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by elsewhere

오늘의 추천 노래: Girls of the Year - VCHA


현재시간 오전 3시 38분.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깨버렸다. 왜 깬 걸까? 한 번 깨고 나니 다시 잠에 들기 어려워 글을 쓰기로 했다. 이젠 인스타그램 릴스 보는 것도 질렸다. 책을 읽을걸 그랬나. 아무튼 글을 쓰기로 했으니 내 이야기를 소개해보겠다.


미국에서 보낸 대학생 시절엔 방학 때마다 한국에 왔다. 기숙사가 방학 땐 열지 않기도 하고 은근 방학 때 미국에서 할 게 없었다. 방학 때마다 한국에 오면 무조건 아르바이트를 했다. 업종은 가리지 않고 했으며 식음료 쪽 아르바이트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돌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방송 스케줄을 따라다니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공방'을 뛰었는데 쉽게 말하자면 가요 프로그램에 방청을 가는 것이었다. 나의 오빠들만이 유일한 숨구멍이자 구세주였다. 나는 마이너 한 아이돌그룹을 좋아해서 팬이 몇 되지 않았고 그 덕에 공방을 뛰러 가면 매번 보던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 건너 건너 아는 사이인 것이었다. 우리는 스탠딩인 방청에서도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뭉치기도 했다. 방송이 끝난 후 퇴근길을 맞이하는 게 얼마나 뿌듯하던지. 몇 되지 않는 무리가 사랑하는 오빠들을 향해 길거리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보던 게 기억에 남는다.


아이돌 덕질은 대학시절 내 유일한 취미였다. 손재주가 없어 뭘 만들지 못하고 관심이 없는 분야가 많아 좋아하는 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가요 프로그램을 보면 영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관심이 많이 사라진 것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오빠라고 부를 만한 대상이 현저히 적어졌다. 나에겐 '아이돌'이란 무조건 '오빠'다. 그날의 열정은 현재의 체력으론 따라갈 수가 없다. 그땐 마치 무적이 된 마냥 별의별 스케줄을 다 소화해 냈다. 열정이 흘러넘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작가의 이전글아침식사는 must