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첫 집 마련기 - 2
* 표지 - Freepik 소스 조합 / 삽입 그림 제작 - 글쓴이(엘스 else)
갑자기 이른바 핫플로 떠오르며 떠들썩해진 동네에 집에서 편안히 휴식조차 취할 수 없어 시급해진 '주거 지역의 보장성'이 사소하지만 부동산 매매를 하기로 첫 번째 계기이자 발단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계기는 다음 집을 알아보던 도중, 어느 순간 '임차인의 삶에 회의감'을 느껴서였다.
2-1. 그놈의 돈
드디어 지긋지긋했던 핫플 동네의 월세방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발 빠르게 다음 방을 알아보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이사 가는 김에 이번에는 8평 이상의 투룸 방을 계약해 고시원 같은 삶이 아닌 사람답게 한 번 살아보고자 했다.
그러나 문제는 나는 돈이 부족했다.
모은 돈이 한 푼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울-수도권 바닥에 교통도 편리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서 소형 평수라 하더라도 투룸 이상되는 곳은 월세 가격이 매우 비쌌다. 보통은 그래서 룸메이트를 한 명 구해 그 부담을 반으로 더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렇지만 당시 이미 핫플 동네에서 하도 사람한테 시달려 이제 집에서만큼은 조용히 혼자 좀 쉬고 싶다는 갈망이 컸기 때문에 조금 무리해서라도 혼자 투룸 방을 구해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금전적으로 부족한 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 임대차 유형인 '전세'였다.
2-2. 어떻게든 돈을 잃지 않으려는 사소한 발버둥.
최근 통칭 ’ 빌라왕‘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으로 세간이 시끌했던 것을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이다. 마치 이제야 붉어진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세 제도는 원래부터도 집주인의 자금 사정이 안 좋으면 보증금을 떼 먹힐 수 있는 구조였고 예전부터 그 점을 악이용 하는 집주인들이 더러 있었다.
그래도 계약 전 등기부등본 확인이나 계약서에 특약 조건을 걸어두는 등 여러 가지 확인과 대비를 해둔다면 사고를 어느 정도 방지 할 수 있었고, 월세처럼 다달이 없어지는 돈이 아니라 추후 되돌아 받을 수 있는 돈이라는 이점에 아직까지 목돈을 모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임대차 유형이다.
(물론 빌라왕 사건처럼 조직적으로 공인중개사하고 짜고서 광범위하게 일을 벌인다면 제아무리 대비해도 그 누가 당해냈을 수 있겠느냐만은..)
그리고 가진 돈이 부족한 나는 집을 구하기 위해 모은 돈을 써야 했지만 반대로 다시 돈을 모으기도 해야 했다.
이 양쪽을 다 해결할 수 있는 답은 결국 ‘전세’인가 싶은 생각에 전세방 발품 팔기 단계로 들어갔다.
우선 괜찮은 조건의 방은 기본 억 단위로 넘어가는 보증금 액수가 책정되어 있어 그 정도 규모의 돈 자체가 없기도 했지만, 설령 있다 하더라도 평상시에도 의심 많고 두려움 많았던 사회초년생은 보증금을 떼 먹힐 수 있다는 불안과 걱정에 처음에는 은행의 '전세 자금 대출'을 통해 방을 구해보기로 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이 크게 2가지로 좁혀진다.
A. 은행이 포함된 삼각 계약 구조
- 은행 대출 보증금은 집주인이 만기날 직접 은행에 상환하면 되기에 세입자 입장에선 보증금 반환 문제로 인한 정신적 피로감이 적음.
- 물론 대출이 보증금 전액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일부는 세입자 돈이지만 전체 보증금 액수에 비하면 적은 부담.
- 은행이 해당 집을 보고 대출을 내준다는 것은 그래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낮은 금융 투명성과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
B. 세입자는 거주 기간 동안 대출 이자만 은행에게 납입
- 대출 금액 상한선(평균 2억 이하)이 있고 당시는 금리가 낮을 때라 책정되는 이자 부담이 적어서 월세를 내는 것보다 절약 가능.
그리고 이런 은행의 구속력이 있어 그런지 너무도 당연하게(?) 전세 자금 대출을 허용하는 매물은 시중에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그럼 그렇지. 이 집주인 놈들아.
대출 허용 안(못)하고 전액 현금을 원한다는 건 갭투자를 했거나 다른 데 돈 당겨 쓰려고 하는 거겠구만?
이상한 허짓거리할 수도 있는데 진짜 뭘 믿고 그 큰 액수의 돈을 맡겨?
지들은 은행도 아니면서!
이렇게 말하는 자신도 미래에는 집주인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어찌 되었든 당시 조무래기 사회 불만쟁이 필자는 그렇게 생각했더란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니더라도 또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이 계약으로 인해 반대로 집주인이 온전히 해를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어 거절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실제로 전세 자금 대출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임대인에게 벌이는 신종 전세 사기도 있다.)
( ! ) 여기서 잠깐
현 전세 자금 대출과 필자가 경험한 전세 자금 대출과는 내용이 다를 수 있음을 알린다.
필자가 전세 매물을 발품팔 당시에는 매물마다 전세 자금 대출 가능, 불가능으로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함을 명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세 자금 대출 제도의 규정이나 세부 내용들이 허술한 점도 있었고 집주인의 동의 여부가 필수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지만, 그때와 달리 제도 정비를 몇 번 거쳤기 때문에 필자가 경험했던 때와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다. 현재는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치 않다는 기사를 본 기억도 있어 혹시 몰라 알림 내용을 작성한다.
따라서, 제도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정확한 정보 전달 목적성 내용으로 읽기보다는 '당시는 그런 점도 있었다더라' 정도의 감상문 수준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부동산 관련 제도에 대해서는 꼭 업데이트된 최신 정보를 따로 알아보시기를 추천!
결국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정리한 느낀 점은 자신의 소유가 아닌 집에서는 자신과 상관없는 부분에서 야기되는 여러 불안감을 필연적으로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임차인의 한계'가 분명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즈음이 되어서 내 안에서는 과연 정말 ‘전세‘만이 답일까 라는 내부 의심이 싹트고 있었다.
그렇지만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황하던 필자에게 전월세를 벗어나 매매의 길에 대한 확신을 준 것은 다름 아닌 과거 깡통 집주인이었던 나의 부모님이었다.
다음 이야기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