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첫 집 마련기 - 5
* 표지 - Freepik 소스 조합
(원래 계획이었던 매 회 일러스트 제작은 개인 사정으로 중단하여 통일된 표지로 글을 게재합니다.)
'실거주 매매'라는 방향성이 정해졌다면 이제는 실전이다.
그러나 실전에 앞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지금은 말 그대로 '실거주', 즉 내가 실제로 사는 집을 구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막대한 어떤 부동산 차익을 기대한다거나 집값이 자신이 매매한 이후로는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것을 우선 말하고 싶다.
물론 되도록이면 미래지향성을 가진 곳을 택해야겠지만 실거주 매매는 그 비중이 투자 요소보다는 나와 내 가족이 살았을 때 평안한 지를 좀 더 중점을 두길 바라며, 필자 역시도 그러한 기준으로 접근했다. 그 일련의 선택 과정을 이번 회차부터 조금씩 풀어가 볼까 한다.
5-1. 일자리와의 관계성.
집을 매매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역’을 골라야 하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의외로 이 단계에선 별로 큰 고민이 없었다. 부동산을 매매할 때 몇 가지 사람마다 기준이 있는데 보통은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과 혹은 미래를 염두에 둔 고민으로 기준을 만들지만 필자의 기준은 아니, 정확히는 기준의 근본적 관념이 심플했기 때문에 큰 고민이 없었다.
그것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처음 집을 고를 때 고려하는 점은 직장과의 출퇴근이 괜찮은지부터 생각한다. 자신 역시도 그랬고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봤을 때 대개 IT업계가 강세인 곳은 다양한 직군을 가리지 않고 여러 일자리가 모여있는 강남서초 지역과 굵직한 IT 대기업들이 포진되어 있는 판교이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회사도 이 지역 중에 위치해 있고 이직을 해도 대개 이 지역 내로 맴돌기 때문에 서울강남권과 경기 남부권의 직접근성이 좋은 동네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서 강남 지역을 중요하게 보는 것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강남에 좋은 일자리가 많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라면 서울 다른 곳도 많은데요?
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분명 서울 다른 곳도 여러 좋은 일자리가 많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강남권은 직군을 가리지 않다는 것에 포인트가 있다. 예를 들어 '여의도'하면 대표적으로 '금융업'의 성지라는 이미지가 있다. '상암'하면 DMC(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콘셉트로 '방송미디어'계열의 이미지 강세가 있다.
반면 서울 강남권은 딱 하나로 정의하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다. 강남역에는 삼성전자 본사 건물, 양재 쪽에는 LG전자 R&D캠퍼스*, 현대기아 등 굵직한 기업들도 있긴 하지만 단순히 제조업, IT업이 강세라고 하기에는 역삼역 주변은 여의도 IFC처럼 파이낸셜 건물(GFC)이 있어 금융 관련 업계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도 등장했듯이 법조계 유명 로펌도 많이 모여있다.
*LG전자 본사 사옥이 아니더라도 R&D 서초캠퍼스가 규모 자체가 꽤 크다.
하나하나 다 따지면 한도 끝도 없지만 강남권은 이렇게 일자리의 양적, 질적 면에서 여러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에 부동산에서 '강남이랑 가까운가' 혹은 '강남으로 갈 때의 교통이 편한가'가 중요 작용 포인트로 많은 조건에 들어있다.
물론 필자의 직업 직군도 위치적으로 강남권에 들어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현재에도 미래에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해야 한다는 큰 기준에 적용해 본다면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강남에 가기 편한 지역이라면 많이 선택할 것이므로 이것이 지역 선택 기준의 1순위였다. (물론 아예 처음부터 강남에 집을 살 수 있는 분들이라면 베스트겠지만 말이다.)
5-2.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한 모순.
앞서 말한 논리대로라면 그럼 그냥 무조건 서울 동남쪽, 강남만 보고 집을 사면 되는 거냐고 했을 때는 또 그렇지도 않다. 자신의 직장이 주로 강북권에 위치하거나 한다면 또 다른 고려해야 할 다른 사항들이 많고 전적으로 필자의 경우에서 1순위 선택 단계에 강남권의 접근성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뿐이다.
그러나 서울을 대표하는 여러 좋은 지역이 있지만 한국에서 ‘강남’이라는 지역의 위치와 가진 영향력을 생각하면 많은 분들이 관통하는 맥락이라고 감히 의견을 제안해 본다.
