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09
* 서술 시점은 2015.08.08 입니다.
먀오족의 지소는 봄꽃어머니가 낳은 알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먀오족사시에서는 봄꽃엄마가 물거품과 결합해 알을 낳았다고 하는데 반해 주몽신화에서는 유화가 햇빛에 감응해 알을 낳았다고 한다. 봄꽃엄마는 물거품과 유화는 햇빛과 결합해 시조를 낳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고구려는 태양을 숭배하는 민족이었다. 그러나 먀오족의 상황은 다르다. 남방의 아열대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로서는 태양이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먀오족 사이에서는 열 개의 태양을 쏜 영웅이야기가 광범위하게 전승되고 있는데 이는 남방의 아열대 기후와 관련이 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고산지대에 사는 이들로서는 더 이상 태양을 숭배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태양보다는 물이 더 급했다. 따라서 햇빛이 물거품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비록 봄꽃엄마가 물거품과 결합하는 형태로 바뀌었으나 신화의 원형인 난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먀오족에게 있어 새는 토템으로 자신들의 근원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 p.205-206)
책을 집은 이유는 단순했다. 고구려라는 단어는 특이하게도 현대 한국인들에게 뜨거운 열망처럼 남아있다. 그래서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광활한 땅을 호령했던 과거의 선조들에 대한 회상은 현실에는 어떠한 이득도 주지는 않지만 주몽의 이야기, 광개토대왕에 대한 이야기와 회상들은 재생산된 적이 많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멋지긴 하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목줄도 안잡고 멋드러지게 뒤로 돌아서 활을 쏘는 모습이란, 생각만 해도 가슴설렐 수 있다. 그 멋진 이들이 현재에는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없다. 그 많던 고구려인이 다들 사라지지 않았을 것인데 (북한에만 있을것 같지도 않고, 만주에만 사는 것도 아닐거라.) 이후에 이들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복식에 남아있는 흔적들로 하나하나 저자가 짚어가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후난성을 비롯한 중국 남부내륙지방에 고구려 유민들이 있다는 가설이 하나하나 검증이 되는데, 사실 처음 첫 파트에서는 미심쩍었다. 흰바지야오족과 고분에 남아있는 고구려의 복색이 비슷하다, 제작방식이 민족마다 다를 수 있는데 주변지역에 있는 이들과 상이하다는 점. 치마문양, 전설에 남아있는 이야기들까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생각을 할수록 흥미로웠다.
고구려의 후예라는 단어와 고구려 유민이라는 단어의 차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되게 후예라고 하면 부잣집의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느낌이라면 유민은 빚을 짊어지고 유유히 먼길을 떠날 준비를 하는 느낌이다. 우리는 어쩌면 고구려가 넓은 땅을 호령한 것만 신기해하고 추억하고 그리워하면서 실제 그 이름의 무게를 짊어지고 그 것을 지키려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민족 국가 개념이 약했던 고대에 국가가 흩어지고 난 후, 결국 대부분 신라의 후손들이었어서 이제와서 고구려를 우리 민족, 우리의 선조라고 챙기기에 우리는 너무 한 일이 없는 것 아닌가 싶었다.
역사와 전설, 유래에 대해서도 조금 더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