 돈을 벌어야만 하는 아이들의 일자리를 빼앗게 되는 셈이 된다. '애들이 일을 해'가 문제가 아니라 '애들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제환경이 문제다.
니코 로전처럼 공정무열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공정무역이 농민 복지를 의제로 설정해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정무역이 마케팅 의제를 설정했을 지는 몰라도, 지속 가능한 농업과 생산자 복지라는 의제는 하나의 단일한 윤리적 운동보나느 시장과 민주적인 힘에 의해 설정된 측면이 훨씬 더 크다. 즉, 카카오 공급이 바닥날까 봐 우려하는 기업들은 농민들이 카카오 농사를 계속 유지하도록 지원해주고자 하고, 정부는 장차 농민들의 표와 세금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농민들에게 돌아갈 몫을 늘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p.171)
결국에 공정무역이 답인가, 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사실 또 그것이 단순하지 않다, 는 생각이 들게끔한다. 우리가 마주한 공정무역이 정말로 공정한 것인가, 그리고 그들의 삶을 정말로 더 낫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또 이견이 생긴다. 어떻게 보면 '저들이 불쌍해. 그러니 도와야지.' 라는 생각 자체가 안일하고 단편적이지만, 소비자들에게 호소하는 마케팅 아젠다로서는 훌륭한 것이 아닌가 싶다. 돈이 오가는 상황에서 온전히 좋은 뜻으로, 선의로만 타인의 삶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지는 않는다. 소비하는 그 순간순간에만 착하고 싶은 소비자가 제일 쉽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가 세계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직접 확인한 나는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두 나라는 세계 카카오 생산의 양대 산맥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좀 더 발휘할 수 없는 걸까? ... 역사적으로 볼 때, 그들이 과거에 그런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1970년대에 카카오 생산국들은 추가로 거둬들인 세금으로 최대 25만 톤에 달하는 '완충재고'를 확보하고 수출 한도 물량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1989년 무렵 생산국들이 납부하지 않은 분담금이 무려 9000만 달러까지 쌓여갔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코트디부아르가 납부해야 할 돈이었다. 그래서 기금의 연간 유지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카카오를 그냥 팔아치울 수 밖에 없었다. (p.184-185)
통제권을 쥘 수 없었던 것은 석유와 달리 카카오는 관리가 까다롭고 썩을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도 징수한 쌀을 국가에서 관리하면서 물가와 경제의 흐름을 조절했지만 무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문제는 그나마 생산주체를 대변할 수 있는 카카오 위원회가 있는 가나에 비해, 코트디부아르는 생산주체를 대변하는 이들이 없고 농민들이 과중한 세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정말로 '총체적 난국'이네. 초콜릿만 보면 머리복잡해지고 못먹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 지역에서 자꾸 생산만 하다보니, 토지에 있는 영양분이 거덜나고 병충해에 취약하다. 또한 이 지역 농민들이 원래 만들던 작물이 아니고 밖에서 들어온지라 굳이 또 노하우도 없다. 윤리보다는 기술적 발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만능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도입으로 생산공정이 완전히 바뀌게 되면 또 그 곳에서 파생되는 세대별 갈등, 기존 숙련자의 실직 등의 문제도 수반된다.
우리의 생각과 판단보다
사건은 언제나 복잡하다.
특히나 사회문제는 수많은 이권과 경제주체가 묶여있어서 더욱 그렇다. 무엇을 생각해야할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