그리고 첫 번째 단락의 이야기는 지역 선택의 1순위라고만 했지 2, 3순위 고려 기준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본인의 최우선시하는 1순위로 인해 어느 정도 지역이 추려질 것이고 거기서 이제 심도 있게 작용이 들어가는 것이 2, 3순위 조건들이다.
그러나 2, 3순위 조건에서도 선택의 기준은 변함이 없다.
'현재에도 미래에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 어디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에게 있어 다음 2순위는 맨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이야기를 했던 집에서의 평온한 휴식과 일상을 위한 주거단지의 개념이 잡힌 곳, 즉 상업지구와 섞이지 않는 곳이어야 했다. 이 말은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사람 사는 곳에 상업지구가 아예 없으면 그건 말이 안 되고 오히려 생활에 불편함이 많다. 적당히 상업지구가 주변에 있어줘야 먹거리도 사 먹고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할 수 있다.
필자가 말하는 것은 내가 잠자고 쉬는 공간 반경 100m 안으로 상업지구가 들어올 수 있는 구조라면 결단코 그 주택은 제외했다. 아파트 상가 같은 곳이야 예외 경우이지만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라고 하더라도 바로 딱 붙어 단지 옆에 상업지구가 섞일 수 있는 준주거지역이 같이 있는 구조는 필자의 기피 대상이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상업지구다, 준주거지역이다 이런 단어까지 나온 이상 역시나 이 개념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토지 용도지역'의 확인이다.
5-3.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매우 복잡하게 느껴진 '토지 용도지역'이란 개념은 토지 전체보다는 일단 나와 직접 관련된 주거지역에 관련해서만 일단 알아두었다. 관련 개념에 관해서는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토지이음'이라는 사이트의 용어사전 일부 발췌 및 링크를 첨부한다.
( ! ) 링크 : 국토교통부 토지이음의 주거지역 설명글 (클릭)
위 이미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거지역이라는 곳 내부에는 일반주거지역, 전용주거지역, 준주거지역 등 사람이 사는 같은 주거지역이라도 미세하게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설정해 두었다. 아래에는 토지이음의 주거지역 설명 중 큰 대분류 설명 한 줄글만 발췌해 보았다.
① 전용주거지역 : 양호한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을 말한다.
② 일반주거지역 :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을 말한다.
③ 준주거지역 : 주거기능을 위주로 이를 지원하는 일부 상업기능 및 업무기능을 보완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을 말한다.
이것만 읽어도 필자가 왜 준주거지역을 기피 대상으로 삼았는지 조금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사회초년생 시절 필자가 자취방을 찾아 들어간 곳이 이런 준주거지역이었기 때문에 가정집에도 상업시설들이 입점할 수 있었고 그리하여 동네가 번화가 단지도 아닌 것이 사람이 쉬고 자는 주거단지도 아닌 애매한 형태가 되었던 것이다.
관련글 : 사는 동네가 꼭 핫플이 되어야 하나요?
https://brunch.co.kr/@else/18
부동산을 잘 몰랐던 그때는 이런 지역구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몰랐었지만 훗날 집을 매매하기 위해 정보를 알아보다 이런 주거지역이 따로 구분되어 있었고 왜 자신이 과거 그 자취방에서 그러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근거였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보통 아파트 단지는 일반주거지역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보다는 일반의 2종인지, 3종인지 등 종에 관련하여 더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전 힘들었던 경험으로 아무리 자신이 매매할 아파트 단지랑은 상관없어도 준주거지역이 아주 가까이 붙어있으면 그 동네 자체로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더 과감히 필자는 이 부분을 중요 조건 중 하나로 두었다.
그러나 준주거지역라 해도 동네마다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 다 나쁘다고 볼 순 없다. 서울에는 특히 재개발된 곳도 많기 때문에 이런 지역과 아파트 단지가 얽혀있는 곳도 많다. 중간에도 언급했듯이 상업시설이 아예 없는 것이 오히려 생활에 더 좋지 않기 때문에 이것도 하나의 기준으로 둘 뿐 큰 테두리에서 중요 기준으로 솎아낸다 하더라도 여러 방면으로 발품을 팔거나 해서 세부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5-4. 당신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이번 글에는 실거주를 하기 위한 지역을 어떻게 기준을 세워 추렸었는지 필자의 경험과 생각을 적어보았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필자의 경험과 지식으로 이루어진 한정적 글이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참고 정도만 해주시고 따로 또 알아보시길 추천드린다.
이번 이야기를 통해 부동산 매매를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자신만의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확고한 기준은 무엇일지 깊게 한 번 고찰해 볼 만한 좋은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며 이번 글의 마지막 온점을 찍어본다.
다음 이야기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