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를 하게 된 계기

by elsewhere

오늘의 추천 노래: 世界に一つだけの花 - SMAP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도 대학시절엔 꽤나 마시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게, 매일 밤 8시 쯤되면 옆집에 살던 친구들이 내 이름을 고래고래 불러대면서 나오라고 소리쳤다. 친구들을 옆집에 들이면 이렇게 된다. 그렇게 매일 나는 친구들 손에 이끌려 위스키를 마셨고 술에 잘 취하지도 않던 덕분에 (혹은 때문에) 한도 없이 술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 할머니는 나보다 더한 술 러버였다. 하루에 소주 한 병은 무조건 마셔줘야 하는 타입이었다. 나랑 술을 마시면 지는 쪽은 무조건 나였다. 나는 할머니를 무척이나 사랑했고 할머니는 내 인생의 길잡이셨다. 할머니는 MZ세대들이 생각할만한 비상한 머리를 갖고 계셨고 (차례 지내던 관습을 버린 것도 할머니셨다) 내가 무엇을 하던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셨다.


그랬던 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아프시고, 암 진단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납골당에 할머니를 모셔드리고 나름 납골당 안을 예쁘게 꾸민 날 이후로 나는 1년이 넘는 은둔생활에 빠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금주가 이어졌다. 술을 보면 할머니가 생각나 아예 그런 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어차피 은둔 생활을 하느라 술을 만날 기회조차 없었지만.


코로나여서 얼굴도 제대로 못 뵙고 떠난 할머니는 병실에 계시면서 내가 일본에서 사 온 오르골을 참 좋아하셨더랬다. 지금은 납골당 안에 유골함과 같이 모셔져 있는 오르골. 일본 노래였는데 할머니도 보시라고 납골당 안에 한국어 가사지도 넣어두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금주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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